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리뷰] 학교 폭력 치유할 어린이 오페라 ‘모다 아름다운’
[오페라 리뷰] 학교 폭력 치유할 어린이 오페라 ‘모다 아름다운’
  • 탁계석(음악평론가)
  • 승인 2012.10.29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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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을 은유적으로 표현 아이들에게 교훈
세상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보는 현실주의자. 눈은 있으나 안목이 없어 제한적인 것만 보는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예술을 통해서도 영혼의 교감을 하는 사람. 우리의 사회가 경제 성장과 동떨어지게 예전보다 더욱 거칠고 삭막하며 팍팍한 환경에 노출된 것을 실감하는 때가 아닐까 한다.

특히 심각한 사회 문제로 등장한 학교 폭력, 왕따 문제, 청소년 자살은 당사자는 물론 사회의 고통으로 큰 상처를 안겨주고 가정과 학교, 사회의 신뢰까지 무너트리고 있다.

지난 10월19일,22일 금산다락원 대공연장에서 공연을 한 어린이 가족 오페라 ‘모다 아름다운’은 바로 산속에 사는 동물과 자연의 소재를 은유한 창작 오페라로 어린이 관객들에게 큰 공감을 끌어낸 성공작이었다.
쉽고도 의미 있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계를 긍정적이고 넓은 시야, 좋은 미적 정서를 제공한다는 것이 이 오페라의 취지다.

스토리에 등장한 호랑이, 토끼, 여우 번개, 사슴 구름, 두더지, 종달새 물 등으로 되어 있어서 이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실체를 쉽고 재미있게 소통함으로써 어린이 오페라의 요건을 잘 갖추고 있었다. 가장 힘이 센 것으로 알던 호랑이가 두더지를 흔들며 괴롭히는 장면에서 어린이들은 폭력에 대한 거부감을 내면화했고 가장 힘이 없는 두더지가 바위를 흔들 수 있는 힘이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소외된 약자에게도 희망을 준 비유법은 통쾌했다.

늘 캄캄한 땅속에만 갇혀 사는 두더지가 땅속에서 나와 생전처음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푸른 하늘 은하수... 반달 노래라도 부른다면 어떨까. 작품을 계속 다듬어 간다면 구성력이 좋은 어린이 오페라가 탄생된 것이라고 본다.

음악은 아이들 정서를 밝게 하고 정신도 건강, 사회성 길러져
어린이나 청소년기는 감수성이 때 묻지 않은 때여서 이때에 뭣을 보고 체험하느냐가 일생의 정서를 결정한다. 어머니들은 학교 입시가 제일인줄 알지만 스트레스를 쌓아둔 학생들은 부화가 걸려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좋은 정서로 풀어주면서 공부를 시키는 것이 효과적인 학습법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합창반, 오케스트라 하면 단체 생활로 성격도 밝아지고 성취가 있으니 즐거워 더 공부도 잘하는 학생이 많다고 일선 교사들은 말한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스스로 어떤 음악을 선택할 수 없는 나이에 부모나 학교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때 양질의 정서를 공급하면 좋은 정서는 나쁜 정서나 거친 음악을 물리칠 면역성이 생긴다. 그것은 마치 외갓집 할머니 집에서 자란 어린이들이 김치, 된장, 산나물 등의 우리 전통 음식을 좋아하게 되고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은 햄버거나 콜라 등에 길들여 식성이 서구화하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우리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오페라 작품 탄생
오페라는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시종 일관 태마 선율이 깔리면서 친화력을 끌어냈다. 아이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즐거워했다. 사실은 이런 어린이 오페라가 서양오페라를 보기 전에 먼저 보여야 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한국오페라에 대한 선호가 달라지지 않겠는가.

극작가 백훈기의 작품성과 장준근 작곡 및 지휘의 ‘모다 아름다운’ 오페라가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져 공연장은 물론 학교 및 각종 사회 시설 공간에서 지속적인 공연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백 마디 말이나 교훈 보다 예술로 승화된 작품을 보이는 것은 가장 강력한 폭력 예방의 효과적 수단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보이는 것만 보는 어른이나 보이는 것도 보지 못하는 입시만 생각하는 근시안의 어른들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는 인식을 한다면 말이다. ‘모다 아름다운’ 오페라는 힘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사랑과 배려, 우정이 아름답게 사는 세상임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모처럼 어린이 정서에 좋은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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