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리뷰]세계 합창사에 획을 그은 우효원 '천지창조'를 보고
[콘서트 리뷰]세계 합창사에 획을 그은 우효원 '천지창조'를 보고
  • 탁계석(음악평론가)
  • 승인 2012.10.22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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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하느님 ‘천지창조’의 문을 따고 비밀을 훔쳐냈다. 가히 충격적이었다. 하이든의 ‘천지창조’는 그야말로 캐캐묵은 고전이 아니겠는가. 7일간의 天地(천지) 세계를 창조한 작곡가는 세상 그 누구도 누릴 수 없는 기쁨이었으리라.

그는 밤 11시부터 새벽까지 천국의 문을 수없이 왕래하며 신비감을 악보에 퍼날랐다. 우효원 작곡가. 이미 세계 합창계에 알져진 터지만 ‘천지창조’를 통해 그가 세계적인 작곡가임을 새삼 확인했다.

솔직히 한국의 혼(Korean Spirit ∏) 포스터를 보았을 때 왠, 호들갑인가 했다. 보고나서는 바로 이거다. 한국의 얼, 한국의 문화를 녹여 세계에 새로운 K-Classic으로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창작의 길이 바로 이것이다! 라고 무릎을 쳤다.

평론가를 벌떡 일어나 기립 박수를 치게 한 것이다. 음악에 귀가 열린 청중들도 함께 세웠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사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는 국화가 자랄 수 없다고 언제가 한 시인이 토로하는 것을 보았다. 대가의 그늘이 그만큼 크고, 깊고, 광대하기 때문이다.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를 누가 쓴다고 잡을 수 있을까 . 하물며 ‘천지창조’와 맞짱을 뜨다니. 이런 힘과 에너지를 누가 갖고 있단 말인가. 그것도 여성이다. 그래서 누군가 한국의 향후 30년은 여성이 끌어간다고 했던가.

철저한 분석으로 ‘천지창조’를 디자인했다. 우선 비언어성이다. 그래서 그는 제목의 라틴어로만 가지고, 빛과 어둠, 소리, 음향으로 天地(천지)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금기시 된 톱 악기도 사용했고 한국을 상징한 놋그릇도, 징과 북, 장구도 등장했다. 고작 20개 미만의 악기로 오케스트라를 능가하는 현대음악을 창조한 것이다.

누가 현대음악은 졸린다라고 했던가. 실제 필자의 경험에도 우리 현대음악은 번번히 헛걸음치는 경우가 많았다.그런데 이 날은 천국의 보물상자를 발견한듯 호기심과 경탄으로 가득했다. 고작 아~아, 으~ 으~의 正歌(정가)를 어떤 텍스트 보다 강한 심오한 육성이었다.

한국음악이 아니면 표출할 수 없는 이것은 그레고리안찬트 보다 나아보였다. 태초에( In principio), 혼돈 (Chaos), 말씀 (Dixit) , 창조 ( Creatio), 안식 (Requietio) ,완전함(Perfetus), 창조 ( Creatio)의 7일은 빛과 어둠, 궁창, 땅과 식물, 광명체, 물고기와 새, 지상 동물과 사람 그리고 안식이었다.

정가와 합창, 합창 대금, 혼, 타악으로 창작 세계가 만들어졌다. 여기에는 수제천 등 우리의 전통음악이 깊숙이 베어 들어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음악 어법은 독창적이고 신비로운 음향적 세계를 조화로운 색채로 빛어진 것들이었다. 절제와 균형 그러면서도 시종 일관 긴장을 놓치 않는 가벼운 무대 조명이 따랐다.

라틴어 제목만으로 작품성을 설명하면서 언어성을 뛰어 넘는 천지 창조의 상황과 조우한 컨셉이 적효한 것이라고 본다. 여기에는 윤학원 지휘자와 함께 작업을 해온 공력이 들어간 것은 불문가지. 이것은 작곡가가 어떻게 키워지고, 작품성이 어떻게 완성되느냐의 과정을 보여준 점에서 앞으로 많은 국, 시립합창단이 귀감으로 삼아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결국 창작은 혼자서 하는 것은 아니고 훌륭한 파트너 십에 의해 무르익음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본다. 필자가 경제력만 있다면 최소 몇 억 연봉이라도 주어서 작곡가를 창작에 전념시키고 싶지만 우리 현실 어디에도 이를 호소할 분위기는 못된다.

인천시립합창단에서, 윤학원 지휘자에 의해 이렇게 탁월한 작곡가가 배출이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본다. 한 때 작곡가 출근 문제로, 작품의 저작권 문제로 작곡가가 마음이 어려웠다는 것을 전해 들었는데 이런 말을 들을 때 마다 천국과 지옥 갈 사람을 미리 좀 하느님이 알려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또 놀라운 것은 지금 양평군립미술관 청년 작가전에 누가 천지창조를 그린것이 아닌가. 미켈란젤로와 맞짱을 뜬 것이다. 작품이 좋았다. 영화감독 김기덕도 결국 미켈란젤로의 걸작 ‘피에따’로...  아, 그러고 보니 이미 클래식과 미술에도 싸이 바람이 오래전부터 불고 있었구나. 정말 우리가 세계로 나갈 수 있구나. 단지 오래된 제도와 낡은 시스템을 바꿀 필요조차 없이 서로 통하는 사람들 끼리 힘을 합해 새로운 세상은 열면 되겠구나.

그래서 밤 잠을 설쳤는지 모른다. K-Classic Music Festival 을 기획한 필자로서도 시류(時流)에 따르지 않고 작품 쓰는 작가를 찾아 나서서 함께 만들어 가야겠다는 용기를 주었다. 이번 ‘천지창조’를 한국의 모든 작곡가들에게도 들려주고 싶다. 부디 앙코르 공연을 하기 바란다. 우리 모두가 더 큰 비전을 갖기 위해서다. 인천시가 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는 바로 이런 인간 정신의 때 묻지 않은 ‘천지창조’의 정신을 구현할 때 꽃 피워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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