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의 미래세상] 한국의 바이오와 제약 산업이 우리의 미래 먹거리 1호다(마지막 편)
[이동호의 미래세상] 한국의 바이오와 제약 산업이 우리의 미래 먹거리 1호다(마지막 편)
  • 이동호 월드코리안신문 명예기자
  • 승인 2019.10.2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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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큰 시장·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올해 초 1월7일 나흘간 일정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이며 올해 37회째를 맞은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전 세계 투자자들이 매력적인 신약 관련 기술을 상대로 현장에서 실제 계약을 논의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국제 제약·바이오 최대 투자 행사였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는 대규모 기술수출의 출발점이 되는 행사이기도 하다. 국내 이중 항체 기반 바이오의약품 선두주자인 에이비엘바이오도 30여개 기업과 투자 상담을 벌였다. 이중 항체는 한 단백질이 2개 이상의 서로 다른 부위에 결합함으로써 복수 항원을 공략할 수 있는 신개념 치료제 기술이다. 이번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대형 기술수출 홈런 효과가 올해 초까지 이어지면서 K바이오 전반으로 해외 투자자들 관심이 확대되고 있었다고 한 기업참가자가 전했다.

여기에 참여한 유한양행은 행사 개최 직전인 5일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에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를 8800억원 규모에 기술수출하는 등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3연타석 기술수출 홈런을 터트린 유한양행에 대해 해외 빅마파(글로벌 초대형 제약사)들이 유한양행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을 둔 합성신약 기술에 자신이 있었던 만큼 길리어드 측과도 협상 두 달 만에 기술수출을 전격 성사시킬 수 있었다. 이번에 길리어드사이언스에 기술수출한 NASH 치료 합성신약과 병용할 수 있는 후속 바이오의약품(YH25724)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는데 YH25724에 대한 해외 빅파마들의 관심도 높다. 이성열 JW중외제약 부사장은 "지난해 아토피 피부염치료제(JW1601)를 덴마크 기업 레오파마에 기술수출했는데 올해는 최소한 1개 이상의 치료제를 더 수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와 폐섬유증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는 브릿지바이오는 콘퍼런스 현장에서 10여 개 기업과 1대1 상담을 진행했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과거엔 항생제나 순환계 질환 치료제, 항암제 등에 관심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퇴행성 뇌 질환 등 신경질환이나 염증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섬유증에 대한 바이오 치료제 개발에 투자자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올해 행사에선 폐섬유증 치료제에 대한 투자를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보통 상담을 진행하면 실제 투자까진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지만 K바이오 기술력을 해외 투자자들도 인정하고 있어 이번엔 올 상반기 중 구체적인 수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산 1호 항체신약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는 타니비루맵 개발업체 파멥신은 올해 투자 상담 후 현지 기업 상대 설명회도 가졌다. 국제무대에서 달라진 K바이오의 위상은 주최 측의 행사장 장소 배정에서도 잘 나타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메인트랙 중 청중이 가장 많이 몰리는 행사장(웨스턴 세인트 프랜시스 호텔) 그랜드볼룸에 글로벌 메이저 업체인 암젠, 머크, 존슨앤드존슨 등과 나란히 배정받아 기술 성과와 전략을 발표한 데서도 우리의 위상을 알 수 있다. 

제약·바이오 또 다른 큰 시장 미국 암학회(ACCR) 콘퍼런스

또 다른 세계적인 제약·바이오 큰 시장 행사는 올해 3월29일 열린 미국 애틀랜타에서 엿새 일정으로 개막된 미국 암학회(ACCR) 현장이었다. 역시 지난해 5조원이 넘는 기술수출을 통해 K바이오 저력을 보여준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동시다발로 신약후보 물질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제약사(빅마파)들의 관심이 컸다. 빅마파들은 주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 임상 단계 신약 후보물질이 대거 공개되는 ACCR를 새로운 기전과 효능을 가진 치료물질을 입도선매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로 110회째인 AACR 학술대회는 전 세계 120여 개국에서 4만명이 넘는 전문가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암 연구 분야 최고 권위의 글로벌 행사다. 이번 AACR에서 가장 많은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국내 업체는 한미약품이다.

미국 스펙트럼과 제넨텍사에 기술이전한 항암신약 '포지오티닙'을 비롯해 또 다른 항암신약 후보물질인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HM43239), RAF표적항암제(HM95573), 소세포폐암 치료제(HM97211), A2AR 저해제 등 6건에 대한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특히 업계 전문가들은 AACR에서 한미약품의 신규 항암 파이프라인 'HM43239'에 대한 전 임상 결과가 발표되는 점에 주목했다. HM43239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타깃으로 급성골수성백혈병(AML)을 치료하는 합성신약 후보물질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희귀질환치료제로 지정받아 올해 2월부터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했다. 한미약품은 급성골수성백혈병과 소세포폐암 신규 치료제인 'HM97211'도 소개했다. 유전적 변화와 분화를 줄여 백혈병과 소세포폐암 세포 성장을 억제해 다양한 악성 질환에 새로운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종근당은 그동안 개발해온 경구용 항암제 'CKD-516' 임상 결과를 소개했다. 회사 관계자는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 투여 시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전 임상 성과를 기반으로 향후 면역치료제로서 가능성을 타진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CKD-516은 암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을 파괴해 세포 괴사를 유도하는 새로운 기전의 물질로,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기존 항암제보다 더 직접적이고 효과적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고 종근당은 설명했다.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1조원 넘는 기술수출 대박

지난해 11월 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으로 1조원이 넘는 기술수출을 달성하며 3연타석 수출 대박을 터트린 유한양행은 전 임상 단계인 합성신약과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을 발표했다. 합성신약 물질인 'YH25248'은 암세포 성장을 늦추는 기전을 가진 것으로 면역관문억제제 등과 병용 투여 시 종양세포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또 면역항암제로 개발 중인 'YH29143'이 암 발생을 막는 데 기여하는 T세포 활성도를 높인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GC녹십자는 혁신신약을 목표로 하고 있는 면역항암제 'MG1124'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동물 실험에서 MG1124 단독 투여 시 폐암에 대한 항암효과를 확인한 데 이어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와 병용 투여 시 파트너 약물이 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도 제시했다. 

동아에스티는 전 임상을 통해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MERTK 저해제'와 키트루다를 병용했을 때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폐암 치료 효과를 공개했다. 'MERTK 저해제'는 2017년 동아에스티가 미국 애브비에 630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한 3세대 항암제로 이번 행사에서는 병용 투여를 통해 배가되는 효과를 입증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 중 제넥신은 면역관문억제제 '하이루킨-7'에 대한 연구 결과 두 건을 발표했다. 제넥신은 하이루킨-7이 면역반응을 조절해 항암 활동을 활성화시키고 피하·근육 주사를 통해 림프구 수를 증가시킨다는 임상 결과를 강조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EC-18' 화학 치료 보조요법 신약 물질인 'EC-18'의 호중구감소증 치료 효과, 급성방사선증후군(ARS) 생존율 개선 효과 등 성과를 공개했다. 호중구감소증은 항암 치료 시 나타나는 부작용 중 하나로 백혈구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호중구가 항암 치료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줄면서 세균 감염에 취약해지는 질병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동물 임상에서 EC-18이 호중구 감소 기간을 크게 줄이는 것을 확인했다. 오스코텍은 항암신약 후보물질 'SKI-G-801'에 대한 동물실험 데이터를 발표했다. 오스코텍이 개발 중인 SKI-G-801은 환자 암세포에서 비정상적으로 활성화한 암 유발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다. 기존 항암제가 듣지 않는 환자에게 비정상적으로 활성화한 'FLT3' 돌연변이를 억제하는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 임상 1상이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이다. 유틸렉스는 암을 죽이는 킬러 T세포를 자극하는 인자를 대상으로 개발된 항체치료제 'EU102'에 대한 전 임상 결과를 내놓았다. 

선도적으로 규제를 풀어 갈 수는 없을까?

규제 장벽에 대한 우리의 현실은 과거 많은 정부가 규제를 푼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풀지 않는 과잉 규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 전문가들의 의견 대부분이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 가능한 것도 국내에서는 할 수 없는 게 많다는 것 자체가 국내 과잉 규제의 한 단면이라는 반응이다. 규제의 틀이 강하면 강할수록 바이오산업의 운신 폭은 좁아지고 결국 혁신의 싹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사그라들 수밖에 없다. 이제 꽃을 피우기 시작한 바이오산업을 국가 핵심 성장 동력으로 키우려면 바이오 업체들이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규제할 것은 명확하게 구체화·단순화하고 선진국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기업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신약 허가를 책임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제적인 신뢰를 끌어올리는 것도 필요하다. 국내에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면 다른 나라에서 신약을 출시할 때 일부 심사를 면제할 수 있는 정도의 위상이 확립되어야 해외 진출에 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업계가 진정하게 원하는 것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규제의 글로벌화임을 인식해 달라는 것이다. 즉 미국·유럽 등 선진국과 비슷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정부는 현장 목소리를 살피고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귀 기울여,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수준에 맞는 규제를 해야 한다. 

K바이오가 성공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우리나라 경제정책이 정권에 따라 매번 바뀌는 시행 착오를 많이 경험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바이오 정책은 정권에 따라 바뀌어서는 안 되고 연속성과 일관성이 유지되는 게 중요하다. K바이오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보면서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못 미치는 정부규제, 기초과학 연구개발 기반 미비, 해외 진출 노하우 부족 등이 우선 풀어야 할 과제이다. 걸음마 단계의 바이오산업을 뛰는 선수로 만들기 위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는 빠른 추적자 역할은 잘 해왔지만, 시장을 선도할 신약 원천기술을 가진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된 적은 없었다. 지금이 바이오산업에 불을 붙여야 할 때이다. 그리고 이제 바이오 분야에서 우리가 앞서갈 기회를 잡아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정확히 하고 이를 준수하지 못한 기업은 당연히 퇴출해야 한다.

다만 가이드라인 안에서는 자율을 줘야 한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한 사례를 미국에서 찾아본다. 미국 DTC(소비자 의뢰 유전체 분석 서비스) 업체 '23앤드미'를 보자. 2013년 미국 정부가 DTC를 전면 금지했다가 2017년 다시 허용했다. 유전자 검사는 '진단이 아니라 미래 질병을 피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 사회에서 똑똑한 벤처와 유연한 정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앞으로 3년 이내에 미국 업체가 유전체 분석을 하겠다며 한국에 들어올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보에 관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골든타임이 3~5년밖에 안 남았는데 정부는 주춤주춤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유전체 분석 시장은 놓치게 된다. 정부가 규제의 유연화에 대해 불안해하는 결과 때문이다. 바이오산업은 '확률 리스크'를 갖고 사업을 꾸려나간다. 바이오 기업 인큐베이팅 단계에서는 확률을 생각하고 기다려 줄줄 알아야 한다. 아무리 이론적으로 완벽하고 메커니즘이 완벽하고 정확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오는 곳이 이 분야다. 따라서 산업을 육성한다는 전제하에서 바이오산업을 확률로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와 산업이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 바이오산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한데 아직 불이 확 붙지 않았다. 불을 지핀 후 정부는 콘트롤타워에서 내려오고 서포팅 타워로 올라가라. 기업이 앞으로 나아갈 때 정부가 뒤에서 뭘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필자소개
월드코리안신문 명예기자
중국 쑤저우한국상회 고문
중국 쑤저우인산국제무역공사동사장
WORLD OKTA 쑤저우지회 고문
세계한인무역협회 14통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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