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월드코리안신문) 이석호 기자
이한진 재미제주도민회장(뉴욕)이 제주 4·3사건에 희생된 둘째 형의 유해(유골)를 76년 만에 찾았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지난 2월 20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4·3희생자 발굴 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를 열었다
제주도가 이날 보고회에서 공개한 희생자 유골은 고 강문후(1909년생), 이한성(1923년생) 님의 유골이다. 이 가운데 고인 이한성 님이 이한진 재미제주도민회 회장의 둘째 형이다.
이한진 회장은 제주도 화북1동 벌랑 마을 출신으로, 일제 강점기에 할아버지가 무역선을 운영할 정도로 가족은 부자였다. 그에게는 누나와 형 두 명이 있었는데 큰 형은 일본에서, 작은 형은 만주에서 공부했다. 청년 운동을 하던 작은 형은 1947년 3·1절 기념행사에 참여했고, 이 때문에 온 가족이 경찰과 서북청년단원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됐다.
민보단(경찰 하부 지원조직) 간부로 활동했던 큰 형은 겨우 목숨을 지켰지만, 어머니와 17세 나이의 누나는 학살당하고, 작은 형은 친척 집 천장에서 숨어지내야 했다.
1949년 큰 형은 자수하고 징역 15년 형을 받아 대구형무소로 이송됐다. 하지만 똑같이 자수를 한 작은 형은 군법회의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 뒤 작은 형은 수십 명과 함께 트럭에 태워져 제주공항으로 끌려갔다는 소식만 남긴 채 행방불명이 된다.
뉴욕에 살고 있는 이한진 회장이 작은 형의 유골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2023년 10월에 열린 세계제주인대회에 참여해서, 제주도청의 ‘4·3유가족 채혈’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제주도청은 그동안 4·3희생자 유해를 발굴하는 작업을 해왔고, 이와 함께 국내외 4·3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채혈에 동참해 달라는 캠페인을 벌여왔다. 4·3희생자 유해와 유가족의 DNA 확인은 이승덕 서울대 법의학연구소 교수가 했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20일 열린 보고회에서 이한진 재미제주도민회장은 “이렇게 기적과 같이 작은 형님의 신원이 확인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한진 회장은 제주상업고등학교와 제주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고, 대학 졸업 뒤 서울에 있는 일본계 회사인 대동전자에서 일하다가 뉴욕으로 파견됐다. 그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대형 식품슈퍼마켓을 운영했고 지금은 허드슨강 옆에 있는 빌딩을 관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