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재외국민 투표하기 너무 어렵다… 비례대표도 관전포인트
[해외기고] 재외국민 투표하기 너무 어렵다… 비례대표도 관전포인트
  • 전소영 남아공한인회장
  • 승인 2024.03.0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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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영 남아공한인회장
전소영 남아공한인회장

남아공에서는 재외선거에 참여하기가 너무 어렵다. 4월 10일 총선을 위한 투표소는 프리토리아에 있는 우리 대사관에 설치된다. 교민 다수가 사는 요하네스버그에서 왕복 80km 거리다.

다른 지역에서는 너무 멀어서 비행기를 타고 와야 한다. 케이프타운에서 차를 타고 와서 투표에 참여하려면 편도로 쉬지 않고 16시간을 달려야 한다. 왕복으로 치면 적어도 사나흘은 걸려야 한다.

남쪽 항구도시인 더반에서 차로 가려면 편도 6시간 걸린다. 대중교통이라면 더 걸릴 수 밖에 없다.

인근 보츠와나와 레소토에는 대사관이 없다. 주남아공대사관에서 겸임한다. 보츠와나에는 교민들이 수도인 가보로네에 주로 모여 살고 있다. 가보로네에서 투표하러 남아공의 프리토리아로 오려면 편도 6~7시간 걸리는 데다, 국경을 넘어야 하니까 출입국과 통관 시간도 계산해야 한다.

이같이 먼 거리여서 투표를 하러 간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나마 요하네스버그에 사는 필자는 왕복 2시간이면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다행이라고 할까.

해외에서는 이처럼 어려운 상황인데도 남아공에서 320명이 유권자 등록을 했다. 투표를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재외국민으로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이들이 투입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을 국내에서는 짐작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다른 해외 지역에서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국경을 넘어가서 투표하지 않더라도 먼 거리를 가야 하는 재외국민 유권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국내 언론에서는 이런 내용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대신 4.10 총선을 앞둔 공천 파동과, 이에 따른 공방, 각종 정당창립과 합종연횡의 소식으로 가득 차 있다. 재외국민 투표는 물론이고, 재외국민을 배려해 비례대표를 추천하겠다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선거철이 되면 세계 곳곳의 다양한 재외 동포단체들이 유권자 등록을 위한 홍보에 열과 성을 다한다. 그러나 애쓰는 것에 비해 성과는 크지 않다. 국내에서는 재외국민들에게 무관심한 듯하다. 재외국민 투표가 선거를 좌우할 만한 변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재외국민들에게는 선거는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선거일이 공휴일도 아니다. 걸어가면 바로 코앞에 투표장이 있는 국내와는 전혀 다르다.

이렇게 투표를 하기 어려운데도 정치권에서는 우편투표나 전자투표 등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재외국민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엄연히 투표권이 있는데도 그렇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인터넷 시대다. 재외국민들이 한국 사정에 대해 잘 알 수밖에 없다. 한국에 살지 않으니 한국 정세에 관심이 없고, 선거도 안 할 거라는 것은 편견이고, 잘못된 생각이다.

재외국민은 이번 총선에서 소중한 한 표를 어떻게 행사해야 할까? 후보가 너무 늦게 결정되는 바람에 자기 지역에 누가 나왔는지조차도 알기 쉽지 않다, 국내에 비해서는 후보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정보 파악도 어렵다.

이런 선거 시스템은 개선되어야 한다. 재외국민을 한국 정치에서 소외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재외국민의 목소리와 시각이 국내에 제대로 알려지고, 국회에 반영되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 총선에 노동, 여성, 환경, 청년, 문화예술, 장애인, 이주민 등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이들이 비례대표로, 혹은 지역구 의원으로 국회에 진출할 것이다. 의사, 간호사, 체육인, 소방관 등 직능을 대표하는 이들이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750만 재외동포를 위한 비례대표 의원은 없다. 이는 풀어야 할 숙제다. 지금 재외동포들에게 요청되는 일은 많다. 공공외교, 차세대 현지 사회 진출, 유력인사들과의 유대, 한국역사 현지 교과서 수록 등에 힘을 써 달라는 요청들도 나오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재외국민의 권리도 존중받았으면 한다. 필자는 재외동포를 대표하는 정당이 창립되거나, 재외동포들을 대표하는 후보를 배정하는 정당이 있다면 주저 없이 그 당을 찍을 것이다. 그런 생각은 필자뿐이 아닐 것이다.

여기저기 멀리 떨어져 산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재외국민들이 선거에서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 재외국민 비례대표는 이번 총선을 지켜보는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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