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도 한인사회의 홍반장, 김광용 (사)예술나눔 중국지회장
[인터뷰] 청도 한인사회의 홍반장, 김광용 (사)예술나눔 중국지회장
  • 청도=고영민 기자
  • 승인 2014.09.19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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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는 대륙을 접수할 수 있는 기회의 땅”

“예를 들자면, 엎어지면 코 닿는 거리 ‘인천~상해’ 노선은 국제항로지만, 이보다 훨씬 긴 거리인 청도~신장(新疆) 노선은 국내물류에 불과하죠. 중국 대륙진출의 교두보, 청도(靑島)는 한국인들에겐 중국을 접수할 수 있는 기회의 땅입니다.”

중국에 온 지 5년차가 돼가는 김광용 사단법인 예술나눔(藝術分享) 중국지회장은 “청도는 중개무역, 문화 이벤트 등 각종 사업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연습게임의 공간’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국의 모든 정보가 수집되며, 저 멀리 서안까지도 컨트롤 할 수 있는 물류기지”라고 강조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한국인과 중국동포(조선족)들이 대거 거주함에 따라 어디서나 한글간판과 한국어를 접할 수 있는 칭다오 환경에 익숙해지면 다른 곳에는 가기 힘들 수 있다. 대륙진출의 발판이 헤어나올 수 없는 블랙홀이 돼버릴 수도 있다는 것.

한국에서 전시, 공연 등을 진행하는 기획사를 운영했던 김 지회장은 회사명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국내 굴지의 웹호스팅 업체에서 기획이사로 있던 친동생의 강력한 권유로 상해로 생활터전을 옮겼다. 당시 온라인쇼핑몰이 태동하고 있던 중국에서 관련사업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보겠다는 시도였다.

하지만 마흔 다섯이라는 늦깎이로 언어도 통하지 않는 중국에 진출해 전혀 경험이 없는 업종에서 승부를 거는 것은 무모한 도전과 다름없었다. 그는 고민 끝에 한국인이 많은 청도로 자리를 옮겼고, 중국어 등을 공부하며 사업 아이템을 찾아 나섰다고 한다.

청주 지역에서 예술 나눔활동(무료공연)을 펼치고 있는 사회적 기업, (사)예술나눔과의 인연으로, 중국에서도 한국의 문화예술을 함께 공유해보고 싶어 중국지회장을 자처하게 됐다는 김 지회장은 사업적으로 성공과 실패를 두루 맛봤다.

지나치게 고급스럽게 제작한 교민잡지 창간호가 마지막 호가 되기도 했고, 중국 인터넷쇼핑몰 업체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의 화장품을 판매해 연 20~30억의 매출을 올리는 대박을 터트리기도 했다. 하지만 사후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하루아침에 사업을 접어야하는 고배를 마셨다. (사)한국외식산업진흥원이 현지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돕는 과정에서 한식에 대해 더욱 깊이 연구하고 미래 비전을 찾기도 했다. 9월20~21일 청도한국인회가 주최하는 ‘칭다오한국 문화대축제’에 한국의 조리사들이 참여하게 된 것도 그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재외선거인 등록률 경쟁에 불 붙인 장본인

김 지회장은 ‘청도 한인사회의 홍 반장’으로 불릴 만큼 한인사회 대소사에 적극 나서는 구원투수로 명성이 자자하다. 정작 본인은 “사실 나는 전혀 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찌 하다 보니 그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토로한다. 단체생활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그가 청도 한인사회에 본격적으로 동참하게 된 계기는 칭한모(칭다오 한인들의 모임)와 인연을 맺기 시작할 때부터였다. 어느 날 송별회 행사를 거들어 주는 과정에서 그의 기획력이 사람들의 눈에 띄었고, 결국 칭한모가 주관하는 각종 문화행사까지 도맡아 진행하는 운영진으로 참여하게 됐다.

발군의 기획력은 사상 처음 국회의원과 대통령 재외선거를 치르는 2012년에 나타났다. 칭한모 어느 회원이 ‘우리도 세금 내는 국민이다. 80만 재중국한국인들의 보팅(voting) 파워를 제대로 보여주자’고 제안했다. 그는 회원들의 등살에 떠밀려, 본의 아니게 부재자선거 운동본부장이 되어 캠페인을 기획하게 됐다. 투표참여를 제고하기 위해 생각해 낸 아이디어는 청도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는 한국인들이 부재자투표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창구 역할을 해주자는 것.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당국은 물론 관할 공관에서도 반대가 심했지만 과감히 밀어붙였다. 자원봉사 학생들과 함께 공항에 나가 피켓에 ‘부재자신고접수처’라는 문구를 태연하게 새겼다. 짐을 나르는 카트에는 디지털카메라나 핸드폰 카메라로 여권을 찍어 곧바로 신청·접수할 수 있는 장치도 고안했다. 현장 활동과정을 칭한모 카페에 게재했더니 세계 곳곳의 한인사회에서는 난리가 났다. 재외선거인 등록률 경쟁에 불이 붙은 것. 당시 민주당 세계한인민주회의 관계자가 칭한모의 활동을 높이 평가해 접촉해 왔고, 직접 현장견학까지 할 정도였다고 한다.

“중국, 다 흉내 내도 한식만은 흉내 내지 못해”

기발한 기획력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추진력을 갖춘 그가 전망하는 중국의 유망업종은 다름 아닌 한식과 문화였다. “IT, 뷰티제품 등 한국의 모든 제품을 다 흉내 내더라도 한식만은 결코 흉내 내지 못한다”며, “우리 음식과 문화를 접목한 프로젝트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지 한식 레스토랑 한두 개 내는 것이 아니라 차이나타운처럼 음식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대규모 푸드코트를 기획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일뿐만 아니라 반대로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을 위로하고 소외계층에게 중국문화를 소개하는 공익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가난한 중국음악가들을 위해 연습장을 마련하는 등 각종 지원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게 꿈이 뭐냐는 생뚱맞은 질문을 던졌더니, 다소 엉뚱하지만 의미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첫째, 이참(이한우)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처럼 중국의 이참이 되고 싶다는 것. 둘째, 중국의 온라인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선구자가 되고 싶은 것. 그리고 마지막은 지리산 청학동 인근 고향으로 돌아가 아이들에게 중국어로 논어와 시경을 가르치고 싶다는 것. “달나라에서도 화장품을 팔 자신이 있다”고 말하는 그는 또다시 새로운 출발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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