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칼럼] 한가위의 밤
[詩가 있는 칼럼] 한가위의 밤
  • 이용대(시인)
  • 승인 2012.09.20 0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등 푸른 산맥이
마을을 안고 있다

밤나무 가지마다 알밤들이 탈출하고
고지박도 어느새
보름달을 닮아있다

솔밭에 햇솔 송이
별처럼 돋는 밤
송편 찌는 시루에선
함께 익는 모심(母心)이다

툇마루 삿갓 등(燈) 아래
가장(家長)의 넓은 어깨가
벼락에도 꿈쩍 않는 큰 바위로 앉아있다

오늘밤엔 모처럼
대문도 활짝 열어 놓는다.


 
둥근 마음

농부가 쌀 한 톨 생산을 위해 흘리는 땀이 한 바가지라고 한다. 그러나 농부는 꼭 곡식만 재배하는 것이 아니다. 땅에서 생산되는 야채며 과일도 다 농업에 속한다.

봄부터 농부는 추석을 생각한다. 추석명철의 보름달 같이 곱고 큰 결실이 이뤄지기를 생각하며 이른 봄부터 밭에 나간다. 비스듬히 누운 지줏대를 다시 세우고 추위로 말라버린 가지를 정리하여 차곡차곡 쌓는다. 그러면서도 여름의 태풍을 염려하며 온 봄을 지낸다.
강풍이나 폭우를 두려워 않는 농부는 작물을 끌어안고 찌는 여름을 보낸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이젠 기후마저 변하고 도수 높은 농약과 무거운 공해의 영향으로 벌 나비가 잘 오지 않는다. 가뜩이나 그런데 오랜 장마라도 계속되면 벌 나비가 날기를 포기한 채 어딘가에 꼭 꼭 더 숨어버린다. 그러면 과일나무의 꽃들이 제대로 수정하지 못하게 되어 열매가 매우 부실하게 된다. 이를 조금이라도 막아보기 위해 농부는 비싼 삯의 인부를 사서 몇 며칠을 붓으로 일일이 수정을 시키며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힘들고 치열했던 악조건을 이기고 꼭지로부터 탐스럽게 영글어 익어가는 열매를 바라볼 때면 농부의 보람찬 미소가 가슴 한 가운데로 뿌듯이 솟는다. 그 결실이 지금 우리가 상점에서 쉽게 대할 수 있는 달고 색깔 좋고 육질 좋은 과일들이다. 이 속에는 돈으로 계산 할 수 없는 뜨거운 땀과 숨은 소망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어렵고 힘들 때 생기던 모난 마음을 이기며 왔다. 가을 밤 농부는 둥근 보름달을 쳐다본다. 그래서 그런지 과일 모두도 다 보름달을 닮아 둥근 모양인가 보다. 언제나 둥근 마음을 지니고 싶어지는 한가위의 밤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