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2·3세 아이들 한국으로 초대해요”
“한인 2·3세 아이들 한국으로 초대해요”
  • 이호근 기자
  • 승인 2014.05.23 0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소헌영 유엔국제소년연맹 이사장

▲ 소헌영 유엔국제소년연맹·세계평화나눔재단 이사장
“그냥 재미있어요. 아이들하고 같이 있으면 너무 재밌어서”

5월8일 반존사(반기문을 존경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동행한 기자가 “왜 그 일을 하시느냐”고 물었을 때 소헌영 유엔국제소년연맹 이사장은 이렇게 답했다. 올해로 3번째, 사비를 털어 전 세계의 한인 2·3세 아이들을 한국으로 초대해 ‘지구촌 아이들 대축제’를 여는 소헌영 이사장을 20일 구로디지털단지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소 이사장은 10월20일부터 30일까지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터키, 에티오피아, 태국, 몽골, 인도, 베트남, 필리핀, 뉴질랜드, 호주,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세계 20개국에서 46명의 아이들을 한국으로 초대한다. 각 나라에서 한인 2세·3세 아이 1명과 현지 아이 1명씩 선발했고, 올해는 처음으로 장애인 2명도 함께 하기로 했다.

“원래는 ‘한민족 청소년 보호재단’의 이름으로 2000년도부터 한인 2세, 3세 아이들을 초청했었는데 2012년부터 현지 아이들까지 초청하면서 이름을 ‘지구촌 아이들 대축제’로 바꿨다”는 소 이사장.

유엔국제소년연맹의 뿌리는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0살 때까지는 집이 잘 살았어요. 제가 9남매의 막내이다보니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는데 오랫동안 위암을 앓다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재산을 다 탕진해 어려워지는 탓에 공부를 못했죠.” 그래서 소 이사장은 늘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돕고 싶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삼성전자 대리점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자 ‘대한근로청소년장학회’를 설립해 중학교만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시계 공장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며 야간 고등학교를 보냈다. “제가 30대 초반일 땐데, 성동구 지역 국회의원이던 이세기 의원님을 고문으로 모시고 시계 공장의 대표를 설득해 2시간 일찍 퇴근시키도록 만들어 성동기계공고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86년까지 이 같은 형식으로 1년에 약 30명 정도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그러다 88올림픽 전 청계천으로 덤핑이 나가면서 대리점 사정이 안 좋아졌다. 이때 환경부장관을 역임한 황산성 변호사를 알게 됐고, 소 이사장은 87년부터 전국의 소년원을 돌며 교화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영상교육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소년원에서 명화를 보여주고 소감문을 써서 상을 주는 방식으로 교화활동을 했죠. 목사든, 스님이든, 신부님이든 아이들이 반길 수 있는 방법으로 해야지, 말로 백 마디해도 소용없어요.”

소 이사장은 대한근로청소년장학회를 ‘한국영상교화봉사단중앙회’로 바꿔 교화활동을 해나갔다. 좋은 영화를 보고 감동을 하면서 아이들이 교화됨을 느낀 소 이사장의 봉사는 2000년도까지 이어졌다.

“여행도 좋아하고, 사업 차 해외에 나갈 일이 많았는데 소년원에서 교화활동을 하다보니까 해외의 소년원을 견학하게 됐지요. 가서 보니까 한국 아이들도 드문드문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해외동포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해외동포 2세, 3세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관심을 갖고 보니까 아이들이 모양새는 한국 사람인데 한국말을 하나도 못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싶어 적은 수라도 내가 힘닿는 한 해외의 아이들에게 한국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동포들이 많지 않은 사회에서는 궁금증도 많고, 어려움도 많지만 자신과 똑같은 사람들이 사는 대한민국에 온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조국을 느끼고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성장한다면 분명 조국을 잊지 않지는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래서 2000년부터 준비해 2001년도 첫 해에는 태국에서만 18명의 한인동포 아이들을 초청했다. 지금도 어떤 일로 가든지 간에 해외에 나가면 대사관과 한인회, 한인학교를 꼭 들러서 오는 소 이사장은 당시에도 태국으로 여행갔다가 한인회를 찾았다. 당시는 전원수 한인회장은 태국 이민 40년 기념으로 한인학교를 세웠던 때였다. 전 회장에게 한인 아이들을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자 한인학교 설립 기념으로 태국 아이들만 초청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상의 끝에 태국에서만 아이들을 초청하기로 하고 7월20일부터 7박8일간 한국 문화체험에 나섰다.

점점 많은 국가에서 많은 아이들을 초대하게 됐고, 2012년에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재임이 확정된 것을 계기로 범위를 넓혀 현지 아이들도 초대해야 겠다는 생각에 세계평화나눔재단과 유엔국제소년연맹을 발족했다.

대사관과 한인회 등에 협조를 얻어 ‘나눔과 평화’를 주제로 글짓기를 공모해 선별한 아이들을 초대한다. 한국 일정 중에는 국회 헌정회관에서 자신의 글짓기를 한국어로 스피치하는 시간도 있다. 외국 아이도 예외 없이 일부만이라도 한국어로 스피치 해야 한다.

한인회나 대사관 주최로 각 나라에서 글짓기 대회와 한국말 대회의 예선을 치러 우승한 아이들을 초청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어려움이 많아 대사관과 한인회에 이임했다. 현재는 글짓기 대회를 통해 각 나라 대사관과 한인회장의 추천을 받은 아이들이 대상이다.

우연한 기회에 유엔 산하의 유일한 세계적 장애인 단체와 연이 닿아 MOU를 맺어 올해는 장애인 2명도 초대하게 됐다. 아이들은 9박 10일간 현충원, 경복궁, 용산 전쟁기념관, 전주한옥마을, 무주 태권도 체험, 경주, 포스코 등을 견학하고, 재동초등학교 아이들과 운동회도 함께 하는 등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게 된다.

“작년에는 독도에 방문했었는데 돌아오는 배가 뜨지 않아 뒤의 일정이 엉망이 됐지 뭡니까.” 그래서 올해는 독립기념관의 독도의 날 행사로 대신했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프로그램도 성숙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금껏 혼자 이런 일을 해온 소 이사장을 돕겠다는 이들도 생겼다. 작년 행사에는 포스코 등 여러 기업에서 버스를 대절해주고, 숙식을 제공해주는 등 금전적 지원 대신 필요한 지원을 해줬다. 올해는 아예 스폰서가 나타났다. 30년 간 소 이사장의 활동을 옆에서 지켜본 송길호 ㈜골프업월드 대표가 비용을 대기로 한 것. 송 대표는 “취지가 좋아서 1회 때부터 참여는 했었지만 크게 도움이 못됐다. 이제 좀 자리가 잡히니 좋은 일에 동참해야겠다 싶어서 적극적으로 후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시 한 번 소 이사장에게 사비까지 털어가며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유산이 무언지 물었다. 소 이사장은 엉뚱하게도 “북한의 아이들을 초청하고 싶어 10년 동안 북한에 12번을 다녀왔지만 한 번도 초청을 못해 안타까움이 크다”면서 “한민족인데도 사상이 다르기 때문에 초청을 못했다”고 말했다. 그리곤 “억지로 교류가 되는 건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교류가 이뤄진다면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는 최소한 지금보다는 나은 세상이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이 주축이 돼서 지구촌 아이들이 교류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을 만들고 싶다는 소 이사장.

“많은 아이들을 불러 대한민국의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요. 생각 같아선 많은 아이들을 부르고 싶지만, 적은 숫자라도 대한민국이 주축이 된 평화와 나눔을 몸에 담고 가면 지금은 느낄 수 없더라도 생각하는 것이 아무래도 다를 테고, 그러면 언젠가는 조금이라도 좋은 세상이 되지 않겠어요?”

▲ 소헌영 이사장과 이번 행사를 후원하는 송길호(주)골프업월드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