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의 러시아 읽기] 러시아 음식, 안 짜면 맛이 없다(2)
[김은희의 러시아 읽기] 러시아 음식, 안 짜면 맛이 없다(2)
  • 김은희(한국외대 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 승인 2017.11.11 0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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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소금은 부와 권력의 상징

러시아의 주 요리가 대체로 짜진 것은 러시아에서의 소금이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는 것도 한 원인이다. 러시아의 귀족과 거상들에게 소금은 ‘이렇게 소금을 많이 뿌린 음식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일종의 ‘과시적 소비’의 대상이었다. 그것을 일반인들도 따라 하게 되면서 짠 음식문화가 정착됐다. 실제로 귀한 손님이 오면 일부러 소금을 듬뿍 쳐서 요리를 했다고 한다.

소금은 극소수가 독점했던 권력이었고 모스크바의 공후나 대귀족, 대규모 수도원이나 사원 등이 제염소의 주인이었다. 러시아에서의 제염(製鹽)에 대한 자료가 처음 등장한 것은 키예프 루시 시대인 11~12세기경이지만, 15~16세기에는 제염소가 러시아의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산된다.

17세기에 솔로베츠키 수도원은 백해에 54개의 제염소를 소유했다는 기록이 있다. 중세 시대에도 소금은 상당히 비쌌고 그래서 ‘소금을 쏟으면 분쟁이 일어난다’ 등의 속담도 생겨났다.

러시아 내에서는 소금이 부족했기 때문에 러시아 정부는 해외로 소금이 반출되는 것을 엄격히 제한했다.

1613년 로마노프 왕조의 초대 황제 미하일의 통치 시기에는 소금 반출을 사형으로 다스렸다는 기록도 있다. 1705년 표트르 대제의 명령에 따라 소금판매는 국가의 전매권이 됐으며, 1740년부터 소금판매 감독을 위해 소금국이 창설됐고 소금국의 감독 하에 정해진 가격으로 소금을 판매하는 정부 상점들도 생겨났다.

1: 먀소 포 제레벤스키(시골식 쇠고기). 러시아 농가에서 옹기 단지에 고기를 넣고 페치카에서 조리한 것이 유래가 된 음식이지만 요즘은 주로 오븐에 넣고 조리한다.
1: 먀소 포 제레벤스키(시골식 쇠고기). 러시아 농가에서 옹기 단지에 고기를 넣고 페치카에서 조리한 것이 유래가 된 음식이지만 요즘은 주로 오븐에 넣고 조리한다.

그래도 여전히 소금은 부족해서 수입으로 보충했는데, 18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러시아의 서구 지역은 주로 해외에서 수입된 소금을 먹었다. 19세기 초에 러시아는 주로 영국에서 소금을 들여왔으나, 그 후는 러시아 극동 주민들은 일본, 중국, 미국, 독일로부터 소금을 수입해 소비했다. 현재 러시아는 주로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등에서 소금을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며, 2016년 1~8월 기간 동안 105만4천톤의 소금이 수입됐다. 러시아에서 한국처럼 나트륨 줄이기 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한 러시아의 소금 수입은 한동안 피할 수 없는 일 같다.

후식으로는 주로 블린(잼이나 스메타나 소스와 함께 먹는 러시아식 팬케이크), 사과 파이, 메도비크(꿀 케이크) 등이 나왔는데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꿀 케이크가 단연 으뜸이었다. 메도비크는 스메타나 크림, 꿀, 연유 등을 빵 사이사이에 켜켜이 넣어 만든 케이크의 일종이다. 러시아인의 달콤한 음식 사랑은 한계가 없을 정도인데, 오죽하면 죽에다가도 설탕을 넣어 먹을까?

러시아에서는 유럽에서 그러했듯이 설탕 대용으로 주로 벌꿀을 썼으며, 설탕은 러시아에서 오랫동안 소수의 부유층만이 향유할 수 있는 것이었다. 설탕의 사용은 부유함의 상징이었고 상당수 상인의 딸들이 일부러 치아를 검게 만들어서 마치 어렸을 때부터 설탕을 너무 먹어서 그렇게 된 것처럼 보이려고 했다고 한다. 검은 치아는 잠재적 신붓감의 부유함을 증명해주는 것이었다. 설탕이 보급된 후에도 너무 비쌌기 때문에 민중들은 차라리 꿀을 먹는 것이 더 저렴했다.

2: 메도비크(꿀 케이크).
2: 메도비크(꿀 케이크).

러시아에 설탕이 전래된 것은 12세기경으로 알려져 있지만, 설탕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러시아에서 차가 유행하기 시작하고 커피가 보급된 17세기 중반이다. 차와 커피에는 케이크나 파이, 블린, 과일 잼 등의 디저트 외에 별도로 설탕 덩어리에서 깬 설탕 조각이나 각설탕을 접시에 담아서 차나 커피를 마시며 조금씩 갉아먹기도 했으니 말이다.

러시아에서는 설탕을 ‘치즈 덩어리’처럼 ‘설탕 덩어리’로 판매했는데 무게가 15킬로까지 나가는 덩어리도 있었다. 이런 거대한 덩어리들은 소비자의 주의를 끌어 모으기 위해 상점의 진열대에 전시용으로 배치됐다. 이런 거대한 ‘설탕 덩어리’들은 구입한 후에 깨서 먹었다.

러시아에서 설탕과 소금은 주로 수입에 의존했고 가격도 상당히 비싼 편이었으니 소금과 설탕은 흰 색깔뿐만 아니라 귀하기로도 버금가라면 서러웠을 것이다.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는 1718년 모스크바 상인 파벨 베스토프에게 설탕 공장을 자비로 보유하고 자유롭게 판매하라’는 명령에 서명했다. 이것은 러시아 최초 설탕 생산에 대한 법령이었다.

3: 설탕 덩어리와 집게.
3: 설탕 덩어리와 집게.

사실 모든 설탕 생산은 표트르 대제가 건설한 페테르부르크라는 항구 도시 덕분에 가능했던 수입 사탕수수를 원료로 한 것이었다. 그 이후 18세기말에 러시아의 사탕무를 원료로 설탕을 생산하는 공장이 세워졌고, 현재(2016년 기준)는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설탕의 95%가 사탕무 설탕이다.

일반적으로 설탕의 하루 섭취 권장량은 50그램 미만이고, WHO의 1일 설탕 섭취 권장량은 티스푼 6개 분량인 25그램이다. 그러나 러시아인의 하루 평균 설탕 섭취량은 100그램 정도라고 하니 과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시민의 하루 평균 설탕 섭취량(190그램)을 보면 단 것을 좋아하는 것은 러시아인 뿐만은 아닌 것 같다.

달고 짠 맛은 묘하게 어울린다. 그 어울림에 사람들은 익숙해지고 중독된다. 그래서 설탕이 ‘달콤한 소금’이라고 불렸는지도 모르겠다. 러시아 여행 중에 맛보았던 짭조름하고 달콤한 러시아 음식을 서울에서 맛볼 수 있는 곳을 조만간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필자소개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번역서로는 『북아시아 설화집』(제 1권, 부랴트족), 『현대러시아문학과 포스트모더니즘』 (제 1권, 제 2권), 『겨울 떡갈나무』, 『금발의 장모』, 『유리 나기빈 단편집』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그림으로 읽는 러시아』, 『나는 현대 러시아작가다』(공저) 등이 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강사로 재직 중이며, 러시아 문화와 문학에 대한 글들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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