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사랑해야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어요”
“중국을 사랑해야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어요”
  • 중국 웨이하이=고영민 기자
  • 승인 2014.06.16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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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만원의 기적, 차이나드림(中國夢)의 성공신화… 전용희 BREAD'N 대표

‘하지만 어머님은 왠지 드시질 않았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재중국한국인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전용희(사진·46) BREAD'N(福來天) 대표의 눈물겹도록 치열했던 유년시절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룹 GOD의 노래 ‘어머님께’라는 노래 가사가 문득 떠오른다. 충남 부여가 고향이며 사형제 중 맏이였던 전용희 대표는 부친이 마흔세 살 때 돌아가시고 서른여섯의 홀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이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중학교를 자퇴하고 서울로 올라와 자장면 배달을 하기 시작했다.

어느 늦은 밤, 3만여 원의 월급을 받고 밤늦게 집으로 향하면서 어머니 선물로 빨간 내복과 어린 동생들을 위해 단팥빵을 샀다. 자고 있던 동생들은 깨어나 정신 없이 단팥빵을 먹기 시작했고, 어머니께도 빵 한 개를 드렸지만 퉁퉁 붓고 피멍이 든 그의 손을 보고 마음이 아파 차마 입에 넣지 못했다. 전 대표는 억지로 어머니 입에 빵을 물어 드리며 “어머니, 걱정할 것 하나도 없어요. 지금은 이렇게 고생하지만 나중에 어엿한 빵집 사장이 될 겁니다”라며 위로했다. 중국 곳곳에 20여개의 베이커리&카페 체인점을 갖고 있는 그는 지금도 빵만 보면 함께 나눠먹던 그때 그 시절이 아련히 떠오른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에게는 3가지 소원이 있었다. 첫 번째는 자신의 문패를 단 ‘내 집’을 갖는 것. 그는 열심히 돈을 벌어 서울 강북에 집을 하나 사드렸고 나무로 만든 문패를 당당히 아파트에 달았다. 두 번째는 어렵게 살아오면서 신세졌던 주변 이웃들에게 큰 잔치를 벌이는 것. 서울 어느 웨딩홀을 예약해 유명 연예인들과 방송인들, 평소 알고 지내던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불러 왁자지껄한 칠순잔치를 벌였다.

마지막 소원은 소학교도 못나온 어머니가 박사모를 쓰는 것. 중학교 중퇴인 그는 검정고시를 거쳐 마흔한 살에 인구 1억 2,000만여 명이 사는 산동성에서 가장 큰 대학인 산동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 정식 입학, 바쁜 와중에도 4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 졸업장을 따냈다. 물론 졸업식에 어머니를 초청해 학사모를 씌워드렸다. 그는 “부모님을 공경하면 잘 살고 부자된다”는 소박한 믿음을 갖고 있는 지극정성 효자이며, 이러한 정성을 가족뿐만 아니라 중국 현지 사회에도 베풀고 있다.

“웨이하이는 고마운 도시… 나눔의 회사 만들고 싶어”

힘든 시절을 겪은 사람만이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이해하는 걸까? 전용희 대표와 함께 웨이하이(威海)의 체인점들을 둘러보는 도중, 거리에서 걸식하는 중국인 할머니가 그에게 “오늘은 저번에 줬던 거 말고 다른 종류의 빵은 없냐?”고 추궁(?)한다. 비록 사소한 것일지라도 평소에 소외된 이웃들을 소리 없이 돕고 있었음을 눈치 챌 수 있었다.

그의 아내(티엔 리 신, 田立新)는 쓰촨 성 대지진으로 인해 부모님 보살핌 없이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을 몰래 돕고 있었다. 아내의 도움을 받고 있던 어느 중국인 아이의 감사편지를 보고서야 뒤늦게 알았다고 한다. 전 대표는 현지 교민사회에서 힘든 상황에 처한 한국인들을 남몰래 돕고 있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다. 늦깎이로 다녔던 산동대학 대학생들에게는 통 큰 장학금도 기부하고 있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에게도 똑같이 5:5로 지원하고 있다. 대학가 근처 그의 매장에는 산동대학에서 기증한 감사패도 걸려있다.

▲ 그의 BREAD'N 매장은 외국인들까지 입소문을 듣고 찾을 정도로 유명하다.

전용희 대표는 98년도, 20대 후반에 처음 웨이하이에 들어와 현재까지 17년째 살고 있다. 한국 돈 120만원과 성경책 달랑 한 권 들고 왔다. 공항도 없던 시절 여객선을 통해 보따리 장사를 하며, 웨이하이에서 현지인처럼 살기 시작했다. 돈을 조금 벌어 농산물을 판매하는 ‘서울상회’를 차렸다. 참기름 공장, 식당 등 안 해 못 것이 없었다. 전 대표의 벤처정신은 옌타이(煙臺)의 지도까지 바꿔놓았다. 양어장을 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 옌타이 부근 바닷가 1만여 평을 메워 양어장을 만들었다. 4~5년 정도 운영하다 양어장 부지를 팔고 베이커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베이커리 사업 외에도 Tie Yi Fang(铁艺坊火炉披萨, 대장장이 화덕피자)이라는 경양식당도 운영하고 있다. 피자를 비롯한 다양한 경양식 메뉴를 중국인 입맛에 맞게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인터넷 블로그에는 그의 체인점들을 소개하는 글들이 즐비하다.

베이커리는 최근 중국에서 뜨기 시작하는 사업 아이템 중 하나. 국내외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매장에서 커피, 팥빙수 등을 파는 것을 보고 그도 빵집 컨셉을 완전히 바꿨고, 그래서 탄생한 브랜드가 BREAD'N BAKERY & COFFEE이다. 현재 지점만 20여개. 웨이하이의 8개 매장 뿐만 아니라 베이징(北京), 칭다오(靑島), 지난(濟南), 톈진(天津), 다롄(大連), 선양(瀋陽), 난징(南京), 청두(成都) 등에 진출해 있다. 하얼빈(哈爾濱)과 르자오시(日照市)에도 곧 오픈할 예정이다.

▲ 전용희 대표는 매일 지점들을 둘러보며 매장 음악과 상품진열, 인테리어까지 신경 쓸 정도로 꼼꼼하다.

그는 “웨이하이는 나에게 고마운 도시며, 하나님께 감사하다”라고 말한다. 여기 와서 중국 아가씨를 만나 결혼을 했고 딸도 둘이나 낳았다. 보따리 장사를 하던 당시, 항만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던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달랑 120만원 가지고 17년 동안 살아온 것만 해도 감사하다”고 강조한다. 수억을 투자해도 성공할까 말까인데 120만원으로 성공한 사람은 중국에서 아마 자신밖에 없을 거라고.

▲ 전용희 대표가 아내이자 사업 동지인 티엔 리 신(田立新) 씨와 웨이하이에 소재한 롯데백화점 내 BREAD'N 매장 앞에서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그가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한 번 마음먹으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과감한 추진력, 그리고 현지인과 이익을 함께 하는 나눔의 정신이다. 그는 “여기서 버는 것을 한국으로 빼돌리려고만 하지 말고 현지에 투자도 하고 지역복지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지인들과 함께 하지 않으면 성공은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 “중국을 사랑하지 않으면 중국에서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의 꿈은 무엇일까? “중국은 식품에 대한 불안심리가 강하다”며,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한다. 대기업보다 좋은 재료를 더 듬뿍 넣어서 맛있는 빵을 만들자는 생각뿐이다. 앞으로 중국에 100개 체인점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다. “빠른 시간에 진행될 것 같다”고 자신한다. 그리고 “함께 공유하는 나눔의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보다 큰 꿈을 넌지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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