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호주정계를 뜨겁게 달군 성폭행 폭로
[해외기고] 호주정계를 뜨겁게 달군 성폭행 폭로
  • 황현숙(칼럼니스트)
  • 승인 2022.02.28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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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들어서 미디어의 시선이 유난히 여성들의 사회적인 성차별 문제로 쏠리는 듯한 분위기다. 선거철이 다가온다는 은근한 암시로 받아들여진다. ‘2021년 올해의 호주인’으로 선정된 그레이스 테임은 내셔널 프레스클럽 연설에서 현직 총리를 비판하지 말라는 협박 전화를 받았다고 폭로해서 정계를 뜨겁게 달구었다. 거기에 덧붙여 2019년 캔버라의 연방 의사당 내 장관 집무실에서 일하던 브리트니 히긴스는 자신이 동료에게 당한 성폭행 사실을 밝혀서 호주사회에 큰 충격을 던진 여성이다. 두 사람은 프레스클럽 연설에서 여성의 안전을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냈으며, 정부 안의 구조적인 침묵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공감했다.

호주의 지리학적인 땅 모양이 사발을 뒤집어 놓은 형태라서 음기가 밖으로 새나가지 못하고 안으로 쌓여서 여성파워가 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이며 수긍은 하지만 가정폭력이 증가하는 사회적인 상황을 보면 섣부른 판단을 내릴 수도 없을 듯하다. 모국과 멀리 떨어져 살지만, 곧 다가올 한국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의 공개적인 발언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어느 후보에게서도 뚜렷하게 여성의 지위와 성차별에 관한 명확한 소신을 들을 수 없는 아쉬움이 생기지만, 새로운 정부를 서로 세우겠다고 하니 일단 기대를 해보는 마음이다. 현대사회에 들어서 여성의 지위가 가장 높은 위치에 올랐으며 목소리가 커졌다는 평가를 하고 있지만 남겨진 숙제는 여전히 큰 문제로 인식돼야 할 것이다.

고려 시대에는 결혼 초에 남자가 처가살이를 하는 여자 가부장 제도가 일반적이었으며 가정에서 여성의 지위는 높았다. 남편이 없는 경우에 여성은 아들이 있어도 호주(戶主)가 되었으며 고려 말에 들어서야 남성 호주제로 변해갔다. 유교 문화가 지배적이던 조선 시대에서는 남녀의 구별이 엄격해서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많은 제약을 받았다. 조선 시대를 통해서 가장 잘 알려진 여류시인, 허난설헌은 여자라는 제약으로 인해서 뛰어난 시작품들을 책으로 발표하지 못했으며, 동생 허균이 명나라 시인 주지번에게 건넸던 몇 편의 작품이 그녀의 사후에 중국에서 간행되어 지금까지 전해진다고 한다. 시대의 뛰어난 문인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빛을 보지 못하고 그 재능이 소멸되었으니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남녀 성차별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사회적인 문제는 봉급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에 Ch9의 여성 방송인이 재계약을 하면서 남성 방송인과 동급의 봉급 인상을 요구하다가 실패하고 결국은 다른 방송사로 옮겨가는 일이 있었다. 그 당시에 많은 여성 방송인들이 성차별을 내세우며 그녀를 응원했으나 방송사 측은 남자가 더 많은 시간을 일하며 능력의 다른 점을 내세워서 재계약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여성 방송인의 개인적인 욕심을 성차별이라는 사회적 이슈로 돌려서 부각시킨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잠시 들기도 했다.

그러면 여성의 일반적인 사회적 지위가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던 조선 시대에는 왕족들의 시중을 들고 살았던 궁녀들의 봉급은 어땠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궁녀들은 왕족들의 시중을 드는 힘든 생활이었지만 안정적인 생활과 봉급으로 인해서 조선 시대의 공무원이라고 할 수 있다. 궁녀들의 성장 배경은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낮은 신분의 계급이었으며, 어린 나이에 궁궐에 들어와서 일을 배우며 평생을 독신으로 외롭게 사는 삶을 선택하게 된다. 10살 전후로 입궁한 생각시가 제대로 된 봉급과 생활을 보장받는 상궁이 되기까지는 이십여 년 이상이 걸렸다. 제조상궁은 최고의 위치이며 당상관 이상의 양반보다 더 많은 봉급을 받았으며 권력과 부를 잡을 기회도 있었다.

1925년의 기록에 따르면 봉급이 가장 많았던 궁녀는 왕의 내전에서 일하는 지밀궁녀였다. 보통 50원에서 196원을 받았는데 1920년대의 1원은 현재의 오만 원 가치였으므로 약 250만원에서 980만원을 받았으니 상당한 액수였던 것 같다. 숙식 제공에 순수한 봉급의 액수가 그리 높으니 고소득층의 여성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궁녀는 40원-80원(200만원-400만원) 정도였으니 지밀상궁의 임무가 무척 고달프지 않았을까 하는 지레짐작해볼 뿐이다. 일반 궁녀는 하루에 8시간 일하고 다음 날 하루 쉬는 격일제 근무여서 근무조건도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부와 권력을 가진 궁녀들은 논밭과 집을 사들이며 부를 축적해서 재산을 증식했으며, 심지어는 기생이나 별감들과 함께 뱃놀이나 꽃구경을 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그런 여유를 누릴 수 있었던 일부 궁녀들은 여자라서 받는 차별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20대를 지낸 80년대의 한국 사회는 남녀의 직급이나 봉급의 차이가 심했던 시절이었다. 나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존심을 걸고 남자직원에게 뒤지지 않는 근성을 부리며 정말 열심히 일했었다. 여자는 직장의 꽃이 돼야 한다는 상사들의 말에 더 당당해지는 여성 상급자가 되기 위해서 휴가도 갖지 않고 치열하게 일한 시간을 보냈다. 이제,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다. 현사회의 가장 시급한 화두는 성차별의 문제를 누구나 진솔하게 받아들이며 깊이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자라서 받는 차별이란 말이 나오지 않는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황현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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