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국 내 다문화가정 한글교육, 정부와 기업 관심 필요
[기고] 중국 내 다문화가정 한글교육, 정부와 기업 관심 필요
  • 박제영<중국한국인회 부회장>
  • 승인 2016.03.21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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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제영 중국한국인회 부회장
최근 한국에서 보도된 내용을 보니 한국 초등학생의 1%가 다문화가정 어린이라고 한다. 또 2016년에 입학한 어린이의 2%가 다문화가정 아동이란다. 이는 한국의 다문화가정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는 현실을 말해준다.

그러면 중국에 사는 대한민국 재외거주자, 곧 교민의 다문화가정 비율이나 다문화가정 어린이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아직 구체적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중국 내의 한글학교나 한국국제학교를 통해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는 있다.

이미 한중 수교 이전부터 중국에 진출한 교민 자녀의 한국어교육을 위해 세워진 한글학교는 현재 중국 전역에 60여개에 이른다. 학교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 않더라도 소규모로 가정 학습실 형태로 운영되는 교육 장소를 모두 합한다면 그 숫자는 헤아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교육기관을 통해 최근 집계된 다문화가정 어린이의 수는 가히 폭발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는 곧 중국 내 교민 중 다문화가정이 점차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차세대에서는 다문화가정을 이루는 비율이 더욱 증가할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언어가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절대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주로 쓰는 언어를 통해서 정보가 수집되고 교육되며, 그 사회에 동화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어린 시절 경험하고 수집된 정보는 개인이 한평생 살아가는 데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720만 재외동포 중 한국어 사용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중국이다. 240만의 조선족동포 중 현재 중국에 사는 170만명과 한국 교민 65만명을 합해서다. 그런데 안타까운 현상은, 조선족사회의 젊은 세대들이 한글을 배울 환경을 점차 잃어가는 가운데 한국어 구사력이 점차 떨어져 간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어려서 한국어를 배우는 환경에서 자라난 세대들은 중국어와 한어를 모두 잘 구사하지만 어린 시절 환경적 요인으로 학습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들은 한국어 구사가 어렵다. 만약 중국에 사는 한국인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들이 어려서 한국어를 습득하지 못한다면 성장해서 한국어를 습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 내 한국인 다문화가정은 어머니가 중국인으로서 가정에서 중국어만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어머니와 함께 자라난 아이라면 가정에서 아버지의 역량으로만 한국어를 습득시키기란 거의 불가능할 수도 있다. 언어교육이란 어머니의 절대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아기를 품에 안고 중국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중국어 방송을 듣는 환경이라면 아기는 한국어를 들을 기회도 잃어버리게 된다.

사실 여러 지역의 한글학교에서는 한국어에 서툰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을 위해 수준에 맞는 학습교재를 사용한 별도의 학급을 편성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학부모들을 위한 한국어반을 별도로 운영하기도 한다. 이런 특별반 운영은 적지 않은 예산을 필요로 한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재정을 쪼개어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들을 위한 특별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런 이유에서 다문화가정에 대한 언어교육이 벽에 부닥치기도 한다.

중국한국인회에서는 이런 다문화가정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중국 내 다문화가정 아동의 한국어 교육 기회 확산을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우선 다문화 가정의 부모가 모두 한국어를 익혀야 한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문화가정 2세가 어려서부터 한국어와 중국어를 모두 잘한다면 이는 그들의 인생에서 보통 사람이 쉽게 가질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중시하고 자녀에게 조기에 한국어 학습 기회를 주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일이라는 공감대와 환경 만들기에 힘써야 할 것이다.

또 중국 내에 설립된 한국학교와 한글학교는 어려운 환경이지만 최선을 다해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 정부는 중국에 사는 다문화가정의 한국어 교육을 위한 예산을 증액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더 나아가 기업과 사회 단체들도 다문화가정의 한국어 능력 배양을 위한 학습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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