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키르기즈에서 김장문화를 생각하며
[해외기고] 키르기즈에서 김장문화를 생각하며
  • 전상중 키르기즈한인일보 발행인
  • 승인 2023.10.3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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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중 키르기즈한인일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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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시작인 입동(11월 8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겨울을 대비해 우리 옷차림도 준비해야 하지만, 겨우내 우리 식탁을 책임져 줄 음식도 준비해야 할 때다.

김장은 겨울에 먹기 위해 김치, 깍두기, 동치미 따위를 담가두는 행위를 말한다. 한반도 전역에서 행해지는 김장의 기원은 알 수 없으나, 문헌상으로는 고려 시대의 이규보(1168~1241)가 쓴 시에 ‘무를 장에 담그거나, 소금에 절인다’에 가장 먼저 김장이 언급됐다. 김장 문화는 2013년 대한민국의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김치를 함께 담가 나누어 먹는 것 자체가 나눔의 정신, 가족 간의 결속,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갖는 유대감 등 인류 보편적 가치를 포함하고 있다. 김장 문화는 2015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됐다.

예로부터 김치는 쌀과 똑같은 식량으로 여겨졌다. 우리 식생활에서 주식인 쌀과 동등한 위치에 있다는 의미로 김치는 곧 식량이며, 식량은 생존과 직결되므로 우리 조상들은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그 식량인 김치를 마련하고자 김장을 했다.

김장, 다시 말해 ‘김치를 담그는 것’은 한국인의 정체성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김장’이라는 문화가 현대 사회에서 가족 협력과 결속을 강화하는 기회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것, 특히 공동작업인 김장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재확인시켜 주는 우리의 문화다.

요즘 한국에서는 김치냉장고가 널리 보급돼 김치 보관문제는 없어지고, 김치가 공장에서 생산돼서 김치를 사서 먹는 인구가 많아졌지만, 민간 곳곳에서는 예부터 내려오는 방법으로 김치를 담가 먹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10월 28일 키르기즈스탄, 알라투 광장 옆 쿠르만잔 다트카 기념비 앞에서 2023 김치 축제가 열렸다.[사진=키르기즈한인일보] 

지난 10월 28일 키르기즈스탄에서는 2023 김치 축제가 알라투 광장 옆 쿠르만잔 다트카 기념비 앞에서 열렸다. 키르기즈한인회가 주최한 이 행사에는 이원재 한국대사, 비슈케크시 모즈가체바 부시장과 현지인들, 교민들이 참석했는데, 한류 바람을 타고 소개된 김치에 대한 키르기즈 사람들의 관심이 놀라울 정도였다.

키르기즈 사람들은 한류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으로 처음에 김치를 맛봤지만, 이제는 독특한 맛과 풍미는 물론 면역력에 좋은 우수한 식품이라는 인식이 키르기즈스탄에 확산하면서 김치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 있는 식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김치는 이제 이른바 ‘힙한(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최신 유행에 밝고 신선한)’ 슈퍼푸드(영양가가 많은 음식)가 됐다.

이날 김치 행사로 현지인들이 김장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체험했으리라 믿는다. 해외에서는 김장의 기본이 되는 재료들이 부족하고 기온도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의 김장 문화를 다시금 되새겼을 것이다. 김장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1년에 한 번뿐인 김장철을 맞아 가족들, 지인들과 한자리에 모여 입동이 오기 전 김치를 담가 보는 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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