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연변은 조선족 문화의 저수지…물이 차있도록 도와야”
[시론] “연변은 조선족 문화의 저수지…물이 차있도록 도와야”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2.08.19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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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자치주 성립 60주년에 부쳐-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시인 윤동주가 노래한 ‘별 헤는 밤’이다. 하늘의 별을 보면서 그리움과 애틋함, 사랑에 잠기는 시인의 모습이 선연하게 떠오른다. 그게 ‘인간미(美)’고, ‘휴머니즘’이다.

윤동주 시인이 태어난 곳은 중국 연변(延邊) 용정이다. 용정의 명동촌에는 그의 생가가 남아있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연변은 우리 민족한테는 독특한 지역이다. ‘디아스포라’라는 우리민족 이산(移散)의 현장이기도 하고, 중국에서 우리 민족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곳이기도 하다.

연변은 우리 동포들이 자치정부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올해로 연변조선족자치주 성립 60주년을 맞아 9월초 대대적인 경축행사도 진행된다.  본지는 연변에서 조선족 동포 문화를 지키고, 가꾸어온 자치주 정부와 동포들의 땀에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연변은 우리 민족의 문화 발전을 위해 많은 신경을 써왔다. 도문의 두만강 가에는 2년전 조선족무형문화유산전시관도 개관했다. 전시관은 새로 조성된 두만강광장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두만강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강변에 넓은 광장을 만들고, 강안에는 부두도 만들어 유람선도 띄우고 있다.

전시관은 기와지붕을 한 웅장한 모습이다. 2000평방미터 면적에 음악 춤 음식 생활방식 등 무형문화유산을 담은 사진과 영상물, 악기 등 4500여건을 전시돼 있다. 전시관 안으로 들어서면 대형 디지털 영상이 관객을 압도한다. 세계급 유산으로 우리 농악무가 소개되고, 이어 다양한 춤들이 사진과 글로 소개돼 있다. 모두 우리말과 중국어로 나란히 소개된다.

2층에는 식문화도 소개돼 있다. 부엌이 만들어져 있고, 김치 담그는 법은 물론, 심지어 개고기 요리 방법까지 소개하고 있었다. 부뚜막에 걸린 솥단지를 손으로 문지르면 개고기 요리 절차까지 디지털 영상과 음성으로 흘러나오도록 장치돼 있다.

전시관을 나오면 맺음말이 소개돼 있다. “문화는 민족의 영혼이다”로 시작하는 글이다. 이곳을 다녀가는 사람은 무엇을 느낄까. 우리 민속문화에 더욱 친근감을 느끼고, 매력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언젠가 자리를 함께 한 연변조선족민족문화발전촉진회 조성일 회장의 말이 기억난다. 그는 “연변은 조선족 민족문화의 저수지”라고 말했다. 연변이 없으면 중국 대륙 안에서 굳건히 지켜오던 우리 전통의 문화가 희미해지고, 나아가 사라질 우려가 있다는 얘기였다.

우리 민족이 모여 사는 연변조선족자치주가 있기 때문에 중국내의 우리 조선족 동포들이 비록 몸은 도시로 나가 흩어져 있어도 전통문화를 알고, 지속적으로 수혈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우리 민족이 국외에서 자치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곳은 중국밖에 없다. 연변이 그만큼 독특하고, 중요하다는 얘기다.

연변자치주 성립 60주년을 축하하면서 연변의 우리 문화가 더욱 꽃피기를 빈다. 중국내의 다른 55개 민족과 어울리면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살리고 자긍심 키워가기를 기원한다. 문명은 충돌할지 모르나 문화는 서로를 살리고,  빛내준다. 우리 민족 문화가 중국 대륙에서 더욱 화려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연변 한인사회에  대한 세계 한인사회의 따뜻한 눈길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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