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람들은 한국 사람을 존중해줍니다. 중국이나 일본보다 한국에 더 친근감을 가져요. 한국이 베트남전에 참전해 싸우기도 했는데 말이지요.”
호치민 시가지를 지나는 길에 김일규 전 베트남해병전우회장이 말을 꺼냈다.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이 자발적으로 베트남전에 뛰어들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김일규 회장은 지난해까지 베트남해병전우회장을 맡았다가 올초 조규석 회장한테 바통을 넘겼다고 했다.
“해외 각국에서 해병전우회가 찾아옵니다. 해마다 11월이면 다낭 인근의 해병대 주둔지인 호이안에서 베트남 학교에 장학금 전달식도 합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중국과 태국, 캄보디아 해병전우회와 한국 중앙회에서 수십명이 베트남을 찾아, 베트남해병전우회와 함께 장학금을 호이안교육위원회에 전달했다고 한다.장학금뿐 아니라 베트남 학교에 컴퓨터 등 물품도 지원한다는 게 김회장의 소개. 독일이나 미국의 해병전우회는 장학금 전달식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지원금을 보내오는 정성을 보였다고 한다.
“베트남은 한국에 우호적입니다. 한국과 수교한 이래 베트남 곳곳에 서 있던 민간인 희생자 위령비를 철거하기도 했습니다. 한국군에 의해 마을이 불살라지고, 민간인들이 희생된 경우도 있었거든요.”
한국에 대한 증오심을 조장하지 않으려는 베트남 정부의 배려라는 것이다.김회장은 이렇게 말하며, 우리도 베트남 사람들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혹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군 베테랑들이 전적지를 방문하기도 합니다.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여행이지요. 그러다가 격전을 치른 곳에서 감정에 격해진 나머지 군복으로 갈아입고 군가를 부르는 일도 있어요. 그런 일은 삼가야 합니다. 현지 사람들에게 아픈 상처를 되살리는 일이 될 수 있잖아요.”
김일규 회장은 호치민시에서 물류 포워딩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선배 개업식에 왔다가 시작한 베트남 생활이 벌써 11년째라고 한다.김일규 회장을 만난 것은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캄보디아 김정욱 회장 덕분이었다.캄보디아에서 독도 알리기 사진전 등을 개최해온 김정욱회장이 호치민을 방문하는 날짜가 우연히 기자와 겹쳐, 해병대 후배인 김일규회장을 현지에서 소개한 것.
김일규 회장은 기자를 위해 코리안타운인 신도시의 푸미흥과 시내의 대통령궁, 노트르담성당, 벤탄시장, 오페라하우스. 시청사 등을 안내해주기도 했다.베트남 호치민시의 한인수는 8만명 내외. 해병전우회로 가입한 인사가 약 200명에 이르며, 30-40명은 잦은 교류를 갖고 있다고 김회장은 소개했다.
이날도 김회장의 해병대 후배로 건설회사를 하고 있는 전홍민 사장도 함께 했다.그는 시내를 돌며, “금호건설이 베트남 건설기술 수준을 10% 이상 업그레이드시켰다”면서, 한국 건설업체들의 기여를 자랑했다.호치민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현대건설이 지었고, 최고급 호텔은 삼성건설이 지었으며, 베트남 최초의 백화점도 한국업체가 짓는 등 한국업체들이 많은 공사를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