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 27] 플뢰르 펠르랭
[아! 대한민국 27] 플뢰르 펠르랭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2.09.1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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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생후 6개월 만에 프랑스로 입양된 플뢰르 펠르랭(Fleur Pellerin)이 얼마전 프랑스 올랑드정권의 중소기업∙디지털경제 담당 장관이 됐다. 프랑스 부모가 한국에서 받은 출생기록에 의하면 그의 한국 이름은 김종숙이다. 그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한국의 언론들은 다투어 그의 기사를 싣는 등 흥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아시아계에 대해 미국보다 더 배타적인 프랑스에서 장관의 직책을 맡은 것은 놀라운 일이다. 현지의 민영방송이 그를 가리켜 “프랑스의 문화다양성을 상징하는 새로운 얼굴”이라고 할 만큼 그의 입각이 신선한 뉴스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의 오늘이 있기까지 한국, 한국인이 해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에게 꽃이라는 뜻의 플뢰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지어주고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양부모 덕분에 그는 프랑스에서 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보통학생보다 2년 빨리 바칼로레아(프랑스 대입시험)에 합격해 상경계열 그랑제콜인 에섹과 파리정치대학을 거쳐 프랑스 고위관료의 산실인 국립행정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26세부터는 최상위권 졸업자만이 갈 수 있는 감사원에서 문화, 시청각 미디어 분야를 맡았다. 정계진출은 2002년 사회당 대선 후보의 연설문 작성자로 참여하기 시작, 최근까지 프랑스 여성 엘리트 정치인들의 모임인 ‘21세기 클럽’의 회장을 맡았다.

그는 스스로 아시아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입양인이라는 사실이 자신을 힘들게 했지만, 입양이라는 행운을 얻은 것을 불행 중 다행으로 알고 살아왔으며, “나는 외모는 동양인이지만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은 프랑스인”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의 이와 같은 발언은 그가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부각시키고 싶어하는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있다. 버릴 때는 언제고, 이제 와 우리와 같은 피를 가졌다고 떠벌리는 것이 옳은 일인지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는 죄책감 같은 것을 먼저 느껴야 하지 않을까.

매우 부끄럽게도 한국은 OECD 국가중 고아수출 1위의 국가다. 2010년 미국 입양아 중 36%가 한국 아이들이다. 입양아들 가운데는 현지 사회에의 부적응으로 사회의 낙오자가 되거나 목숨까지 끊는 일도 적지 않다. 플뢰르 펠르랭의 출세는 우리에게 자랑스러움보다는 부끄러움을 먼저 느끼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그리고 해외 입양문제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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