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민 1세대의 삶 담은 수기 '상전벽해' 출간
브라질 이민 1세대의 삶 담은 수기 '상전벽해' 출간
  • 연합뉴스
  • 승인 2011.06.1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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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상전벽해로 변했다"
브라질 농업이민 1세대인 박선관(85)씨는 자신의 48년 이국 생활을 이 한마디로 요약한다.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변하듯 격동의 삶을 생생히 기록해 `상전벽해'(교음사)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냈다. 

 
그는 발간사에서 "한국은 1960년대 국민소득 100달러에서 지금은 2만달러 시대가 됐지만, 우리보다 훨씬 더 잘 살던 브라질의 국민소득은 현재 한국의 2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박씨는 1962년 12월18일 브라질 1차 이민선 `치차렌가'호에 몸을 싣고 부산항을 출항했다. 자신을 포함해 11명으로 구성된 농지사전준비위원과 영농이민 가족 17가구 89명이 함께 떠났다.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페낭, 모리셔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을 경유해 52일 만인 1963년 2월12일 목적지인 브라질 산토스항에 도착했다.

그의 아내와 세 아들은 10개월 뒤인 1963년 11월 2차 브라질 이민선 `루이스'호를 타고 합류했다.

박씨는 육군사관학교를 다니다 해군으로 소속이 바뀌어 6.25전쟁 당시 유엔 극동함대 연락장교로 근무한 직업군인 출신이다.

그런 그가 브라질 이민을 선택한 이유는 "육사 출신이면서 해군 창설 멤버로 전과한 뒤 소외와 괄시를 당하다가 1961년 5.16 쿠데타 직후 예편되고 나서 마땅한 생계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일행 2명과 함께 산타나주 이타라레에서 땅을 구입, 병아리 1천500마리로 양계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한 뒤 1969년 1월 농장을 처분하고 상파울루로 이주했다.

당시 상파울루에는 한인 이민자들이 많이 몰려들었고 손재간이 있는 사람들은 천을 사 가위로 자르고 바느질을 해 옷을 만들어 팔았다. 제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봉제공장도 세워졌다. 박씨 역시 부인과 함께 옷장사에 나섰다.

박씨는 "당시만 해도 브라질 사람들에게는 모다(유행 옷)라는 낱말이 생소했고, 팔다리만 끼울 수 있는 옷이면 무난히 팔렸다"며 "이것이 브라질 동포들의 의류제품업의 시발이었다"고 밝혔다.

현재 중남미 최대 의류 생산기지인 상파울루시 봉헤치로 시가와 브라스 상가의 거의 모든 점포를 한인 의류업자들이 차지하게 된 데는 이런 사연이 숨어있다.

그는 자신의 브라질 이민에 대해 "조금의 후회도 하지 않으며 국익에 일조하는데 선구자 역할을 했다"며 "비록 고국은 아니지만 넓은 땅 좋은 기후에서 자식들의 번영을 보면서 살았다는 것을 무한한 기쁨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 책에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그는 "1948년 해군 목포경비대에서 작전과장과 보급관으로 재직할 당시 해운업을 하던 김 전 대통령이 자주 찾아왔고, 6.25 전쟁 때에는 부산에 피난온 김 전 대통령 가족의 거처를 구해주기도 했다"면서 "이민을 떠나기 직전 마포구 아현동에 살던 김 전 대통령을 찾아가 작별을 고했다"고 밝혔다.

이 책의 발간을 도운 최금좌 한국외국어대 교수(포르투갈어과)는 "이 책은 초창기 한국 이민자들의 농업활동에 대한 자료로서는 거의 유일하다"고 평가했다. 또 해외교포문제연구소 이구홍 이사장은 "브라질 한인 이민사의 보고"라고 높이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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