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둑 이야기(1)
[기고] 바둑 이야기(1)
  • 김창남<해외편집위원>
  • 승인 2016.03.22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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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남 비금도 출신의 세계최강 수준의 천재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5번기가 전세계 매스콤을 강타했다. 

이세돌은 전남 목포시에서 배를 타고 2시간 넘게 들어가야 하는 비금도에서 태어났다. 부친 이수오 아마 5단은 부인 박양례씨와 3남2녀를 뒀다. 이 중 이세돌은 말썽꾸러기에 개구쟁이였지만 막둥이의 재롱으로 부모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성장해 프로 바둑기사가 되고 최고의 실력을 갖추게 된다. 현재 한국 바둑 랭킹 1위는 박정환이고, 중국 랭킹 1위는 커제 9단이며, 이세돌은 세계 3위 랭킹을 기록하고 있다.

상당수의 바둑애호가들은 대국 직전까지도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이라는 전대미문의 대결에 호기심을 보이면서도 아무리 컴퓨터라고 해도 만든 사람의 바둑 실력이 이세돌보다는 못하기 때문에 이세돌의 승리를 낙관했고, 이세돌 본인도 인터뷰에서 “한판만 져도 다 지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근거없는 낙관론은 인공지능에 대한 무지이자 자만이었다. 결과는 알파고의 4:1 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적 바둑 대결은 인간과 인공지능에 관한 거대하고도 미세한 무수한 담론의 소재가 됐다. 아마추어 바둑애호가들은 이번 다섯번의 대국을 통해 바둑의 묘미를 원도 없이 즐겼고, 이로 인해 크게 바둑붐이 불기도 했다.

이번 대국은 인간 대 인공지능의 대결이었다는 점에서 관심의 차원이나 긴장의 정도가 더 강했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인터넷 시대에 이를 중계하는 매체도 다양해져, 전 세계에서 수천만명이 대국을 감상했다고 알려졌다. 1980년대 초 일본에서 활약하던 천재기사 조치훈 9단이 기성, 명인, 본인방 등 일본 주요 신문사 주최 바둑대회에서 우승해 '대삼관(大三冠)'을 달성할 때 국내 TV 방송은 물론 신문들도 회사 앞에 대형 기보를 설치해 생중계하던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첫판에서 이세돌의 패배를 보고 움찔했다. 그러나 바둑의 격언으로 한 번의 패배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려니 했다. 이세돌이 알파고의 무리한 침입에 감정이 상해 실수를 한 것이겠거니, 감정의 동물인 인간과 감정이 없는 기계의 대결에서 기계가 우세하거니 하며 억지 위안을 찾으려 했다.

그러다 두판, 세판을 연거푸 지고서야 컴퓨터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하고 바둑 역시 일정한 계산에 의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수 있음을 알아채기 시작했다. 한판도 이기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대세가 되고, 일부에서는 암기왕과 컴퓨터의 게임처럼 애초에 인간이 이길 수 없는 게임을 걸어온 구글의 사기극이라는 주장도 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그 반대로 상대를 정확하게 모르면 이기기 힘들다는 것이 상식이다. 이세돌은 알파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시합에 임했다. 반면, 알파고는 이세돌의 대국뿐만 아니라 이세돌 이외에도 수많은 기사의 수백만건에 이르는 기보를 학습해 그 중에서 최적의 수를 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게임의 불공정성에 분노하는 팬들도 많았다.

바둑은 인간이 발명한 오락 중에서 가장 수준 높은 오락이며, 이제는 단순 오락이 아닌 두뇌스포츠로 인정받았고 머지않아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될 지도 모른다.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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