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 CD 리뷰] 영화제를 빛낸 부산월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콘서트 & CD 리뷰] 영화제를 빛낸 부산월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
  • 탁계석(음악평론가)
  • 승인 2012.10.13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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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가 굳건한 뿌리를 내리면서 관광객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 특히 젊은 관객과 세계 스타들의 이동에서 세련된 국제 감각이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부산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지난 6일 영화의전당 야외공연장에서 펼쳐진 오충근 지휘의 부산월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 공연 역시 시민의 가슴을 활짝 열어준 장쾌한 콘서트였다. 올해 두 번째 맞는 음악회이지만 벌써 첫 해의 호기심과 설렘에서 벗어나 성숙하고 안정된 분위기를 연출해 관객의 공감력이 매우 높았다.

무엇보다 야외공연장이면서도 음향 여건이 좋고 멀티한 스케일의 무대가 주는 긴장감은 어느 공간에서도 느낄 수 없는 영화의전당 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콘서트는 클래식을 기조로 하면서도 대중의 취향을 고려해 귀에 익숙한 클래식, 영화음악, 오페라 합창의 다양성을 보여줬다.

간략하면서도 명쾌한 해설, 군더더기 없는 진행을 보면서 오랫동안 클래식 불모지란 오명을 씻고 부산 공연문화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가능성도 보여주었다.

그것은 문화 관광 상품으로서 적합한 5천석이란 객석 수와 시민 접근성, 국내외에 알려진 영화의전당의 브랜드로 내수시장을 뛰어 넘는 마케팅을 한다면 공간도 살고
영화제도 사는 상생이 아닐까 싶다.

전체적으로 음악의 스토리 라인을 놓치지 않고 무대 영상과 조명을 잘 활용한 것은 관객이 지루할 틈 없이 공연을 관람하게 한 기획의 성과다. 합창단이 촛불을 들고 등장하는 장면이나 멋진 피날레 장식 연출도 실내 공간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이벤트다. 단지 안익태의 한국환상곡에서 애국가로 기립하게 하는 등의 강조는 8.15 기념행사 날이 아니라면 다소 썰렁한 계몽주의로 비취질 수 있음을 생각해 보았다.

알려진 레퍼토리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것은 좋지만 천편일률적인 행사용 음악회가 아니라 세계에 내 놓을 작품들을 창안해 내는 것도 지휘자의 힘이라고 믿는다.

통제가 거의 불가능한 야외 공연장에서 이만한 객석 분위기와 프로그램의 감동을 보여준 월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 공연은 이를 한 차원 높게 발전시키기 위해 비전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영화제가 해마다 새로운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세계 영화를 이끌어 간다면 음악 역시도 세계와 호흡하는 정신의 표출이 요구되는 것이 아닐까.

‘아시아를 여는 窓(창)’이란 구호를 내 건 만큼 오케스트라가 한 도시의 얼굴로 각광받으면서 새로운 문화를 이끌어갔으면 한다. 정부나 시의 지원을 받는 오케스트라나 예술단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작업을 하기엔 너무 경직되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민간의 자율성과 후원을 바탕으로 시민고객을 기쁘게 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 부산에 가면 월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이 있음을 세계 사람들이 알고 찾는 날은 언제쯤 올까. 아무튼 영화제를 빛낸 흐뭇하고 즐거운 음악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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