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각 탐방기] 조국이 없으면 나도 없다
[임진각 탐방기] 조국이 없으면 나도 없다
  • 이예본<영구주말한글학교 중등부 3학년>
  • 승인 2016.03.14 1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겨울방학이 왔다.

2년 반 만에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국을 방문했다. 파주에 사는 고모네 가족을 만나 가족의 정을 나눴다. 사촌동생들이 다니는 학교는 ‘통일초등학교’였고, 파주시는 도로명도 ‘자유로’, ‘평화로’ 등 통일을 위해 준비된 도시였다. 그때 임진각에 가볼 기회가 생겼다. 내 상상 속의 임진각은 단지 북한과 가깝고 북한을 볼 수 있는 망원경이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말로만 듣던 임진각에 직접 가보니 내 생각이 틀려도 너무 틀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임진각은 평화누리공원으로 조성돼 있어 다양한 체험관과 볼거리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먼저 큰 비석에 ‘조국이 없으면 나도 없다’라고 새겨진 글귀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조국이 없으면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서 살고 무엇을 위해서 희생해야 하는가? 그 글귀에 깊이 공감하며 왼편에 있는 네개의 큰 비석을 바라보았다. 비석 위에 태극기의 ‘건곤감리’가 그려져 있고 아래에는 긴 문장이 있었다.

그 뒤 평화의 종이 있는 정자에 갔다. 새해에 뉴스를 본 사촌동생들이 “이 종이 새해를 알리는 종”이라고 알려줬다. 발걸음을 옮기다 큰돌 위에 새겨진 시를 보고 멈춰섰다. 반석 위에 새겨진 ‘망향’이라는 시와 ‘나의 조국’이라는 시가 심금을 울렸다. ‘반백년 침묵 속에 한맺힌 임진강아’와 ‘감격하여 나는 우리 겨레 만대 억대 겁대 하노라’는 시구가 나의 애국심을 불태웠다.

다른 곳으로 가려고 고개를 돌리다 신기한 곳을 발견하고 달려갔더니 6·25전쟁 당시 미군이 썼던 지하벙커였다. 그 지하벙커는 전쟁이 일어나면 언제든지 다시 사용될 수 있는 곳이었다. 벙커 입구에 체험용 지뢰가 있었다. 처음 밟아보는 지뢰의 느낌이 생소하고 무서웠다. 지난해 8월 우리나라 국군 장병이 북한이 설치한 목함지뢰를 밟아 발목이 날아간 사건이 떠올랐다. 그 군인이 느꼈을 고통과 두려움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왔다.

벙커 안으로 들어가니 왼편에 6·25전쟁 당시 군인이 실제로 사용했던 철모와 도시락 등이 있었다. 뒤쪽 TV 화면에는 북한의 현재 모습이 담겨 있었다. 큰 LED 화면으로 6·25전쟁과 통일에 관한 동영상을 시청하고, 전쟁 당시 사용했던 타자기, 총알, 총, 무전기와 물통 등이 전시된 것을 보았다. 벙커의 오른쪽에는 방명록이 있어서 우리 모두 통일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글을 남겼다. 그러자 우리가 남긴 글이 레이저로 벽면에 있는 화면 위에 떠서 움직였다. 모두 신기해하며 지상으로 올라오니 군인 포토존이 있었다. 사진을 찍고 문 밖으로 나가서 기념품상점에 들렀다. 가지고 싶은 물건이 많았지만 ‘DMZ’라고 쓰여 있는 모자를 골랐다.


다음으로 철길 위에 멈춰 있는 기차를 봤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의 철마를 배경으로 DMZ 모자를 쓰고 철마가 북녘을 향해 달리는 상상을 하며 사진을 찍었다. 저 멀리 철조망에 통일의 염원을 담은 글과 우리나라 국기가 빽빽이 걸려 있었다. 통일을 갈망하는 마음을 가슴깊이 채워 걸음을 옮기다 통일을 염원하며 쓴 ‘망향의 노래비’를 보았다. 가슴 아픈 가사 한 구절 한 구절 읽다 보니 어느새 목이 메고 눈에 눈물이 고여 시리고 아픈 가슴을 씻어 내렸다.

얼마 전 KBS 1TV에서 ‘귀향’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열목어에 관해 배웠다. 강원도 양구 방산면에 위치한 민통선 안의 두타연 계곡에 사는 열목어는 남으로 내려왔다가 고향에 가서 산란을 하기 위해 기나긴 귀향 행렬을 이뤄 북녘으로 향한다. 자연의 섭리는 분단이란 있을 수 없다. 철책선은 미물인 물고기의 귀향을 막을 수 없다. 강물 속으로, 바다 속으로 물고기는 거슬러 올라 귀향한다. 비록 철책선은 철마를 세워놓고 있지만 통일을 한없이 염원하는 우리 민족의 뜨거운 열망마저 막을 수는 없다.

임진각공원을 둘러보던 중 검은색의 비석에 한반도를 그린 지도에 비장한 말투의 ‘조국통일선언문’이 새겨져 있었다. “우리 조국은 자주독립국가로서 본래의 모습대로 통일되어야 한다. 조국이 남북으로 양단되고, 민족이 분열된 것은 조상의 뜻도 아니요, 순국선열의 뜻도 아니며, 현재 우리 국민들의 뜻도 아니다. 누가 우리나라의 허리를 잘라 양단되게 하였고, 38도선을 만들었는가?” 우리 모두가 통일을 향한 같은 말, 같은 마음, 같은 뜻으로 같은 한민족공동체를 형성해 속히 통일을 앞당기기를 소망한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경기도의 독립운동가기념관이었다. 일제 강점과 독립운동에 관한 글을 읽고 1863년부터 2015년까지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 등 주요 사건을 기록한 벽을 지나왔다. 5명의 독립운동가를 소개하는 글이 벽면에 실려 있었다. 박찬익, 여운형, 조소앙, 안재홍과 엄항섭이었다. 다음은 한국광복군을 소개하는 글과 사진이 있었고, 더 걸어가니 독립운동가들이 입체 사진으로 앉아 있었다. 나도 그분들 옆에서 독립운동가가 된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기념관을 나오다 동생이 맨손으로 하얀 눈을 만지는 것이 보였다. 추운 날씨에 눈을 만지니 손이 얼어 빨개졌다. 동생이 손 시리다고 난리였는데, 한국전쟁 당시 군인들이 견뎠을 추위가 상상이 되질 않았다. 나라를 위해 혼신을 불사른 군인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저 멀리 앞쪽에 미국군 참전기념비가 있었고, 주위에 동그랗게 태극기와 성조기가 사이사이에 걸려 그 의미를 더했다. 미국인처럼 보이는 이들이 사진을 찍었다. 나는 한국전쟁에 큰 도움을 준 연합군 참전용사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했다.

휘몰아치는 바람이 뼛속 깊이 파고들어와 시린 마음을 더 시리게 만들어서 따듯한 실내를 찾았다. 큰 건물 안에도 기념품을 팔았는데, 나와 동생들은 먼저 전기히터 앞에서 몸을 녹이는 것이 급선무였다. 온기를 가득 받은 몸을 움직여 매점 안을 둘러보니 DMZ에 관한 책이 보였다. 그 책을 사고 나오니 아빠가 이쪽으로 와보라며 손짓하는 것이 보였다. 동생들을 데리고 가보니 포토존이 있었다. 사진을 찍는 기계 뒤 큰 화면에는 우리보다 먼저 사진을 찍은 사람들의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2개의 받침대 위에 올라서서 사진을 찍어야 했는데 우리는 모두 6명이었다. 아빠는 나가고 5명이서 2개의 받침대에 올라서서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어깨동무를 하고 몇번의 시도 끝에 겨우 사진을 찍었다.

나오니 아빠가 어디서 ‘6·25전쟁 1129일’이라는 책을 구해왔다. 제목 그대로 전쟁 당시 매일의 전투상황을 한눈에 보도록 잘 정리한 책이다. 책을 뒤적여 보다가 88페이지에 내 시선이 고정됐다. ‘1950년 12월16일 토요일(전쟁 175일차). 날씨: 흐림. 눈. 전황 : 미 제10군단, 흥남교두보 방어 및 해상철수작전.’ 영화 ‘국제시장’에서 본, 흥남부두에서 마지막 배를 타기 위해 눈보라를 맞으며 몸부림치는 생존의 현장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책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전쟁의 상흔이 현장감 있게 다가왔다.

밖으로 나오니 또다시 강풍이 내 두 볼을 때린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곳이 보였다. 따스한 연기에 손이라도 녹이고 싶은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가니 어묵을 파는 곳이었다. 따뜻한 국물을 음미하며 부드러운 어묵이 입 안에서 헤엄치는 행복을 느끼다 문득 전쟁 때의 군인들도 살을 뚫는 추위 속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따스한 생활이 소박한 꿈이자 행복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진각을 떠나 도로를 달리며 가끔 보이는 군인의 초소가 삭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빠른 시일 안에 통일이 돼 초소가 사라지고 철조망도 뜯어내고 겨레가 화합하여 통일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온 세상에 퍼지길 갈망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