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時論] 특수활동비는 아직도 쌈짓돈이구나
[전대열時論] 특수활동비는 아직도 쌈짓돈이구나
  • 전대열(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 승인 2015.11.02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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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처럼 ‘특’이라는 글자 하나가 갖는 위세가 유별난 나라는 별로 없다. 그 중에서도 가장 남발되는 게 특검이다. 무슨 일만 터지면 전매특허로 등장하는 게 특검인데 이를 활용하는 데 이골이 나기는 야당을 덮어 먹을 장사가 없다.

정치적으로 여권과 대척점에 서있기 때문에 공격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 특검을 활용하고 싶은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방어적 입장에 있는 여당에서는 가급적 이를 묵살하려고 하지만 정치공세가 가열되면 마지못해 동의해주는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검이 만능은 아니지만 그나마 야당에서는 특검으로라도 실마리를 풀어본다는 실체접근 방법을 채택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특검이 있었지만 문제가 확연하게 풀린 경우는 보지 못했다.

엄청난 경비를 들여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이상 특검을 운영한 경험이 있지만 국민들의 인상은 심드렁할 뿐이다. 그 외에도 특위, 특감, 특보, 특석, 특실, 특허 등등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특으로 이어지는 위압적인 구조가 판을 친다.

이번에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김수남의 프로필에도 어김없이 ‘특수 수사통’이 들어있다. 검사들은 이런 평을 좋아하는 것일까. 예전에 신건이라는 검사가 수백 명에 달하는 국유지 사기범들을 일망타진하여 나라재산을 지켜냈다는 평을 들으며 특수수사의 원조가 되었다.

아무튼 ‘특’자를 사랑하다보니 음식점에도 특별메뉴가 있고, 음악회장에서도 돈을 많이 내면 특별석에 앉힌다. 호텔이나 종합병원 특실은 일반서민들이 엄두도 내지 못할 거액을 지불해야 이용이 가능하다.

과거 권위주의 독재정권 시절 치안본부 직할로 특수수사과라는 게 광화문 조선일보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은 건물이 헐려 파이낸션빌딩이라는 고층건물이 들어서 있는데 나는 신군부 세력이 12.12사건을 일으킨 직후 이곳에 끌려간 일이 있다.

중앙정보부나 보안사에는 여려 차례 붙잡혀 갔었지만 특수수사과는 처음이었다. 여기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나름대로 사명감을 가지고 국가를 위해서 봉사한다고 호언장담하면서 필자를 인격적으로 대해줬다. 큼지막한 경제사범이나 대형사건을 주로 수사하는 곳이어서 그런 범죄자들은 극히 두려워하는 곳이었지만 정치적 사건은 별로 취급하지 않는 곳이었다.

게다가 나를 연행한 것도 군부에 대한 저항세력의 조직화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것이었는지 ‘특수수사’는 하지 않고 시일만 보내다가 보름 후에 계엄사 소령 한 사람이 찾아와 주의사항을 낭독한 다음 친절하게 집까지 데려다줬다. 특수라는 이름으로 영장도 없이 인신을 구속할 수 있었던 시절이다.

그런데 지금도 특수라는 이름이 붙기만 하면 내 마음대로 국민의 혈세를 써도 괜찮은 예산이 나돌아 다니고 있어 과연 이럴 수 있는 것인가 의아해진다. 물론 한 나라의 정권을 유지하려면 국가안보를 위해서 비밀리에 지출하지 않으면 안 되는 비용이 있으리라는 것쯤 모르는 사람은 없다.

국가예산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정성껏 납부한 세금을 쪼개서 국민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기 때문에 한 푼이라도 아끼고 절약하여 꼭 요긴한 곳에만 사용해야 예산의 효율성이 살아날 것이다.

조자룡 헌 칼 쓰듯 어차피 거둬들인 돈인데 있을 때 마구 써보자는 식이라면 그 나라의 경제는 망조가 들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예산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심의 결정한다. 예산 심의에 들어가기 전에 지난 해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 여부를 국정감사를 통해서 가려낸다.

국감은 정부부처로서는 1년에 한 차례씩 맞이하는 홍역이다. 국회의원들의 마구잡이식 자료요청과 증인신청에 자칫 차질이 있으면 혼쭐이 난다. 내년도 예산도 칼질 당하기 쉽다. 국감에 임하는 부처 장관들의 자세는 완전히 ‘을’의 행태가 된다.

그런데 ‘특수 활동비’ 심의에 들어가면 국회의원도, 정부부처도 짜고 치는 뭣처럼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 특성을 가졌다. 내 주머니 채우는 일이기 때문에 찍고 까불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특수 활동비는 주로 권력기관에서 많이 사용하는 돈이지만 비밀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국회에서도 이 돈은 쌈짓돈이다.

금융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에서 돈의 행방을 좇을 수 있는 영수증 첩부가 생략된 공금이기 때문에 먹고 나면 그뿐이다. 눈먼 돈이다. 헌재소장에 내정된 인사가 과거에 이 돈을 허투루 썼다고 해서 낙마했는데 홍준표와 송영길은 당당하게 “아들 해외유학비와 생활비로 사용했다”고 밝혀 여론의 도마에 올랐으나 흐지부지되었다.

나라를 위해서 써야할 돈이 개인 돈으로 변한 두드러진 사례다. 내년도 특수활동비는 8891억으로 역대 최고액수다. 금년보다 80억 이상 늘어났다. 힘이 있는 기관은 대폭 증액시키거나 적어도 현상 동결했지만 힘없는 기관들은 자진해서 감액했다는 보도다.

국가를 위해서 썼겠지만 영수증이나 증빙서류를 제출할 의무가 없으니 사적으로 써버리고도 시침을 뚝 따고 있으면 어느 누가 이를 찾아 나서겠는가. 이에 대해서 김무성이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올바른 태도다.

모든 지출을 현금으로 지급하지 말고 신용카드로 사용하게 한다면 적어도 유학비용이나 생활비로 새는 일은 없을 것 아니겠는가. 신용카드 제도화는 말썽의 쌈짓돈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다.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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