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종의 향토담설] 진도군 ‘새섬’을 아시나요?-1
[유성종의 향토담설] 진도군 ‘새섬’을 아시나요?-1
  • 유성종(조도고 교감)
  • 승인 2018.09.2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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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도들어가는 새섬두레호 선상에서
조도로 들어가는 새섬두레호 선상에서

진도 조도면은 섬들로 이루어진 면이다. 36개의 유인도를 포함한 178개의 섬이 있다. 섬 이름에 새 조(鳥) 자를 쓰는 것도 새떼처럼 섬이 많다는 의미이다. 이촌향도현상은 조도면도 예외가 아니었다. 1970년대 초반 2만여명에 달했던 인구는 올여름 현재 3천명에 턱걸이했다. 그나마 가장 큰 섬인 하조도와 다리로 연결된 상조도에 절반 이상이 살고 있고, 겨울철엔 텅 빈 섬들도 많다.

조도군도는 품고 있는 가치와 사연에 비해 너무나 덜 알려져 있어 안타깝다. 몇 가지만 들추어내도 놀라운데 말이다. 먼저 우리나라 해역에서 가장 빠른 조류지역으로 손꼽힌다. 인근의 울돌목(명량수로)에 이어 장죽수로, 맹골수로가 있다. “무슨 바다가 이렇게 물살이 빠르지? 꼭 강물이 흐르는 것 같아!”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조류가 빠른 지역이라는 것은 이 지역의 사람들이 거친 바다에 적응하여 항해술이 뛰어나고 특산물인 돌미역, 톳, 참전복 등 해산물의 품질이 매우 좋다는 것이다. 조선시대부터 조기잡이로 유명한 영광의 칠산 앞바다를 비롯해 제주인근까지 조도 사람들의 활동반경은 매우 넓고 촘촘했다.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40호로 지정된 어로요 ‘조도 닻배노래’가 활기 넘쳤던 당시를 기억하게 해준다.

운해속 항로를 지켜주는 하조도등대. 도리산 전망대.
운해속 항로를 지켜주는 하조도등대. 1908년 불을 밝힌이래 100년 넘게 조도군도의 든든한 파수꾼의 역할을 하고있다.

술비소리(그물 싣는 소리)

에이야 술비야 어허허 술비야/ 그물코가 에이야 술비야/ 칠산바다에 들오온 조기/ 우리배 방자로 다들어 오너라./삼천코면 걸릴 날이 있더란다/ 돈 실로 가세 돈 실로 가세/ 칠산바다에 돈 실로 가세/ 이 그물을 실어 만선을 하면/ 부모처자를 봉양헐라네/ 이제 가면은 언제 오나/ 사월초파일 맞이하여서야 돌아를 올라네♬

가슴 뭉클한 풍광도 빼놓을 수 없다. 다도해라면 어느 곳에서 봐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있으랴마는 그중 으뜸이 될 만 한 곳을 굳이 뽑으라면 필자는 단연 상조도 도리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남해안과 조도군도의 풍광을 추천한다.

1908년 불을 밝힌이래 100년 넘게 조도군도의 든든한 파수꾼의 역할을 하고있다.
도리산 전망대. 

상조도 최고봉인 고도 210m의 도리산에 오르면 ‘아름답다’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다. 놀라움과 가슴 뭉클함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1816년 9월 대영제국의 중국사절단(암허스트경 일행)을 수행한 호위함 라이러호의 함장 바실 홀 대령(28세) 일행은 이곳에 올라 사방의 보석같은 섬들을 둘러보면서 “세상의 극치! 지구의 극치!(-the glamor of the world, the earth-)”라고 말했다. 브라질을 거쳐 6개월의 긴 항해 끝에 목적지인 중국 천진항을 경유 이 곳에 왔고, 세계 곳곳을 다녀봤던 군인 겸 여행가의 입에서 이런 표현이 나온 것이다. 지금도 어떤 이들은 한국의 ‘카프리’, 한국의 ‘하롱베이’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당시를 부언하자면, 이들 이방인들은 상조도 주민들에게 얼마나 경계의 대상이었을까? 주민들에게 여러 차례 대화 시도가 성공적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주민들의 파이프 담배(곰방대)가 영국인들에게 권해지고 이에 화답하여 주민들에게 와인을 일곱 병이나 전달돼 “좋다”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전해진다.

하조도 신전리해변. 중생대 백악기 지층으로 과거 거대한 호수가 있었던 곳으로 주변에서 규화목들이 발견되고 있다. 맑은 날 제주도 한라산이 선명하게 보인다.
하조도 신전리해변. 중생대 백악기 지층으로 과거 거대한 호수가 있었던 곳으로 주변에서 규화목들이 발견되고 있다. 맑은 날 제주도 한라산이 선명하게 보인다.

1817년 8월11일, 귀국길의 바실 홀은 희망봉을 돌아 대서양의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귀양 중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아버지의 파리 군사학교 동기)를 만나 동방의 나라 조선에 대한 얘기를 전하면서 조도군도의 섬들을 설명했고 그의 설명을 들은 나폴레옹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기록은 전한다.

홀 선장의 조도 얘기는 일본 오키나와(沖繩) 일대까지 탐사해서 1818년 영국 런던에서 펴낸 ‘조선 서해안과 류큐섬 탐색항해 전말서’란 책에 기록돼 전하고, 상조도를 그린 당시 그림이 영국 런던 캠브리지 국립해양박물관에 남아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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