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칼럼] 늙은 것이 아니다
[詩가 있는 칼럼] 늙은 것이 아니다
  • 이용대(시인)
  • 승인 2012.09.09 08: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을 펴 넓은 가슴에
가만히 대어 보아라
여열의 뜨거움이 흐르고 있을 것이다

불덩이는 휴화산처럼
잠잠해져 있지만
마그마의 열기가 혈관을 순환할 것이다 

잡석을 녹여 낸 뒤 코로나를 발산하며
용광로의 쇠 물 같은 것
심연에 돌고 있음이 그 것이다

강 속까지 볼 수 있는 사려 깊은 시선은
행적을 관조하며 청동색으로 빛나고
두 주먹을 불끈 쥐면 툭툭 튀는 동맥들
전장을 헤친 다리가 무쇠 같으니 용사이다

거칠어진 흰 머리는 장엄한 히말라야
이마에 그인 주름은 범접 못할 훈장이다
여려빠진 과육 보다는 복숭아씨가 더 단단한 법이다
우담바라 한 송이를 검버섯이라 누가 웃는가

한 숨을 쉬지 마라
허리 꾸부려 걷지 마라
젖었던 흙덩이가 바위가 되는 완성이며
낙락장송이 한 순간에
사목(死木)되는 예를 보았는가

스스로가 잿빛이다 하니까
늙은 것일 뿐이다.
  

 
훈장
우리는 노인을 존경한다. 존경해야만 한다. 한국의 근 현대사를 거치면서 그분들은 늙었다. 험난했던 이 나라의 역사와 인생의 괘를 같이했다. 회오리의 역풍(歷風)에서 어떤 이는 현대사 속으로 애석하게 유명을 달리했다. 남은 분들은 끈질기게 살아서 공헌하며 이만한 나라를 일으켜 세우는데 밤낮으로 참여하여 극복해왔다.

그분들도 푸른 꿈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붉은 피가 들끓는 청춘도 있었다. 삶의 행로에서 심신이 녹초가 되었을 때는 야위고 가늘어진 목을 톡톡 쏘는 막 소주로 달래며 견뎠다.

아들딸을 애써 키워 나라의 방패로 전선에 흔쾌히 내보냈다. 이러한 세풍 속에서 수많은 주름이 생겼고 육신은 폐선의 그물처럼 망가졌다. 현재 70대, 80대 노인들은 대한민국의 잔혹했던 역사를 운명으로 간직하고 숨을 쉰다.

그러나 이젠 모든 것이 납덩이같이 힘겨워서 힘이 부치듯 움직이는 증인들이다. 한창 때와 비추어보면 얼굴도 많이 변모되었다. 하지만 그 표정만큼은 애국애족의 상징이 된다. 그래서 젊은 세대 누구나 다같이 숭고하게 우러러야 할 거룩한 훈장(勳章)들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