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옐친박물관 방문기
[해외기고] 옐친박물관 방문기
  • 김원일(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전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
  • 승인 2021.11.30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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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박물관은 옐친센터 내 2층에 상당히 큰 규모로 자리잡고 있었다. 옐친센터는  예카테린부르크에서 가장 최신식 건물인 33층짜리 비즈니스센터 데미도프와 바로 이웃한 새로 지은 건물이었다. 

옐친박물관은 말 그대로 옐친박물관답게 마치 옐친을 신격화, 영웅화한 것은 아닌가 싶을 만큼 옐친을 찬양하는 내용 일색 들로 꾸며져 있었다. 박물관 입구엔 사회주의 몰락과 러시아 민주화 시기에 옐친을 지지하는 여성이 “싸워, 옐친 네가 맞아”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크게 전시돼 있었다. 이 여성 사진과 비슷한 내용이 담긴 사진들은 이후에도 전시관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박물관은 여러 개의 전시실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 전시실에선 매우 큰 화면으로 3D 애니메이션 동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동영상은 약 10분 정도 이어졌는데 소리 없이 화면만으로 러시아 역사를 개괄하는 내용이었다. 사회주의혁명 이전과 이후를 약 절반씩 분량으로 나누어 이전은 문제 있었던 황금시대 이후는 그야말로 암흑시대로 묘사했다. 그리고 동영상 마지막 부분은 사회주의 압제로부터 러시아를 해방한 해방자로 옐친을 찬양하는 내용이었다.

다른 방문객들은 동영상을 보지 않거나 잠시 보고 지나쳤지만 나는 두 번을 감상했다. 우선 3D 동영상기술이 놀랍도록 실감 나게 잘 구현돼 있었다. 그리고 고대로부터 사회주의 몰락과 새로운 러시아 출발까지의 러시아 역사를 짧으면서도 효과적으로  서술한 것이 매우 강한 인상을 남겨 주었기 때문이다. 

이후 전시관들엔 옐친의 예카테린부르크에서 활동상과 중앙정계로 진출한 후에 모스크바에서의 활약상, 민주화운동을 이끌던 시기의 모습들이 담겨 있었다. 

마지막 관엔 자신의 퇴임을 알리는 역사적인 2000년 새해  인사말을 촬영할 당시의 크렘린 집무실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당시 촬영 카메라도 그대로 놓여있었고, 퇴임을 알리는 인사말도  낡은 브라운관 텔레비전에서 계속 틀어주고 있었다. 

전시실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빈 의자에 홀로 앉아있는 사람 모습의 동상이 보였다. 실물 크기의 옐친 동상이었다. 함께 사진 찍고 싶은 마음에 박물관 직원분께 부탁하여 사진을 한 장 남겼다. 

‘역사와의 공존.’ 러시아를 여행할 때마다 자주 생각나는 말이다. 예카테린부르크 시청과 시의회가 자리 잡은 중앙광장엔 매우 커다란 레닌 동상이 늠름하게 서 있었다. 이 동상을 보았을 때 사회주의를 무너뜨린 옐친의 고장 예카테린부르크 중심부에 아직도 레닌 동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 예카테린부르크에서도 역사와의 공존에 익숙한 러시아문화를 다시 한번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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