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사관대 신경호 교수를 찾아 동경 가메이도의 수림외국어학교를 찾은 것은 재일민단 신년하례회 이튿날인 1월10일이었다.
수림외국어학교는 과거 중앙대 재단이던 수림장학재단(현 수림재단)의 고(故) 김희수 이사장이 세운 학교다. 수림재단 상임이사로 있는 신교수는 이 학교 총장도 겸하고 있다. 2층에 있는 총장실에는 김희수 이사장의 사진도 걸려 있었다.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서 다시한일관계가 악화됐어요. 과연 어디까지 악화될 수 있을까요? 밑바닥이 어디일까요?” 구면인 탓에 자리에 앉자마자,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아베 총리도 궁여지책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았나 싶어요. 일본 학자들의 얘기를 들으면, 한일간에 관계개선의 계기가 되는 접점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을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겁니다." 신교수는 더 악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낙관론을 폈다.
“일본이 지향하는 보통국가라는 게 군대를 보유한 국가, 전쟁을 치를 수 있는 국가라는 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헌법을 바꾸고, 또 자위대를 군대로 바꾸는 데로까지 가지 않을까요?” 이 질문에 신교수는 “그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한국과 중국에 크게 얽혀있어요. 정치적으로 우경화 행보를 계속할 경우 경제적 영역에서 피해가 일어납니다. 한중일의 경제 주도세력들이 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지요.”
신교수는 한중일간에 정치적으로 삐걱거리지 경제적으로는 건전하다고 말했다. 삼국 사이의 무역볼륨도 커졌고, 경제의존도도 심화됐다는 것이다. 향후 정국에 대해 그가 낙관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정부간 교류가 일시 경색돼 있어도, 민간의 교류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문화교류와 젊은이들의 교류, 지방자치단체간 교류는 더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신교수는 스스로도 학생들의 교류를 포함해 다양한 교류를 진행해왔다고 소개했다. “오는 2월3일부터 국사관대 학생들 70여명이 전남대와 고려대 한양대에 한달 기간 문화체험을 갑니다. 제가 이끌고 가지요. 가서 한국어도 익히고 한국 문화도 체험합니다.”
신교수는 이 같은 학생교류가 올해로 이미 13년째라고 한다. 그가 일본 국사관대 교수로 임용되면서 시작된 이 학생교류를 통해 이미 국사관대의 학생 1700명 가량이 한국을 다녀갔다는 것이다.
국사관대 뿐 아니라 그가 총장으로 있는 수림외국어학교의 학생들도 한국을 방문해 한국 청소년들과 교류를 한다. 얼마전에는 일본 강담사와 수림외국어학교가 함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일본중교고생 32명을 한국에 보내 K-pop도 익히고, 한국젊은이들과 교류하게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