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주의 ‘박정희·김대중’⑧] 당선, 그러나 쿠데타
[강성주의 ‘박정희·김대중’⑧] 당선, 그러나 쿠데타
  • 강성주 전 MBC 보도국장
  • 승인 2023.10.21 06: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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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와 김대중은 한국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과연 후세는 이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강성주 전 MBC 보도국장이 박정희과 김대중을 재조명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가 심혈을 기울인 부분들을 연재로 소개한다.<편집자주>

본인은 낙선했지만, 장면 총리의 신임을 얻은 김대중은 집권 민주당 대변인(1960.9)으로서 주가를 높이고 있었다. 1961년 봄이 되면서 시위도 잦아들고 정권도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경찰 집계에 따르면 5.16쿠데타로 민주당 정권이 무너지기 전까지 하루 평균 3회, 모두 1,036회의 각종 시위가 있었다. 코메디 같지만, ‘시위를 그만 하자는 시위’를 할 정도였다.

김대중에게도 봄바람이 불어왔다. 한 해 전 인제 선거구에서 김대중을 이기고 국회에 진출했던 경찰서장 출신의 국회의원 당선자가 3.15 부정선거에 관련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의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1961년 5월 13일 인제에서 보궐선거가 실시됐다.

강원도 인제군 보궐선거에서 김대중 후보 유세. 인제 신남중학교. 1961.
강원도 인제군 보궐선거에서 김대중 후보 유세. 인제 신남중학교. 1961.

김대중은 민주당 후보로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다. ‘사전오기‘(四顚五起). 흔히 쓰는 ’삼전사기‘를 뛰어넘는 기록이다. 1954년, 1958년, 1959년, 1960년 내리 4번의 패배 끝에 맞는 첫 승리였다. 정치판에 뛰어든 지 7년 만이었다. 14일 인제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민의원 당선증을 받고 김대중은 슬펐다. 그냥 슬픔이 아니라, 그는 통곡했다.

세상을 뜬 아내 차용애가 맨 먼저 떠올랐다. 나는 당선증을 쥐고 통곡했다. 서울로 올라가면 금배지를 받을 것이다. 금배지를 달고 아내 앞에 서고 싶었다. 아내의 무덤을 찾아가 보여주고 싶었다. 14, 15일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당선 인사를 다녔다. 주민들은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승리의 낮과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그리고 5월 16일 아침을 맞았다.(김대중, 『김대중자서전』, 삼인, 2015)

이틀 동안의 당선 인사를 마치고 곤히 자고 있는데, 새벽에 당원 한 명이 급히 그를 깨운다. 그러면서 “서울에서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한다.

깜짝 놀라 일어났다. 그리고 곰곰 생각해 봤다. 그리 심각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판단했다. 어쨌든 서울로 올라가야 했다… 장면 총리는 빨리 서울로 올라오라고 재촉했다. 여기저기서 축하와 함께 선거에서 이긴 나를 보고 싶어 했다. 여장을 꾸려 인제읍을 벗어나서 서울로 향했다. 인제군 신남면의 군단사령부 쪽을지나가는데 군용차 하나가 우리 차로 다가왔다. 중령 계급장을 단 군인이 내리더니 내게 거수경례를 붙였다. 군단장이 보내서 왔다고 했다… “군단장께서 저희헬기로 서울까지 모시라 하셨습니다.” 그들은 나를 여당 국회의원 당선자로 예우했다. 하지만 헬기를 타라는 그들의 호의를 거절했다. 쿠데타가 일어난 서울에 그것도 군용 헬기로 올라갈 수 없었다. 양평 부근에 이르자 대규모 병력이 군용 트럭을 타고 수 백개의 깃발을 펄럭이며 서울로 가고 있었다. 그 무리가 쿠데타에 동참한 부대였음은 나중에 알았다. 이때 라디오에서 당시 미국 대사대리였던 마셜 그린(Marshall Green)과 유엔군사령관 매그루더(Carter B. Magruder)의 공동성명문이 흘러나왔다. “장면 총리가 이끄는, 정당하게 집권한 대한민국 정부를 지지한다.” 나는 안도했다. 미국이나섰으니 사태가 곧 진정될 것으로 낙관했다. (윤보선, 『외로운 선택의 나날』, 동아일보사, 1991)

카터 매그루더 사령관(1900~1988) 마샬 그린 대리대사(1916~1998)

서울에 도착한 김대중은 17일 국회에 의원 등록을 한다. 18일 군사혁명위원회는 포고령을 통해 국회를 해산했다. 17일 18일, 이틀간의 국회의원이었다. 김대중은 “금배지 한 번 달아 보지 못했고 의석에 한 번 앉아 보지 못했다.”라고 자서전에 기록했다. 4번이나 낙선하고 ‘정치 7년 만에 이룬 첫 결실인데’ ‘먼저 하늘나라에 간 부인에게 자랑하고픈 결실인데’… 허망하고 분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건 개인적인 소회라고 쳐도, 정치적 둥지요 든든한 기반인 민주당 정권이 붕괴하고 무엇보다 최고의 후원자인 장면 총리의 행방이 묘연했다. 의원 당선자요 당 대변인 이전에 자연인 김대중은 참으로 막막했을 것이다. 어려운 일이 연하고 연해, 험하고 거친 길은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필자소개
MBC 보도국장, 포항 MBC 사장,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 서울지국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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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f2416 2023-10-31 00:48:53
http://kin.naver.com/qna/detail.naver?d1id=6&dirId=60218&docId=403579229&page=1#answer5 자유민주주의 검찰공화국? http://kin.naver.com/qna/detail.naver?d1id=6&dirId=61303&docId=449411062&page=1#answer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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