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서 ‘고려인 복권 30주년’ 기념 학술회의 열려
모스크바에서 ‘고려인 복권 30주년’ 기념 학술회의 열려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3.04.1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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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복권 30주년’ 기념 학술회의를 주체한 고려인연합회 김모이세이 의장
‘고려인 복권 30주년’ 기념 학술회의를 주최한 고려인연합회 김모이세이 의장

(서울=월드코리안신문) 이석호 기자    

1937년 옛 소련은 연해주 한인들을 중앙아시아 벌판으로 강제로 이주하는 정책을 펼쳤다. 한인 10만여 명을 카자흐스탄으로, 한인 7만여 명을 우즈베키스탄으로 이주하는 정책이었다. 짐짝처럼 열차에 실려 6천km나 떨어진 낯선 땅으로 옮겨진 한인들은 황무지를 개척해가며 어렵게 살아남았다. 강제이주 된 한인들은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없었고, 군에 징집되지도 않았다. 군에 복무하게 되어도 대령 이상 진급할 수 없었다. 소련은 한인들의 정치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53년이 지난 1990년에야 한국은 소련과 수교를 맺었다. 그리고 3년 뒤인 1993년 러시아 최고회의는 1937년 스탈린의 정치 탄압에 강제로 이주당한 한인(고려인)들의 정치적 권리를 회복하는 법령을 발표해 강제 이주가 부당했음을 시인했다. 그해 4월 1일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 의장이 발표한 법령에는 “1937년 시행한 고려인의 강제이주와 정치적 탄압은 불법적이다. (오늘부터) 고려인들에게 정치적 복권을 단행해 자유로운 민족문화의 발전과 정치적 권리를 다른 민족과 동등하게 갖게 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과거 소련을 형성했던 여러 공화국에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들이 러시아로 이주할 경우,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러시아 국적을 부여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고려인연합회가 지난 3월 31일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민족회관에서 러시아 최고회의가 ‘고려인에 대한 정치적 복권 법령’을 발표한 지 30년이 된 것을 기념하는 학술회의를 열었다고 <모스크바 프레스>가 알려왔다.

주제 발표를 한 부가이 니콜라 박사
주제 발표를 한 부가이 니콜라이 박사

<모스크바 프레스>에 따르면 부가이 니콜라이 박사는 이날 학술회의에서 주제 발표를 했다. 니콜라이 박사는 고려인 문제를 일생 연구해온 학자다. 1993년 고려인복권을 위한 러시아 의회위원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당시 위원회에는 김영웅 교수, 김 게오르기 교수 등 고려인 동포 출신의 학자와 연구자들이 참여했고 이들은 위원회 사무실에서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집에서도 자주 모여 숙식을 함께 하며 밤새 연구와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니콜라이 박사에 따르면 당시 스탈린에 의한 강제이주는 고려인만을 대상으로만 진행한 것은 아니었고 독일인, 체첸인, 칼미크인, 타타르인 등에 대한 민족 강제이주도 진행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맨 처음으로 강제이주를 한 민족은 고려인이었다. 니콜라이 박사는 “소련이 고려인 이주를 결정한 것에는 1937년 시작된 일본의 중국침략도 큰 영향을 주었다. 강제이주가 일본과의 갈등 요인을 없애기 위한 소련 당국의 고육지책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니콜라이 박사는 또 “소련 당국이 특유의 단결력과 투철한 민족의식을 가진 민족인 한국인들이 한반도 가까운 지역에 집단 거주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고려인들 이주했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고려인들을 중앙아시아로 이주하는 것이 소련 경제에도 도움을 줬다. 당시 중앙아시아 지역은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시달렸고 특유의 성실함과 농업기술력을 가진 고려인들을 중앙아시아 지역 농업개발에 투입해야 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1993년에야 고려인들에게 정치적 권리를 다시 주었고 그 뒤 고려인 출신 장성이 9명이 나왔다고 한다. 러시아 정부는 복권 이후에 고려인 동포들과 고려인 단체에 지원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 모이세이 고려인연합회 고문단 의장, 송 잔나 교수, 엄 넬리 교장, 김원일 교수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 가운데 몇 명은 자유 토론 시간에 “한국은 대통령이 바뀌면 고려인 동포에 대한 정책도 달라지는 면이 있다”며 아쉬움을 토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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