칠레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 중소기업
칠레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 중소기업
  • 서정혁 관장 (KOTRA 아바나 무역관)
  • 승인 2012.09.06 1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래 글은 해외투자진출포럼 유대리의 즐거운 해외투자 이야기 중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산티아고에서 근무한 서정혁 관장님의 이야기다.

칠레는 워낙 멀리 떨어져있고 경제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자연스레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간혹 일어나는 지진이나 화산폭발 정도만이 우리나라 언론에 자주 실려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정도이다.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면 칠레 와인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잘 팔리고 있다는 점과 칠레가 세계 제1의 구리 생산국이라는 것까지도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이보다 한발 더 나가서 칠레 사정을 연구하여 비즈니스 성공을 거두시는 분들도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중에서도 칠레 사정을 간파하고 이를 활용하여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이와 같은 성공사례를 몇 개 소개하고자 한다.

칠레는 고질적인 에너지 문제가 있다. 갑자기 정전이 되는가 하면 월말에 전기사용요금을 보면 비싼 에너지 가격에 놀라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칠레는 발전, 송전, 배전이 전부 민영화되어 있고 북미 혹은 유럽계 기업들이 투자하여 높은 에너지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제3자 입장에서 볼 때, 대형 발전소 건설을 추진할 때 마다 환경 문제를 거론하며 결사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식 수준이나 매력적인 투자 인센티브를 주어 보다 많은 기업들의 경쟁을 유발시켜 에너지 가격을 잡지 못하는 정부가 아쉬워 보인다. 그러나 에너지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데에는 이 말고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글을 통해서 고리타분하게 칠레의 에너지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현지 에너지 문제를 간파하여 칠레에 난방 기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성공사례에 대해서 이야기 했으면 한다.

칠레는 전기 값이 중남미에서 가장 비싼 나라로 꼽힌다. 그리고 난방 비용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아마 세상에서 가장 비싼 수준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뭣 모르고 겨울에 한국처럼 중앙난방을 사용했다가 1개월 후 고지서에 200만원이 청구되는 것을 보고 놀라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러한 고질적인 에너지 문제를 기회 삼아 우리나라의 다양한 난방기구들이 칠레 시장을 휩쓸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본 적도 없는 등유 난로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난방 판넬 또한 차츰 시장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현지 등유 가격과 전기효율성이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중앙난방보다는 싼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물론, 칠레 에너지 문제가 언젠가 해소되고 중앙난방 가격이 합리화된다면 이 비즈니스 또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쇠퇴기를 걸을 것이지만 향후 몇 년간 우리 난방 제품의 수출은 문제 없어 보인다.

칠레는 세계 제1의 구리 생산국이다. 대규모 광산이 없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칠레에는 세계적인 규모의 구리 광산이 많다. 칠레 광산에 와본다면 일단 그 규모에 놀랄 것이며 광산을 오르내리는 대형 트럭들을 보고 다시 한 번 놀랄 것이다. 바퀴 하나가 덤프트럭만한 대형 광산용 트럭들이 하루에도 몇 십번씩 광산을 오르내리다 자칫 바퀴 하나가 펑크라도 나면 그것 하나 갈아 끼우는 데에만 수만 불이 든다고 한다.

칠레는 세계적인 다국적 광산 기업들이 앞 다투어 투자를 하는 국가이기도 하면서 이들이 최첨단 제품으로 광산을 개발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칠레 기업중 몇몇은 광산 소모품에 대한 생산 기술력이 세계적인 수준으로까지 발전한 업체들도 있다. 우리나라의 유압해머 업체 한곳은 수년전에 칠레에 유압해머를 수출하기 위해 KOTRA 산티아고 무역관에 협조를 요청해 왔다. 칠레에 광산이 많으니 유압해머가 많이 사용되겠거니 하는 예상으로 시작된 칠레 진출 시도는 칠레 사정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현지 업체가 제안한 것은 기술이전을 해줄 테니 한국에서 설계대로 유압해머를 생산하여 칠레 및 유럽 등 여러 나라에 같이 수출하자는 제안이었다. 칠레는 암반이 한국과 달리 매우 단단하여 한국보다 고품질 유압해머가 사용되며 다국적 기업들이 많이 진출하여 세계적인 기술력이 밀집된 시장이라서 칠레 기술력이 많이 앞선다는 것이 설명이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는 제안이었지만 현지 사정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기술이전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였고 현재에는 많은 물량을 칠레를 비롯한 해외로 수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칠레 사정을 이해 못하고 칠레 측 제안을 무시했다면 이루어내지 못했을 성공이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가축 성장 촉진제 업체의 눈물겨운 스토리를 전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칠레라고 하면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들처럼 식품에 대한 위생이 많이 떨어지고 관련 품목 수출이 손쉬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큰 오산이다. Agrosuper라는 업체가 칠레 돼지고기 및 닭고기 생산의 70%를 점유하는데 이 업체가 위생에 신경 쓰는 정도는 웬만한 선진국 기업 이상이다. 한때 돼지고기에 다이옥신이 검출되어 한차례 큰 홍역을 치른바 있는 칠레는 두 번 다시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위생검사에 신경을 많이 쓴다. 정부의 남다른 관심과 제재, Agrosuper사의 체계적이고 투명한 관리절차 등을 보면서 칠레는 중남미 다른 나라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사료를 가공하는 기계를 1주일에 몇 번씩 누가 무엇을 가지고 세척하는지까지 보고해야 하는 것은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칠레 음식은 안심하고 섭취해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벌써 몇 년째 Agrosuper에 납품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 중소기업을 보면서 이젠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겠지 하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칠레 에너지 문제를 간파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한 우리나라의 난방기구, 칠레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전 세계에 수출하는 우리나라 유압해머 업체나 칠레의 까다로운 검역절차를 이해해주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을 보면서 우리기업의 경쟁력이 하루가 다르게 신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