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토론토 목사의 감옥살이 이야기
두 토론토 목사의 감옥살이 이야기
  • 토론토=송광호 특파원
  • 승인 2016.02.2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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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정부는 加시민권자 임현수 목사(평양 감옥) 위해 적극 구명운동 전개
한국 정부는 한국적 전대근 목사(몬트리올 감옥)에 방관적 태도

토론토에 사는 두 한인 목사가 감옥에 갇혀 있다. 임현수(61) 목사는 북한 평양 감옥에 1년 이상 구속돼 있고, 또 한 사람 전대근(47) 목사는 몬트리올 감옥에서 10개월째 구류생활 중이다. 임 목사는 캐나다 시민권자이고, 전 목사는 영주권자로 대한민국 국적이다. 두 목사 모두 토론토 생활이 20년이 넘는다.

지난해 1월 하순과 4월 초 갑작스레 터져나온 두 한인 목사 구속 사건. 사건 자체는 별개 건으로 북한과 캐나다에서 각기 발생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북미, 한국을 비롯한 국제적 주요 TV 방송 보도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전혀 예상치 못했던 돌발내용으로 동포사회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졌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의 임 목사에 대한 종신형(장기 노동교화형) 판결 발표는 토론토 동포사회를 진동시켰고, 현재도 임 목사 구명운동 열기가 무척 뜨겁다. 한인 동포사회는 물론 캐나다 정부 및 연방의회도 임 목사 석방운동에 적극 동참해 서명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임 목사는 토론토 최대 한인교회의 유명 장로교 목사다. 지난 1997년 북한 고위층을 통해 첫 북한 방문을 시작한 이래 110여차례 평양과 나선(나진-선봉) 지역 등지를 다녀왔다. 북한 곳곳에 공장, 탁아소 등 건물들을 세워 동포애의 선봉에 서서 구호활동을 폈다. 그는 약 20년간 수천만달러 이상 천문학적 액수의 물자를 제공하며 원조활동을 벌이다 불현듯 체포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랫동안 북한을 드나들면서 해외에서 북한 정권을 통렬히 비난했다는 것이 죄다. 임 목사가 북미 지역 교회 강연이나 인터뷰 때 북한을 극히 부정적으로 비판한 것이 화를 자초한 셈이 됐다. 북한은 임 목사 설교 등 인터넷 영상자료를 증거삼아 이를 공개하고, 국가전복죄로 심판해 종신형(장기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한 북한 전문가는 왜 임 목사가 북한을 드나들며 '북한정부 비난을 절대 삼가하라'는 금기 사항을 거슬렀는지 아연해 한다. 요즘 시대는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안팎으로 거의 비밀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또 한 사람 몬트리올 감옥의 전대근 목사. 그의 경우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그는 임 목사와는 달리 무명 목사로, 감리교 신자다. 전 목사는 지난해 봄 국제매춘조직 주범이라는 어마어마한 혐의로 캐나다 연방경찰(RCMP)에 의해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거물로 취급해선지 토론토에서 몬트리올 감옥까지 차로 5~6시간이면 갈 거리를 헬기까지 동원해 이송했다. 그러나 국제적 보도로 검거 당시에만 떠들썩했지, 1년 남짓 사이 이 불미스런 사건은 동포사회에선 잊혀진 채 과거 속에 파묻혀 버렸다.

전 목사가 갑작스레 구속되면서, 그가 15년간 순조롭게 운영해 오던 캐나다 정식인가(고교과정 인정)의 영어사립학교는 문을 닫게 됐다. 연방경찰로부터 학교 컴퓨터와 서류 등 기재를 압수당해 학교 운영이 거의 불가능해진 탓이다.

전 목사는 지금 몬트리올구치소에서는 해당 혐의자들 중 유일하게 잡혀있는 신세다. 4촌 이내 가족 외엔 면회도 전면 금지돼 있다. 그는 10개월 구류기간 중 단 한차례의 재판도 받지 못했으며 두차례 신청한 보석조차 기각당했다. 몬트리올은 불어권이라 구치소 생활도 언어문제로 불편을 겪고 있다.

문제는 선진국 캐나다에서 혐의만으로 이렇게 재판 한번 없이 10개월 이상 구류시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전 목사는 처음부터 100% 결백함과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다. 순전히 경찰이 학교의 학생 비자 관련 사항을 오해한 데서 빚어진 해프닝이라는 것이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해 정말 날벼락을 맞은 거나 다름없다고 황당해 한다.

전 목사의 제임스 도슨 변호사 역시 검찰이 지난 10개월간 학교 서류 등을 면밀히 조사했으나 나타난 증거물은 아무 것도 없다고 전했다. 검찰 측은 그동안 두번 담당이 바뀌면서 몬트리올 법정에 계속 조사시간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2월 초까지 연기됐던 재판이 검사, 변호사, 판사 합의로 다시 5월로 연기됐다.

전 목사 경우를 결코 일반 상식이나 정서적으로 판단할 차원은 아니지만, 그와 국제매춘조직과는 거리가 한참 멀어 보인다. 무직자도 아닌 생활이 안정돼 있는 학교 책임자로, 또 유학생들을 위한 현재 성직자로 성매매여성 관련 혐의는 너무 동떨어진 얘기다.

한국에 연락해 전 목사의 학력 등을 확인해보니 그는 진주 학창 시절 성적이 뛰어난 학생으로 연세대 졸업 후 감리교 신학대학원을 나와 목사가 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임현수와 전대근, 이 두 목사 사건은 캐나다와 한국, 두 나라의 자국민에 대한 관심과 보호의식 등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캐나다 정부와 연방의회는 북한 정부를 비판하면서 정상적 방법으론 구출 가망성이 없는 자국민(임현수)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보여주고 있는 반면, 한국 정부는 범죄 연루 혐의만으로 단 한번 재판 없이 구치소에 10개월 이상 구류돼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자국민(전대근)에 대해 거의 방관적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목사 사건에 대해 한국 공관(토론토 및 몬트리올총영사관)은 사태 추이와 동향에만 관심을 가질뿐, 캐나다 정부에 대해선 단 한번 항의도 없이 침묵하고 있다. 아마 전 목사를 지레 외국에서 흔히 보는 성범죄자로 간주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 한들 캐나다 당국에 불구속 수사 원칙을 촉구하는 노력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토론토 영사관의 교민영사는 전 목사 건을 경찰영사 소관이라고 발뺌하고, 경찰영사는 몬트리올 교민영사와 정보를 공유해 관련 소식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몬트리올 교민 담당 영사는 ‘전 목사가 구치소에서 편히 지낸다’는 식의 불성실한 정보를 토론토의 한 교포신문에 전해 논란을 빚었다. 그는 한국공관에서 할 수 있는 능력이란 ‘한계’가 있기 때문에 큰 기대는 말아야 된다는 여운을 남기면서.

필자소개
강원도민일보 북미특파원, 재외동포언론인협회 고문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 관훈클럽 국제보도상 수상, 한국신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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