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아르헨티나, 헤지 펀드와 채무협상 완료
[해외기고] 아르헨티나, 헤지 펀드와 채무협상 완료
  • 박채순<정치학 박사, 존에프케네디 대학>
  • 승인 2016.03.01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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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29일은 아르헨티나의 역사에서 길이 기록될 날이다. 이날 아르헨티나 정부와 헤지 펀드 채권자들 간에 채무상환 협상이 완료됐다.

앞으로 국회에서 폐지할 법률과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여 4월14일까지 부채를 현금으로 상환하는 후속 조치가 남아있긴 하지만, 15년 동안 아르헨티나의 가장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던 디폴트에서 완전히 탈출하기 위한 협상을 완료했다.

2001년부터 디폴트 상태에서 채무 정상화를 위한 아르헨티나 노력의 결과가 2월29일 아르헨티나 정부와 채권자들의 중재자(mediador) 역할을 담당하는 미국의 다니엘 폴락(Daniel Pollack) 변호사에 의해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정부는 거부 폴 싱거(Paul Singer)의 NML Elliott Managemente, Aurelius Capital, Davidson Kempner과 Bracebridge Capital 등 가장 강성의 4개 헤지 펀드(부이트레) 그룹과 그들의 원금, 15년 동안의 이자와 각종 비용으로 요구했던 금액의 75%인 46억5,300만달러를 현금으로 지불하는 것으로 협상을 끝냈다.

물론 이 금액은 처음 2005년과 2010년에 걸쳐서 채무조정에 합의하지 않은 약 7% 중 85%에 해당하는 채권들이다.

아직도 7% 중 나머지 15%는 처음부터 이제까지 아르헨티나 디폴트 문제를 담당하는 미 연방법원 토마스그레이사(Thomas Greisa) 판사의 책임 하에, 아르헨티나와 채권자 그룹과 중재를 담당 하는 Daniel Pollack 변호사가 시간을 갖고 협상을 더 진행한다.

지난번에 소개한 바와 같이, “헤지 펀드를 다 상환하지 않고서는 다른 채무를 상환할 수 없다”는 명령(injunction)을 해지해달라는 아르헨티나의 2월11일 요구에 그리에사 판사가 2월19일 아르헨티나가 취할 조치를 요구하면서 2월29일까지 명령 Injunction(Medida Cautelar) 조치를 해제해 주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합의로써 아르헨티나 정부는 2005년 이후 취하고 있는 채권빗장법(Lock Law: Las leyesCerrojo)과 2014년 9월부터 시행된 국가채무지급법(Sovereign Payment Law: Ley del pagosoberano de deuda) 등 두 법률을 국회를 통해서 폐기하고 46억달러 상당의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것이다.

디폴트의 피해와 디폴트 탈출 후의 전망

아르헨티나 정부는 ‘세기의 소송’이라고 명명된 15년 동안의 긴 투쟁을 끝내고 4월14일까지 국회에서 두 가지 법률을 폐지하고, 이번에 소송에 들지 않은 헤지 펀드(Me too) 등을 포함하여 약 130억달러 상당의 채무를 완전히 상환할 계획이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돌아볼 때, 그 동안 아르헨티나가 디폴트로 입었던 피해는 매우 심각했다. 아르헨티나의 한 일간지(Infobae)는 2001년에 비해 헤지 펀드의 채무액이5,600만달러의 차이가 발생했고, 2010년부터 ‘빚 안 지기’ 운동으로 정상적인 경제발전을 하지 못해 1,000억달러 정도의 GNP 감소를 보았다고 산정했다.

또한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막혀 100만명의 실업자가 증가했고, 년 30%의 인플레이션에 따른 부작용과 외환보유고의 감소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이번에 순조롭게 국회를 통한 법률 폐기와 국채 발행으로 헤지 펀드 등을 상환하여, 15년 만에 디폴트에서 탈출하고 정상적인 국가로 진입하면 아르헨티나 정부가 향유할 수 있는 내용이 매우 많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여러가지 중에서 특히 국제금융계에의 정상적인 진입으로 외자 도입이 자유롭고 조달 금리도 현재보다 훨씬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다.

아울러 국가 위험지수가 현저하게 낮아져서 저렴한 외자 도입으로 농업과 공업 등 수출 분야에 자금이 투자돼 생산이 증가될 것이며, 이에 수반하여 고용이 증대되고 국민들의 임금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에 따라서 국민이 가난과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높은 금리와 외자 차입 부족으로 이제까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주택 융자도 원활해 질 것이라는 등의 기대도 크다.

물론 한편에서는 이번에 합의한 헤지 펀드의 조건이 지난 2005년과 2010년에 채무조정에 든 채권자들 보다 유리하여 법적 다툼이 있을 수도 있고, 야당인 페론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상〮하 양원에서 두 법률이 폐기되는 데 어려움도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 소식통에 의하면 이번 채무 변제액보다 많은 약 300억달러 가량의 국채를, 순조롭게 낮은 금리와 좋은 조건으로 발행이 완료돼야 하는 등의 염려가 함께 존재하기도 하다.

한편, 지난 2001년 12월23일 1,000억달러 이상의 채무에 대한 아르헨티나 정부의 디폴트 선언은 단일 국가의 채무불이행으로선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였다. 또 강성 헤지 펀드들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벌인 소송은 ‘세기의 소송’이라 회자됐고, 이번에 결국 합의를 보고 상환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미국의 Pollack 변호사는 이번 협상을 통해서 신정부의 마우리시오 마끄리(MauricioMacri) 대통령을 역사에 남을 일을 했다고 추켜세웠다. 또한 마르꼬 스페냐(Marcos Peña) 수석 장관과 경제장관 알폰소 프라트 가이(Alfonso Prat Gay)와 차관 루이스 카푸토(Luis Caputo) 등에게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협상을 지켜보는 아르헨티나 국민은, 모든 후속 절차가 잘 마무리돼 ‘세기의 소송’의 끝이 채권자들의 이익만이 아닌, 아르헨티나 정부와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새로운 약속의 길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필자소개
정치학 박사·존에프케네디 대학, 국립 라플라타대학교 KF 객원 교수
아르헨티나 외신기자협회 소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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