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의 대만 중·남부 맛보기 여행기
5일간의 대만 중·남부 맛보기 여행기
  • 정인식 기자
  • 승인 2016.03.07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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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잡한 업무과 답답한 국내 일상에서 벗어나 어딘가로 떠나고픈 나와 두 친구들은 설 연휴를 맞아 2월6일부터 10일까지 대만을 찾았다. 우리나라와 가까우면서 무비자로 갈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우리는 가오슝(高雄)의 숙소에서 합류하기로 약속하고 각자 따로 대만에 도착했는데, 비용 때문에 나는 타이중(臺中)공항을 택했다. 타이중행은 타이베이나 가오슝행보다 수요가 적어 싼 비행기표가 늦게까지 남아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내로 나가기 전 공항 앞 편의점에서 월트디즈니의 ‘곰돌이 푸’가 들어간 이지카드(교통카드)를 하나 샀다. 이지카드를 사려면 최소 200대만달러(약 7500원, 절반은 카드값)가 필요한데, 대중교통운임을 할인받을 수 있고 일반 편의점에서도 사용·충전이 가능해서 많이 충전해둬도 나쁘지 않다고 점원이 귀띔해줬다. 이 카드는 훗날 일정에서 막강한 위력을 과시했다.

첫날은 타이중에서 친구들과 합류한 뒤, 가오슝으로 이동하는 일정으로 마무리했다.


첫번째 여정-대만의 땅끝마을 컨딩(墾丁)을 질주하다

가오슝에서 남쪽으로 차로 2시간 정도 달리면 나오는 컨딩은 대만의 하와이이자 땅끝마을로 불리는 곳이다. 2월인데도 그냥 반팔만 입어도 될 정도로 따뜻한 햇살과 옥빛 바다가 장관이었다. 컨딩에서 남쪽으로 200Km 정도만 더 내려가면 필리핀인데, 실제로 동남아의 한 휴양지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 대만 최남단 컨딩의 해변에서 친구들과 함께(가운데가 필자).

한껏 기분을 낸 우리는 오토바이를 빌리기로 했다. 우리 모두 국내면허증만 갖고 있어서 과연 빌릴 수 있을 지 걱정이었는데, 국내면허증은 갖고 있다고 하니 일단 트랙에서 테스트를 받아보란다. 이윽고 내 차례가 왔고, 간단한 조작법과 안전수칙을 들은 뒤 시운전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다! 브레이크 조작도 쉬웠고, 액셀러레이터도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한 친구는 테스트에 떨어져서 결국 다른 친구 뒤에 같이 타게 됐다. 기름값을 포함해 오토바이 1대당 595대만달러(약 2만2,000원)가 들었고, 최대 6시간까지 탈 수 있었지만 오후 6시까지는 반납해야 했기에 실제로는 4시간 정도 탔다.

▲ 오토바이를 빌려 컨딩의 해안도로를 달리며 레이싱 기분을 만끽했다.

컨딩의 해안도로는 노점상들과 관광객들, 선거유세 차량 등이 뒤섞여 매우 북적거렸다. 붐비는 인파를 빠져나가자 시원한 바다와 쫙 뻗은 도로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최대 시속 80Km까지 달린 것으로 기억하는데, 바닷바람을 직접 맞으니 체감속도가 훨씬 높았다. 모처럼 레이싱의 기분을 실컷 누리니 그간 묵은 스트레스들이 한꺼번에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비록 우리가 지도를 잘못 읽어 대만의 최남단 비석을 찍지는 못했지만, 따뜻하고 탁 트인 바다와 레이싱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부부끼리 신혼여행으로 가기에도 괜찮을 것 같다.


두번째 여정-대만의 부산, 가오슝만의 쏠쏠한 매력

▲ 메이리다오역의 '빛의 하늘'을 배경으로.

우리가 머물렀던 가오슝은 대만 제2의 대도시인데다, 항구도시라는 점이 부산과 매우 닮았다. 실제로 두 도시는 1966년부터 자매결연을 맺어오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학생교류, 관광교류에 정기 직항편까지 다니는 등 교류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덕분인지 우리에게는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머무른 숙소는 메이리다오(美麗島)역 인근에 있었는데, 부산으로 치면 1·2호선이 만나는 서면역 같은 곳이다. 메이리다오역 안으로 들어가면 ‘빛의 하늘’이라는 천장이 인상적인데, 스테인드 글라스를 이용한 자연채광으로 2012년 미국의 여행사이트 ‘bootsnall’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하철역 2위로 선정했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이 천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물론 우리도 빠질 수 없었다.

치진(旗津)섬 일대를 돌고 점심을 해결한 뒤 호수공원 롄츠탄(蓮池潭)으로 가기위해 옌청푸(鹽埕埔)역으로 돌아갔다. 화장실에서 속을 비우고 가려 했더니 여자화장실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소변을 보는 데 여성이 남성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데도 화장실 변기 수는 오히려 여자화장실이 더 적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남녀 모두가 편안하고 행복하며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보다 신경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가오슝 지하철역 안에 있는, 소녀캐릭터가 들어간 기념품을 파는 가게.
▲ 가오슝 지하철을 홍보하는 소녀캐릭터 샤오총(小穹).

호수공원 롄츠탄을 산책한 뒤 지하철을 타러 들어간 쭤잉(左營)역은 고속철도, 일반철도, 지하철이 만나는 매우 큰 역인데, 지하철역 개찰구 앞에 가오슝 지하철을 홍보하는 소녀캐릭터 상품들을 파는 기념품가게가 있었다. 이 캐릭터는 가오슝 지하철공사가 한 애니메이션 업체와 계약해 만들었는데, 평판이 좋자 다른 캐릭터들까지 만들어서 지금은 모두 6명이 됐다. 이날 가오슝 지하철을 타면서 안내문 등에 이 캐릭터들이 쓰이는 모습을 많이 봤다. 기념품가게에서는 캐릭터가 들어간 교통카드는 물론이고, 뱃지, 브로마이드, 문구용품 등을 팔고 있었다. 시간이 넉넉치 않아 사지는 못했지만, 한눈에 봐도 귀엽고 잘 팔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도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등 문화산업을 더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가오슝의 청계천 아이허(愛河)에서.
 


세번째 여정-타이중은 버스가 무료!

친구 2명을 먼저 한국으로 보내고 혼자 남은 나는 마지막날을 타이중에서 보냈다. 타이중역은 시내버스 노선 대부분이 집결하는 요충지로, 거리에는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사람들, 담배 피우는 사람들 등으로 북적거렸다.

그런데, 이런! 타이중역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맡기려 했으나, 코인락커도, 유인보관소도 모두 꽉 차 빈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20Kg이 넘는 짐을 거의 하루종일 끌고 다니는 강행군이 되고 말았다.

타이중에서는 국립대만미술관도, 대만 버블티의 발상지라는 춘수이탕(春水堂)도 기억에 남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시내버스가 무료라는 점이었다. 버스운임은 기본 10Km까지 20대만달러(약 750원)인데, 교통카드를 찍으면 그 기본운임이 면제되는 방식이었다. 무료 승차 횟수에는 제한이 없고, 계속 10Km이내의 단거리로만 타고 내릴 경우 운임은 발생하지 않는다. 동선만 잘 짜면 교통비가 거의 공짜인 셈이니, 첫날 산 교통카드가 제대로 위력을 과시한 날이었다. 서울처럼 타이중도 시내버스를 준공영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무상버스를 도입할 생각이 있다면 이곳 타이중의 사례를 참고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이중은 어떤 곳?

대만 중서부에 위치한 타이중은 인구 270여만명으로 타이베이, 가오슝에 이은 대만 제3의 대도시이며, 대만의 현재 수도 타이베이(臺北)와 옛 수도 타이난(臺南)의 중간에 위치해 ‘臺中’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타이중공항과 우리나라 인천국제공항 간에는 정기편 기준으로 에바항공이 일·목요일에, 만다린항공이 수·토요일에 각각 1회씩 왕복 운항하고 있다. 도심과 15Km 이상 떨어져 있고 대중교통도 버스밖에 없어서 접근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타이베이(쑹산, 타오위안)나 가오슝으로 가는 항공편이 너무 비싸다면 타이중공항을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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