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자 원장 “韓中日 정원 삼국지 들어볼래요?”
박경자 원장 “韓中日 정원 삼국지 들어볼래요?”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6.04.1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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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정원의 현대적 재해석 필요… ‘한국다움’ 재창조하고파”
▲ 박경자 (사)전통경관보전연구원장.

“포석정(鮑石亭)의 굽은 수로에 술잔을 띄워 놓고 자기 차례가 돌아오기까지 시(詩)를 짓지 못하면 벌주(罰酒)를 마셔야 했던 곡수연(曲水宴)을 들어보셨죠? 제 전문분야는 조경(정원) 중에서도 신라 경주입니다. 몇 년 전, 경주 분황사 동쪽에서 연못 터가 발굴됐는데 아직까지 복원정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잠재력 높은 관광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상당히 아쉽습니다.”

한국 조경학의 1.5세대라 할 수 있는 박경자 사단법인 전통경관보전연구원장이 4월18일 본지를 찾아 한국 전통정원과 더불어 한·중·일 3국 정원문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오는 4월21일, 서울 종로구의 주한중국문화원에서 ‘한국, 중국, 일본 전통정원 산책(中日韩园林比较)’이란 주제로 강연도 펼칠 예정인 박 원장은 천년고도 경주를 대표하는 연못 ‘안압지(雁鴨池, 임해전지 또는 월지)’를 주제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의 정원들을 오랫동안 조사·연구하며 관련논문과 저서를 꾸준히 집필해 온 정원 전문가다.

한·중·일 3국은 공통적으로 산수(山水), 즉 산과 물이 중심이 되는 산수경관을 만들었다. 그 속에는 연못과 가산(假山), 건물과 나무(숲) 등이 존재한다. 박 원장에 따르면, 시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우리나라의 전통 정원은 자연에 순응, 최소한의 인공(건축물과 나무)을 가미해 만들어졌다.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리며,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에선 일찍부터 정원을 조성하는 고도의 기법이 발달했다. 박 원장은 “북경의 이화원, 북해공원처럼 중국정원은 압도적인 규모와 화려한 테크닉으로 설명할 수 있다”며 “특히, 태호석을 사용해 기괴하면서 독특한 ‘풍광’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구멍이 숭숭 뚫린 기묘한 형태의 태호석(太湖石)은 절강성(浙江省) 태호에서 채석된 것을 최고로 친다.

▲ 중국 청말 서태후가 만든 베이징의 이화원(頤和園), 곤명호와 만수산(萬壽山) 건축군.

요컨대, 중국의 정원은 연못과 태호석으로 이뤄진 석가산(石假山)을 중심으로 연출의 묘미를 극대화하고 있는데, 중국문화의 꽃이라 할 만큼 다채로운 문화가 발달했던 송나라 때 정원문화도 절정에 이르렀고 이론은 명-청대에 완성됐다. 중국 정원은 베이징(北京) 중심의 황가원림(皇家園林)과 강남(소주, 항주, 무석, 남경 일대) 중심의 사가원림(私家園林)이 대표적이라고 한다.

헤이안 시대 ‘교토’를 중심으로 발달했던 일본의 정원은 자연경관을 본떠 정원 안에 꾸민 풍경을 일컫는 ‘축경(縮景, しゅくけい)’과 ‘상징’으로 표현된다. 숲과 물이 중심이 되는 임천(林泉)식 정원, 모래와 돌로 자연을 표현한 고산수(枯山水) 정원, 차실 중심의 다정(茶庭) 등이 대표적이다. 독특한 상징적 의미를 녹여낸 일본의 섬세한 정원은 시각적인 균형을 중시하는 한 폭의 그림과 같다.

▲ 교토의 대표적인 황실정원 중 하나인 계리궁(桂離宮) 정원.

박 원장은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 박사학위(2001년)를 받고, 중국 칭화대학 방문학자로 3년간 공동연구를 수행했다. 그간 2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담양, 경주, 해남 등지의 정원과 석가산 연구, 동북아 한·중·일 정원 연구, 한국 전통조경의 현대적 재해석, 명승 등에 관한 학술 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다.

아울러 영산대‧한양대‧경희대 겸임교수, 문화재청 전문위원, 서울시 문화재위원, 국토부 중앙기술 심의위원, 산림청 중앙산지관리 심의위원 등을 역임했고, △안압지 조영 계획 연구 △중국 강남 원림론 △조선시대 석가산 연구 △조선시대 정원 △중국의 정원 △일본의 정원 등의 서적을 집필했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한국 전통정원 40년 연구를 집대성한 ‘한국의 정원’을 출간했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정원인 담양의 소쇄원(瀟灑園) 이야기를 꺼내자, 박 원장은 “강소성(江蘇省) 소주(蘇州)의 원림(園林=정원) 및 절강성 항주(杭州)의 서호(西湖), 일본 교토의 정원처럼 조선시대 사대부의 정원문화를 대표하는 소쇄원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가치가 있다”며 10여년 전 담양 소쇄원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했던 과정을 소개하기도 했다.

▲ 박경자 전통경관보전연구원장은 경주 안압지 같은 뛰어난 전통정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통일신라시대에 만든 경주의 안압지(월지) 북쪽호 안에서 본 전경.

그가 운영하고 있는 (사)전통경관보전연구원은 우리 전통 정원의 원형을 되찾기 위한 복원정비를 추진하는 단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대부분의 정원이 유실됐고, 해방 후 경제회복기를 거쳐 90년대 들어와서야 본격적인 전통 정원 복원작업이 진행됐다. 그나마 정원에 관한 기록, 원기(園記)를 통해 관련기록은 거의 찾은 상황이라고 한다.

박 원장은 “전통의 복원을 뛰어넘은 ‘재해석’을 통한 현대적 활용을 생애 마지막 과업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0년대 초반, 그가 주도적으로 나서 경복궁 경회루에 야경을 도입하고, 반포동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래미안 아파트에 석가산(石假山)을 조성한 사례를 설명하며, “전통을 재해석하고 현대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한국다움’을 재창조함으로써 그 문화적 결실을 꼭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경자 원장 저서
박경자(1997), 한국 전통조경구조물, 조경
박경자(2001), 雁鴨池 造營計劃 硏究, 學硏문화사
박경자(2003), 중국 강남 원림론, 누리에
박경자(2003), 韓國現代城市景觀設計, 중국 建築工業出版社
박경자 외(2004), 한국 전통생태학, 사이언스 북스
박경자(2005), 韓國住宅區景觀設計, 중국 建築工業出版社
박경자(2008), 韓國水景景觀設計, 중국 建築工業出版社
박경자(2008), 韓國現代城市景觀設計(증보개정판), 중국 建築工業出版社
박경자(2008), 조선시대 석가산 연구, 학연문화사
박경자(2010), 조선시대 정원, 학연문화사
박경자(2010), 중국의 정원, 학연문화사
박경자 외(2011), 키워드로 만나는 조경, 도서출판 조경
박경자(2013), 중한고전원림 개람, 중국 칭화대학 출판사
박경자(2013), 일본의 정원, 학연문화사
박경자(2015), 한국의 정원, 서교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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