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칼럼] 참새
[詩가 있는 칼럼] 참새
  • 이용대(시인)
  • 승인 2012.12.14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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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솔방울 몇 개가
대문간에 앉아있다

여차하면 포로롱 날아 갈 태세면서
총총대는 두 다리는
툇마루로 올라 설 기세이다

인사도 없이 가버리는 철새들을 등진 채
낱 알 한 톨 없는데도 조석으로 찾아와
누가 왔나 안 왔나
인기척을 살핀다

태어 난 집에서 긴 겨울을
여상스럽게 지네며
눈비 고스란히 맞고도
토박이로 사는 진짜 새

기울어지는 처마지만
떠나지 않는 텃새이다.

<이용대 제4시집 -저 별에 가기까지-69쪽>

 
털색이 아름답지도 않고 몸체도 아주 자그마한, 그러나 어느 산이나 아무 들판에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새가 참새(진짜 새?)이다. 이들은 인가(人家)와 숲을 떼 지어 오가며 자주 집 마당에도 몰려와 먹이를 줍는다. 도심지를 빠져 교외로 나가자마자 바로 보게 되는 새. 참새를 보는 순간 문득 산골 고향을 떠올리기도 한다. 나뭇가지에 잠간 앉아있는 모습이 꼭 솔방울 같기도 하다. 날씨가 추워지면 많은 철새들이 작별의 말 한마디 없이 제 놀던 곳에서 떠나지만 이 새는 한 번도 태어난 곳을 버리지 않는다. 고관대작의 지붕인지 초간삼간의 용마루인지를 구별하지 않고 찾아들고 찾아간다. 그만큼 친숙하며 또 서민적인 새이다. 우리도 그 철새처럼 해서는 안 되는 것이며 참새처럼 진득해야 할 것이다. 진정으로 제 고장 제 나라를 아낄 줄 아는 것이 토박이 이고 텃새인 것이다. 그렇지도 않으면서 무지한 아집만 부리는 것은 볼썽사나운 텃세(勢)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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