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한민국 반도체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다
[기고] 대한민국 반도체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다
  • 이강국 전 주시안총영사
  • 승인 2023.12.1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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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네덜란드 방문으로 반도체 동맹 구축
이강국 전 주시안총영사
이강국 전 주시안총영사

윤석열 대통령은 ‘반도체 동맹 구축’을 모토로 지난 12월 11일부터 15일까지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했다. 메모리 분야 전 세계 1, 2위 기업인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동행했다. 극자외선(EUV, extreme ultraviolet)을 이용해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기업인 ASML이 네덜란드에 있다. 노광장비 없이는 초정밀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도체 업체들이 이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반도체 업계에서는 ASML이 ‘슈퍼 을(乙)’로 불리는 등 공급망에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장비 한 대당 가격이 2천억 원이 넘지만, 한 해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 40대 안팎에 불과하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노광장비 확보에 뛰어들면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 됐다.

윤 대통령은 12월 12일(현지 시각)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동행한 가운데 ASML 본사를 방문했다. 양국 정상은 동반 방문을 기념하는 문구가 새겨진 반도체 웨이퍼에 서명했다. 이어 ASML과 협력 관계에 있는 한국, 네덜란드, 유럽의 주요 반도체 기업, 기관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ASML, ASM(네덜란드, 원자층증착(ALD) 장비 업체), Zeiss(독일, 광학시스템), IMEC(벨기에, 반도체 연구기관) 대표들이 참석했다.

그리고 양국 정부와 기업은 3건의 반도체 분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삼성전자와 ASML은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 연구개발(R&D)센터 설립 MOU’를 체결했다. 내년부터 1조 원을 공동으로 투자해 한국에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 R&D 센터를 설립·운영하는 것이 핵심이며, ASML이 반도체 제조기업과 해외에 R&D 센터를 만드는 것은 처음이다. 향후 삼성전자와 ASML 엔지니어들은 공동연구소에서 공동으로 차세대 반도체 개발·양산에 필요한 EUV 활용기술을 연구한다.

SK하이닉스와 ASML은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 공동개발 MOU’를 체결했다. EUV 장비 내부의 광원 흡수 방지용 수소가스를 소각하지 않고 재활용하는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며, 재활용 기술을 통해 EUV 한 대당 전력 사용량을 20% 감축하고 연간 165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양국 정부 간에는 ‘한-네덜란드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 협력 MOU’가 체결됐다. 양국이 미래 반도체 인재를 공동 양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외국 정상 중 최초로 ASML ‘클린룸’을 방문하여 정밀한 작업을 위해 먼지와 세균을 완전히 제거한 시설에서 차세대 ‘EUV 노광 장비’ 제조 과정을 지켜봤다.

윤 대통령은 다음날 마르크 뤼터 총리와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반도체 가치 사슬에 있어 양국의 특별한 상호보완적 관계를 인식하고, 정부, 기업, 대학을 아우르는 반도체 동맹 구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선언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네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은 정부, 기업, 대학을 아우르는 반도체 동맹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생산국인 네덜란드와 반도체 제조 강국인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양국은 서로의 강점을 결합하여 반도체 협력의 효과와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기술 패권 경쟁, 공급망 재편 등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등 핵심기술 개발을 견제하는 미국과 이를 뿌리치고 도약하려는 중국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네덜란드는 미중간 기술 패권 경쟁으로 불안정해진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한 주요 축이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60%를 생산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공급망 리스크를 극복함은 물론 반도체 산업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파트너가 절실하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문에서 반도체 연구개발과 설계, 제조 장비 기업들을 대거 보유하여 촘촘한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갖춘 네덜란드와 다각도로 협력을 강화하는 성과를 거두어 한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 협력이 반도체 동맹으로 격상됐다. 이로써 한국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이슈를 주도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가 우세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격차를 좁히기 위해 맹추격 중이다. 네덜란드와의 반도체 동맹은 전체적인 반도체 공급망 입장에서 굉장히 튼튼한 우군을 확보함으로써 한국 반도체 업계의 취약점인 파운드리와 팹리스(반도체 설계) 영역의 경쟁력 강화를 이끌 수 있다. 삼성전자는 EUV를 독점 생산하는 ASML과 차세대 EUV 장비 활용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면서 ‘하이 뉴메리컬어퍼처(NA)’ 기반 초미세공정 기술 경쟁에서 앞서나갈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초미세공정 공정을 주도권을 둘러싼 파운드리 업계가 차세대 노광장비 선점을 둘러싼 치열한 물밑 경쟁에 들어간 상황에서 2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 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하이 NA EUV 노광장비 보유 및 공정기술 고도화 등에 따라 현재 TSMC가 지배하고 있는 파운드리 지형이 크게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한국은 네덜란드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과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필자소개
주중국대사관 서기관, 외교부 서남아태평양과장, 주상하이 부총영사, 주시안총영사 역임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일대일로(一帶一路)>, <서안 실크로드: 역사문화 기행>, <일대일로와 신북방 신남방 정책>, <대전환기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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