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유인태 김병준 최장집 조경태
[시론] 유인태 김병준 최장집 조경태
  • 전대열<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 승인 2013.12.2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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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은 정치 시사 칼럼을 써왔지만 살아있는 사람 네 명의 이름만 제목으로 내걸기는 처음이다. 돌아가신 분 중에서 안중근, 윤봉길, 김구 등 조국광복을 위해서 헌신하신 분들의 고귀한 행적을 기리기 위한 글을 쓰면서 제목을 성명 삼자로 한 일은 있지만,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여간해서 잘 거론하지 않는다.

더구나 근래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여야정치권의 민감한 반응도 고려해야 되기 때문에 한쪽에 치우친 논평을 하기는 주저될 때가 없지 않다. 하기야 온갖 매체를 통해서 전해지는 칼럼의 주장이 황희정승 식 ‘네 말도 맞고 너도 옳다.’는 식으로 쓴다면 어떤 독자가 그런 글을 읽으려고 하겠는가. 차라리 김빠진 맥주를 마시고 있지 양시양비는 독자가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은 돌고 돈다. 유신독재시절 신민당 대표최고위원 이철승은 중도통합론을 세상에 내놨다가 치도곤을 맞는다. 유신정권은 긴급조치를 발동시켜 정부에 대한 비판을 엄금했다. 재야에서 이를 비판하면 모든 언론은 입을 다물었다.

외신기자회견을 통해서 외국 언론에 이를 공표하면 국가모독죄로 잡아넣었다. 지금은 이 죄목이 형법에서 사라졌지만 필자는 이 죄목으로 구속 기소되어 긴급조치와 경합하여 징역 5년을 선고 받은 경력이 있다. 이처럼 험악했던 시절 이철승의 중도통합론은 재야세력과 국민들의 눈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소위 ‘사꾸라’로 매도되었다. 그와 경쟁관계에 있던 김영삼, 김대중 세력은 다투어 이철승을 유신 선전부장으로 몰았다.

소위 10.26이후 세상이 뒤바뀌면서 이철승을 공격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중도통합만이 옳은 길이라고 역설하기 시작한다. 이철승이 주장하던 중도통합론은 민주화 이후에도 가장 합리적인 정책노선으로 평가받으며 새로운 역사의 조명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도 중도통합론은 세상을 걱정하는 이들의 주된 담론이다.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 여기에 덧붙여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 극좌와 극우다. 인류 역사가 있어 오면서 보수, 진보가 없었던 때는 한 번도 없었으며 언제나 좌와 우로 갈라져 있다. 그들은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는 관계일 뿐 적이 아니다. 어느 한쪽이 득세하더라도 세월이 흐르다보면 또 다른 쪽에서 권력을 잡게 되는 이치 속에서 세계는 발전해왔다.

문제는 극단적인 좌파세력과 우파세력에 있다. 그들의 두뇌는 오직 상대방의 처절한 몰락만 기대한다. 함께 더불어 살기보다 상대를 거꾸러뜨리고 자신만이 우뚝 서고 싶어 한다. 견제와 경쟁을 통해서 어떻게 하면 국가와 민족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정도인데 이들은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다. 그러기에 눈만 뜨면 어떻게 하더라도 상대의 약점을 들춰내고 곤경에 빠뜨릴까 하는 것만 연구한다.

지금 한국의 정치세력은 크게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양당구도로 되어 있다. 그런데 여당인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하부기관으로 전락한 양 오직 대통령의 눈치만 살피는 행태를 보인다. 국회 다수당이면서도 스스로 국회 선진화법을 만들어 ‘다수결 원칙’이라는 헌법 규정을 무시하고 손과 발을 묶어버렸다.

야당인 민주당은 친노세력의 고성장담(高聲壯談)에 짓눌려 합리적 균형감각을 잃고 말았다. 여당을 견제하면서 정치적 대안 제시로 국민의 신뢰를 획득하여 수권정당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차기를 기약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투사적 면모만을 과시하려고 한다. 풍차에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저돌적인 모습이 떠오른다.

이런 판국에 제목으로 내건 네 분의 현역들이 야권을 향하여 쓴 소리를 했다. 유인태는 노무현 정권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3선 중진 현역의원이며, 김병준은 노정권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한 국민대 교수다. 최장집은 세상이 다 아는 고려대 명예교수지만 얼마 전까지 안철수와 새로운 정치를 시도하는 주요임무를 띄고 있었다.

조경태는 지역감정 정치가 판치는 부산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3선을 한 현역의원이다. 이들의 경력이 말해주는 것처럼 야권에서는 최고 중진의 위치에 있다. 그들이 하나같이 현재의 국회 운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쏟았다.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자기가 속해 있거나 야권으로 분류되는 자신의 입장을 팽개치고 민주당에 대한 호된 비판을 주저하지 않는다.

합리적인 진보와 보수 필요성을 역설하거나, 국정원 댓글에 매달려 정당의 본질인 정책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음을 개탄한다. 진보나 보수보다 경제 개선을 촉진할 수 있어야함을 강조한다. 섣부른 대선행보에 나선 문재인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들 네 분의 이야기는 결국 하나로 모아진다. 극좌세력에 휘둘리는 민주당이 균형감각을 되찾아 정치 본래의 견제와 경쟁관계를 회복하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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