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주관하는 ‘2016 베스트 공관장’에 선정된 이강국 주시안총영사는 중국 유학을 거쳐 현지에서 오랫동안 외교관 생활을 해 온 이른바 ‘중국통’이다. 육·해상 신(新)실크로드 경제권을 형성하고자하는 중국의 국가전략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정책으로 서부지역이 집중 개발됨에 따라 이곳을 관할하는 주시안총영사관의 역할과 비중도 그만큼 커졌다.
이강국 총영사는 “한·중 양국의 교류가 중서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특히, 산시성의 성도 ‘시안(西安)’은 우리 기업들이 개척해 나가야 할 ‘신천지’라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 총영사는 “최근 베스트 공관장에 선정되자, 멀리 수저우(蘇州)에서 이상철 화동연합회장이 축하 메시지를 전해 왔다”고 밝혔다. 주상하이총영사관에서 부총영사로 근무할 때, 소주한국학교 설립을 위해 교민사회와 함께 뛰었던 인연이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중국 현지에 진출해 활동하고 있는 우리 재외국민보호, 한국을 알리는 공공외교 등 공관장으로서의 기본 업무를 비롯해 현지에 꾸준히 진출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을 위한 각종 지원활동과 더불어 한중관계 발전을 위해 분야별로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도 열고 있는 이강국 총영사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진핑 고향 ‘산시성’, 내륙 물류 중심지로 부상”
이강국 총영사에 따르면, 관할 지역(산시성, 간쑤성, 닝샤후이족자치구)은 중국 서북부에 치우쳐 있어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이었으나, ‘일대일로’ 정책이 시작되면서 활력을 보이고 있다. 이 총영사는 “시진핑 주석의 고향인 산시성(陝西省)은 일대일로 정책이 나온 이후 봄날을 맞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5년 2월, 시 주석은 산시성을 시찰하면서 “일대일로 전략을 실시하는 주요한 지점이며, 서부 지역으로 개방하는 전진기지가 돼야 한다”고 천명했고, 이에 따라 중앙정부는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 역사 유적지가 즐비한 특성을 활용해 실크로드 국제예술제, 실크로드 관광제 등 수많은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시안은 국제 화물철도인 창안(長安)호의 출발지며, 중앙아시아, 유럽으로 가는 대부분의 철도가 통과하게 돼 있어 내륙 물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간쑤성(甘肅省)은 동쪽에서 서북쪽으로 길게 뻗어있는 허시후이랑(河西回廊)을 지나고 있어 ‘일대일로 전략의 황금구간’으로도 불린다. 중국정부는 ‘란저우(蘭州) 신구’를 일대일로 정책의 간쑤성 중심지로 육성하고 있으며, 지우췐(酒泉)은 풍력, 태양광 등 신에너지 전진기지로 각광받고 있다. 모까오쿠(莫高窟) 석굴로 유명한 둔황(敦煌)은 문화·관광 실크로드로서의 발전 잠재력이 크다. 송(宋)나라 때 대제국으로 위용을 떨쳤던 서하(西夏) 왕국이 있었던 닝샤후이족자치구(寧夏回族自治區)는 서하왕릉, 사막과 초원, 허란산(賀蘭山) 암각화 등이 어우러져 관광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안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현지에 진출한 투자기업의 상징이 됐다. 총 75억 달러가 투자돼 중국이 유치한 단일 외자투자 항목으로 가장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 교민수도 급증했다. 삼성이 들어오기 전 1,000명 정도에서 현재는 5,000명 규모로 늘어났고, 삼성반도체 주재원 및 협력업체 직원, 요식업이나 여행업 종사자, 유학생 등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삼성 반도체 관련기업들이 진출해 왔으나 이젠 진출 지역도 셴양(咸陽)시 등으로 확대되고, 자동차 관련사업 진출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류를 타고 아이스크림, 제과 및 화장품 시장개척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한다.
“광복군 제2지대 표지석 기념공원, 역사교육 현장으로”
이 총영사는 “우리 교민들의 관심사항은 아무래도 자녀교육이 최우선일 것”이라며 “많은 학생들이 국제학교에 진학하고 있지만, 현지학교에 진학하려는 학생들도 적지 않기에 시안시 교육국과 협의해 소정의 자료를 준비해 절차를 밟으면 현지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또 “주말학교 운영 활성화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 시안 외사학원 교실을 확보해 교민 자녀들이 주말에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교민들이 늘고 관광객도 급증함에 따라 사건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시안총영사관은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히 대응하고, 교민보호를 위한 사전 예보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사건·사고 대비 통역자원봉사단을 조직해 긴급한 상황 발생시 통역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응급 상황 발생에 대비해 시안고신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편리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구비했다.
역대 중국 역사 중 가장 많은 황조의 수도였던 시안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독립운동을 활발히 전개했던 곳으로 관련 유적지도 많다. 한중간 협의를 통해 광복군 제2지대 주둔지가 있었던 시안시 장안취(長安區) 두취쩐(杜曲鎭)에 광복군 제2지대 기념공원을 조성하고, 공원 내에 광복군 제2지대 표지석을 비정(碑亭, 비석의 정자)과 함께 설치했다. 이 총영사는 “광복군 제2지대 표지석 기념공원이 양국 국민, 특히 청소년들의 역사교육 현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유적지 보존과 홍보를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영사는 “이외에도 공공외교 차원에서 한국어 보급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려고 한다”며 “연말행사로 ‘한중 우호의 밤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각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효과적인 한국어 교육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기회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수천년 한중관계, 일희일비 말고 뚜벅뚜벅 앞으로”
시안이 새로운 투자지로 급부상함에 따라 시안총영사관은 할 일이 많은 공관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 진출 지원을 위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우리 기업과 중국 기업이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여러 세미나도 개최하고 있다. 지역 명문 대학인 시베이(西北)대학, 시안교통대학과 각각 일대일로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협력에 관한 세미나를 열었고, 석탄, 석유 및 천연가스가 풍부해 중국의 쿠웨이트라고 불리는 산시성 위린시(榆林)에 가서 자원에너지 협력 포럼도 개최했다. 또, 산시성 상무청과는 우리 기업 애로사항 간담회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우수 사례 발표회를 마련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총영사는 “시안은 상하이나 수저우와 달리 아직 미흡한 점이 많지만, 우리 기업들에게는 개척해 나가야 할 신천지라고 할 수 있다”며 “총영사관에서는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앞으로도 분야별 다양한 세미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사드 문제로 인해 뜨거웠던 한중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 총영사는 “한중 관계가 다소 어려운 국면에 있는 건 사실이지만 충분히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며, “한중 관계는 수천년을 면면히 이어온 관계이기에 일시적인 상황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는 자세로 관계발전을 모색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