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선관위나 전현직 회장 고심 헤아리는 목소리 왜 없나
[수첩] 선관위나 전현직 회장 고심 헤아리는 목소리 왜 없나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2.09.1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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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한인사회 리더의 바람직한 품성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재중국한국인회 일을 칭찬하려고 했다가 애꿎게 곤혹을 치른 사람이 정광일 민주당 세계한인민주회의 사무총장이다. 그는 본지에 칼럼을 기고했다. 재중국한국인회 회장 선거 후보등록이 이뤄진 직후였다.

회장 선거에는 모두 세 후보가 등록했다. 강일한 황찬식 권유현 후보다. 이중에 강일한 후보가 미국 국적 소지자여서 후보 등록때 논란이 일었다. 재중국한국인회 정관은 ‘대한민국 국적소지자’만 회장에 출마할 수 있도록 못박고 있다.

하지만 강일한 후보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현직 재중국한국인회 수석부회장이자, 재중국한국인회 산하 지역연합회인 화동연합회장도 맡고 있기 때문이다.그 전에는 무석(無錫)한국인회 회장으로도 일했다. 수석부회장이란 회장 유고시 회장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이런 독특함 때문에 선관위는 강일한 후보의 등록신청을 논의끝에 받아들였다. 받아들이기에 앞서 선관위는 재중국한국인회 전현직 회장들의 의견도 참고했다. 정효권 현회장은 물론, 전직회장인 김희철 제4대 회장, 백금식 제3대 회장도 강후보의 후보등록을 접수해도 된다는 뜻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훈복 제2대 회장은 회장을 애초 대한민국 국적소지자로 정관에 넣게 된 배경도 선관위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재중국한국인회 설립 당시 중국 정부측에서 ‘중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은 참여시키지 않도록 해달라’는 주문을 해왔다는 것이다. 중국 국적의 조선족동포들이 참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뜻을 전해왔다는 얘기다. 그래서 단체 이름도 ‘한인회’가 아니라 ‘재중국한국인회’로 못박았다고 한다.

그런 배경 아래 강후보의 등록 신청을 접수하는 문제가 선관위 안에서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자세한 논의 내용은 모른다. 하지만 선관위는 축자적인 해석을 피하고, 강후보의 등록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했다. 대한민국 국적이 아니지만, 회장 후보로 나서서 다른 사람과 겨룰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광일 사무총장의 글이 나온 것은 그 직후였다. 정 총장은 중국의 후보들이 선관위의 이 같은 결정을 수용한 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는 본지에 보내온 칼럼에서 “회칙에 대한민국 국적자들만 회원으로 한다는 규정이 있으니 출마자격에 문제 삼을 만한 근거도 충분히 존재한다고도 볼 수도 있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고심한 흔적을 남기고 국적 개념을 뛰어 넘어 혈통중심의 동포 개념을 찾아낸 재중국한인회 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썼다.

그는 “한인회 모임은 대한민국 국적 개념이 아닌 혈통 개념, 동포 개념이다. 중국에서 10여년 넘게 한인회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분에게 뒤늦게 미국시민권 운운하면서 시비 건다면 좀 옹색해진다. 지금까지 한인회 활동을 함께 해오지 않았는가?”라며, 그의 등록을 인정한 재중국한국인회의 대범함을 칭찬했다.

하지만 그는 바로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일부 후보측에서 ‘정관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선관위가 권한밖의 확대해석을 했다’는 비난을 해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민주당의 당론이냐는 비난까지 나왔다. 좋은 일 하려다가 몰매맞은 셈이다.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경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인회는 봉사단체다. 회장은 명예로우나, 대신 자기희생을 해야 한다. 돈과 시간을 써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인회장을 뽑는 일은 진흙탕 싸움보다는 통합의 축제로 되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중국 회장 선거는 어느 순간부터 진흙탕 싸움의 형세로 바뀐 듯하다. 누가 이기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관을 지켜라 하는 주장도 실제로는 누구를 반대한다는 얘기처럼 되고 있다. ‘정관을 지켜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주장 때문에 선관위나 전현직 회장들의 고심을 헤아리는 목소리가 울려 나오지 않는다.

페어플레이는 후보들이 하는 것이다. 결격사유를 잡아내는 네거티브 플레이에 세계한인사회가 경탄의 박수를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각 후보진영은 초심으로 돌아가기 바란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상처입지 않을까 배려하기 바란다. 누구인가는 져야하기 때문이다. 그게 한인사회를 이끄는 리더의 바람직한 품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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