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한국그림이 없는 곳이 없게 하겠다”
“지구상에 한국그림이 없는 곳이 없게 하겠다”
  • 김운하(본지 해외편집위원)
  • 승인 2015.06.1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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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계 미술가들의 공동체 ‘아스로파’ 조직한 소병근 화가
▲ 그린판 식당에서 만난 소병근 화백 부부. 오른쪽부터 소병근 화백, 황병진 부인, 김운하 편집위원, 김충자 여사.

소병근 화백처럼 만나기가 어려운 미술가는 이 세상에서 드물 것이다. 주소와 가족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분명히 있지만, 그는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미술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그는 1995년 ‘아스로파 국제예술교류작품연구회’를 창립하여 전 세계를 돌아다니다시피 하고 있다.

‘아스로파’는 아시아(Asia)와 유럽(Europa)을 합성한 말로 아시아와 유럽의 미술교류를 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횟수를 거듭하면서 점점 참여 국가가 늘어났다. 올해 3월12일부터 4월20일까지 한국 군산시 예깊 화랑에서 열린 제 29회 전시회의 경우, 42개국에서 59명의 화가들이 참여했다.

비엔나 앙게반테 국립미술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한 건축학 박사로서 군산 서해대학 실내디자인과 교수를 10년간 지내기도 한 소 화백은 아스로파의 국제미술교류전을 매년 1회 내지 수회씩 조직하고 있다. 마침 군산 국제전을 마치고 비엔나 한인문화회관에서 전시회를 연다기에 부인에게 단단히 부탁해 그를 붙잡았다.

5월부터 7월까지 열리는 소 화백의 비엔나 한인문화회관 미술전에서는 그의 추상화적인 수채화들과 유화, 여인화, 콜라주 등 50여점이 전시된다. 판매액 90%가 비엔나 한인문화회관의 발전을 위해 기증될 것이라고 했다.

비엔나 ‘그린 판’ 식당에서 서로가 첫 인사를 나누었을 때, 소 박사는 대뜸 누드화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기자의 미술취향을 묻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소 화백의 전문이 ‘나체화 드로잉’ 임을 조금 알고 있기 때문에, “인류는 처음부터 나체화를 좋아 하지 않았냐”면서 누드화에 대한 이해가 있음을 내비췄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미술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33년 전 인가요? 1982년경부터 누드 드로잉(Nude Drawing)을 시작했어요. 그로부터 10년간 1992년까지는 누드화를 중심으로 솔로 전시회를 가졌지요.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솔로전시회를 63회, 그룹전시회를 400여회 가졌어요.” 소 화백은 그가 그린 나체화 드로잉들과 그 드로잉들이 인쇄된 전시회 프로그램들을 보여주면서 누드화와 얽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외국이름이 클레멘스(Clemens)인 소 화백의 나체화가 그의 외국이름처럼 한국인들에겐 낯 선 느낌을 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건축대학졸업 후 설계사무소에서 열심히 설계도면을 많이 그렸던 탓인지 그의 나체화의 기본은 선이지만, 동서양의 다양한 염료, 콜라주 기법 등을 차용, 화폭에 풍부한 입체감을 불어넣었다.

그의 나체화는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타이탄의 ‘우르비노의 비너스’와 같은 15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나체화와 거리가 멀다. 프란시스코 고야의 ‘마야 부인’과 인상파들의 나체화들과 같이 중산화, 서민화 된 19세기의 나체화들과도 거리가 멀다.

▲ (왼쪽 사진) 소병근 화백의 오일 추상화, (오른쪽 사진) 소병근 화백의 여인화.

소 화백의 나체화는 어쩌면 피부가 검붉은 남태평양 폴리네시안 여인들의 나체화를 그린 폴 고갱, 빨간 모자를 쓰고 유방을 드러낸 성모 마리아를 그린 에드바르드 뭉크, 기형적인 선과 기하학적 모형의 입체적 나체화(The Dryad 등)를 그린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과 비교할 수 있을 듯 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서 수없이 많은 창녀들의 나체화를 직설적으로 그린 에곤 쉴레의 영향도 느껴진다. 소 화백의 어떤 나체화에는 풍만한 젖가슴과 히프가 나오다가도 중요한 곳에 신문지 뭉치 같은 콜라주가 붙어있기도 한다. 검은 먹으로 문지르기도 했다. 낡은 가치관과 미학에 반대, 탈구조적인 혁신을 꾀했던 게으르그 바젤리츠, 게르하르트 릿히터, 안젤름 키퍼, 외르그 임멘도르프 등 독일 현대거장들의 신표현주의의 기법을 아우르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동서미술을 접목시키려는 아스로파 운동은 오스트리아에서 미술활동을 하면서 참가한 3회에 걸친 비엔나 유엔 시티 국제회화전, 벨스에서 개최된 제3 세계 화가초대전, 리히텐쉬타인에서 개최된 아시아-아프리카 화가 초대전 등에 참가한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에요.” 소 화백은 아스로파 국제예술교류 사업으로 화제를 바꾸었다.

“미술가들이 공동으로 그들 각자의 작품을 전시하고, 그림을 팔아 돈도 벌고, 합숙을 하면서 서로 배우고, 함께 그리고, 함께 대화를 나누고 하는 생활을 꿈꾸었어요. 세계의 미술가들이 서로 우정과 사랑을 나누고 아름다움이 중심이 되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지요. 미술가 낙원을 세상에 펼쳐 나가는 운동 중 하나입니다.”

2010년 서해대학에서 은퇴한 후로는 아스로파 운동에 온 정력을 쏟고 있다는 소 화백은 미술가들의 낙원건설을 위해 오스트리아에서는 비엔나 근교에 있는 매들링 여름 아카데미와 헝가리에 있는 부다페스트 여름 아카데미의 미술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러면서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미술 심포지엄과 워크숍, 축제, 캠프, 공동체 콜로니의 강사로도 활동한다.

소 화백은 아스로파 운동이 2000년도부터 ‘작품연구 회원전’의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전시회에 참가하는 지구촌의 미술가들이 자기나라에 아스로파 국제교류작품연구회전을 유치하도록 도와주는 운동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술전을 많이 개최한 도시들은 한국에서는 서울, 군산, 장수 등이었으며 해외는 비엔나, 부다페스트, 오사카, 나이로비, 매들링, 드라바 등이었다고 말했다.

1남1녀의 자녀를 둔 소 화백은 전북 군산 출생. 전주고, 전북대졸 후 건축설계 사무소에서 일하다 오스트리아로 유학 왔다. 오스트리아 생활 중 한인사회와 한국을 위해서도 많은 일을 했다. 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 부회장으로도 수고를 했다. 2012년과 2013년엔 한국-오스트리아 수교 99주년, 수교 100주년 기념전을 비엔나 한인문화회관에서 열기도 했다. 이런 공로로 한국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소 화백의 아스로파 국제교류미술전 사업 등을 항상 돕고 있는 부인 황병진 여사도, 재오스트리아한인연합회 사무총장, 재오스트리아 한인간호사협회회장, 비엔나한인여성문우회 회장 등의 봉사로, 2014년 박근혜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동안 개인전시회와 그룹 전시회 등을 비롯, 각종 집회의 강사 등으로 50여개국을 방문했을 때 그 나라의 지도자들과 시장 등에게 자신의 그림을 기증했다는 소 화백은 앞으로도 계속 한국과 한국 미술을 소개하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구상에 한국그림이 없는 곳이 없도록 하고 싶어요. 미술관이나 박물관, 학교나 시장실, 어디에나 한국그림이 있도록 하자는 것이 저의 마지막 꿈이에요.” 유네스코 미술가회원이기도 한 소 화백은 아직도 정정한 목소리로 자신의 마지막 포부를 강조했다.

현재 한국실내디자인학회 이사, 한국산업디자이너협회와 광주산업디자인협회 회원으로 조국과도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는 소 화백은 세계 여러 나라 학생 200~300명이 참여하는 미술 워크숍도 조직해 ‘글로벌 한류미술’을 알려 나가고 있는 데에도 신바람을 느끼고 있다면서 껄껄 웃었다.
 

▲ 비엔나 한인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소병근화백 미술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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