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생 수보다 교사가 더 많지요”
“한국 학생 수보다 교사가 더 많지요”
  • 이호근 기자
  • 승인 2014.07.1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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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상운 오만 무스카티한글학교 교사

“오만에는 한글학교가 하나 있어요. 유치부, 초등, 중등 다 합쳐서 아이들은 3명뿐이지요.”

재외한글학교 교사 초청연수를 위해 오만에서 날아온 최상운 교사의 말이다. 최 교사의 아내가 교장을 맡고 있는 오만 무스카티한글학교에는 최 교사 부부 내외에 한 명의 선생님이 더 있고, 최 교사 부부의 자녀 두 명이 보조교사로 활동 중이라고 했다. 교사는 총 다섯인데, 한국 학생들은 세 명 뿐이라는 것. 최 교사는 “아이들이 별로 없으니 재미가 없고, 정들만하면 가버린다”면서 아쉬워했다. 바라는 점이 있느냐는 물음에도 “그저 아이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는 답을 내놨다.

오만은 중동에 있지만 사막국가가 아닌 이 나라에는 산도 있고, 물도 풍부하며 자연이 좋아 짧은 휴식을 지내기에 아주 좋은 나라다. 산유국으로 외국인들이 와서 일을 하지 않으면 경제가 돌아가기 힘들기 때문에 외국인들에 대한 정책적인 부분이 잘 되어 있고 안전하다. 이런 이유에서 오만에는 많은 외국 기업이 들어와 있다. 우리나라의 기업도 6~7개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곳에는 주재원 부모들을 따라 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한국기업이 많아지면 아이들이 많아지고, 한국기업이 빠지면 아이들도 없다. 주재원으로 오만에 오는 경우 대게 3년을 머무르다 가기 때문에 부모들은 한국어보다 영어를 중시한다. 한국에 다시 복귀하기 위해서는 한국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최 교사의 답은 NO다.

“두바이나 인근의 나라에는 입시학원 같은 한국학원이 있어 그곳에 다니지만 오만에는 한국학원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오만에 있는 동안 집중적으로 영어를 하고, 방학을 이용해 한국에 가서 3개월을 집중적으로 학원에 다니면서 한국 수업을 병행하죠.” 결국 한국 관련 교육은 한국에서 담당하고, 현지의 한글학교는 순위 밖으로 밀려난다는 소리다. 최 교사는 “오죽하면 부모 중 한 쪽이 한국인인 다문화 가정에 거의 통사정을 해서 반강제적으로 아이들을 나오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저 아이들이 한국을 알아야 하는데…’하는 간절함을 느껴 아이들에게 나오도록 사정한다고 했다.

그래서 한글학교에서는 현지 아랍인들에게도 한글을 가르친다. 처음 최 교사 부부가 오만으로 건너간 것은 2007년. 당시 오만에는 12명의 한국 아이들이 있었지만 한글학교는 없었다. 한글학교의 필요성을 느낀 대사관에서 한글학교 설립을 주도했지만 짧은 기간 머무르는 주재원 중 교사를 찾기는 힘들었다. 현지에서 사업할 생각으로 이주한 이들 부부가 교사로 신청했고, 결국 2009년 한글학교가 세워졌다.

그리고 이듬해, 외국인들로부터 “한국어를 배울 교육기관이 없느냐”는 문의를 많이 받아온 대사관은 한글학교에 외국인들의 교육도 요청했다. 최 교사는 “외국인들을 처음 받기 시작한 해부터 지금까지 항상 현지 학생들이 더 많다”고 했다. 한류의 영향인지 최근에는 요르단이나 필리핀 등 제 3국의 학생들도 몰려든단다. 제3국인들은 한국 기업의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만 사람들은 순수하게 한국 드라마나 K-POP을 접하고 한국어를 배우려 한다고 덧붙였다.

매년 10월에는 한글학교 학생들 외에 다른 지역의 한국 학생들까지 모두 모아 한글날 기념 글짓기 대회를 하고, 11월에는 오만 학생들과 함께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여는데 현지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전했다.

그는 “현지인들은 더 빨리, 더 많이 배우길 원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공간이 없어 일주일에 한 번 스페인 학원을 빌려 쓰는데 일주일에 한 번으로는 더 많이 공부하기를 원하는 현지인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이들 부부는 8월 도시로 이사하면서 평일 4시 이후에는 집을 개방해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글만 배워서 될 것이 아니라 음식도 중요하고, 한국인들의 생활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집을 오픈하겠다는 것. 진작부터 하고 싶던 것인데 비자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시간이 걸렸다며, 언제까지 이렇게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감행했다고 했다. 온 가족이 집까지 오픈해가면서 열정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열정적인 그의 바람은 단 하나다.

“말을 잘 듣는 학생이든 안 듣는 학생이든 그저 한국학생만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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