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 119] 3둔 4가리
[아! 대한민국 119] 3둔 4가리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6.10.29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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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3둔 4가리는 강원도 인제와 홍천, 방태산(1,444m)자락에 있는 심산유곡(深山幽谷)의 땅 이름이다. 둔(屯)은 산자락에 있는 펑퍼짐한 땅, ‘가리’는 밭을 일구고 살만한 계곡을 일컫는다. 3둔은 살둔, 달둔, 월둔을 말하고, 4가리는 아침가리, 명지가리, 적가리, 연가리의 이름이다. 이들은 방태산 자락 깊은 골짜기 안에 숨어있다. 지도를 보면 3둔 4가리가 얼마나 첩첩산중에 틀어박혀 있는지 알 수 있다.

3둔 4가리는 조선시대 예언서 ‘정감록’(鄭鑑錄)에 등장하는 피난처다. 물과 불,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삼재불입지처’(三災不入之處)로 소개돼 있다. 말하자면 피란지지(避亂之地)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서 국운이 위태했던 조선조 말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전국 각지에서 피란민이 소문을 듣고 이곳에 찾아 들었다. 밭을 만들 수 있는 한 뙈기 땅만 있어도 감자와 옥수수를 심었고, 약초와 산나물을 캐서 시장에 내다 팔았다. 재난과 외적은 피했지만, 궁벽한 산골 마을에서 사는 건 결코 녹록한 일은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3둔 4가리를 전쟁도 빗겨간 낙원으로 묘사하는데, 이는 잘못 퍼진 이야기다. 38선이 지척이어서 한국전쟁이 터지자마자 3둔 4가리에서 격전이 벌어졌다. 1968년에는 삼척·울진으로 침투한 무장공비 일부가 이곳으로 숨어들었다. 무장공비를 일소한 뒤, 정부는 화전(火田)정리 사업에 속도를 냈다. 화전마을이 공비의 은신처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3둔 4가리 주민들의 대부분이 이때 마을을 떠났다.

3둔 4가리가 다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 10년 안팎의 일이다. 첩첩산중에 비경(秘境)이 있다는 소문이 번지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순식간에 펜션과 별장, 캠핑장이 속속 들어섰다. 조상들이 전쟁과 환란을 피해 3둔 4가리에 은거했다면, 현대인은 찌든 도시생활에 질려 3둔 4가리를 찾는다. 옛날 같은 전란의 위험은 적지만, 하루하루 팍팍하고 고달픈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 3둔 4가리는 어쩌면 더욱 절실한 피난처라고도 할 수 있다.

3둔은 방태산 남쪽 자락 내린천이 휘감은 강원도 홍천 내면에 있다. 3둔과 4가리는 풍경부터 확연히 다르다. 가리가 산줄기를 파고든 계곡 지형이라면 둔은 산자락 마을이다. 분지처럼 넓지는 않지만 평평한 땅이다. 3둔과 4가리를 찾는 사람도 각기 그들의 성격이 조금은 다르다. 4가리는 산악회를 비롯한 등산객이 찾는 반면 3둔은 캠핑족에게 인기다.

굽이굽이 산길을 달려서 내린천이 물음표 모양으로 감싼 살둔 마을에 이른다. 30여 가구가 사는 마을의 명소는 살둔산장이다. 산악인이었던 윤두선씨가 1985년 지은 집인데, ‘한국의 살고 싶은 집 100선’에 꼽히기도 했던 집이다. 살둔의 옛 생둔분교 폐교 주변이 캠핑장이다. 여기서 동쪽으로 8km 거리에 월둔이 있는데, 여기는 백두대간 트레일을 걷는 사람이 많이 지나간다. 월둔에서 56번 국도를 타고 동쪽으로 7km를 달려 오대산 산골로 접어들면 달둔(達屯)이 나온다.

계곡 트래킹 코스는 아침가리가 유명하지만, 나머지 3곳도 찾는 사람이 많다. 적가리는 방태산 자연휴양림을 거느린 계곡이다. 연가리는 백두대간 구룡령과 이어지는 계곡으로 폭포와 소가 많다. 명지가리는 조경동(朝耕洞)에서 방태산 남서쪽 월둔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계곡이다. 명지가리에도 약수가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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