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승의 붓을 따라] 내 생존의 의미  
[이영승의 붓을 따라] 내 생존의 의미  
  • 이영승(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 승인 2020.05.01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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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것은 모두 의미가 있다”고 한다. 삼라만상의 미물도 다 그러할진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생존에 어찌 의미가 없으랴. 한 인간의 삶에 대한 자취는 타인에 의해 평가되겠지만, 중요한 것은 남들의 평가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존재 의미를 무엇에서 찾으며 어떻게 실현시켜 나가느냐’가 아닐까 싶다. 인생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현안이 또 있을까?

석가는 참으로 의미 있는 삶을 살았다. 이순신도 그렇고 테레사 수녀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내가 존재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태어난 이상 의미 없이 살 수는 없다. 그럭저럭 살다보니 칠십 고개를 훌쩍 넘겼다. 앞으로 남은 세월이 얼마인지도 알 수가 없다. 지금까지 의미 없이 살다보니 이제 와서 의미를 찾기도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한해라도 더 오래 사는데 의미를 두고 삶을 연명할 수도 없지 않은가! 

요즘 와서 지난날의 내 삶에 어떤 의미가 있었던가를 되새겨볼 때가 많다. 거기서 내 생존의 의미를 찾고, 앞으로 더 의미 있게 살기위해서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읽고 쓰는 과정에 세상만물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고, 자신을 더 성찰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내가 핸드폰을 사용한 지는 대략 20여년 된다. 하지만 카카오톡에 프로필사진과 멘트(문구)를 입력하기 시작한 것은 5년 정도이다. 좌우명이 별도로 없는 나에게는 이 멘트가 좌우명을 대신하기도 한다. 내가 입력한 멘트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 처음 멘트는 ‘나를 위해 살자’였다. 이는 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절절한 문제로 내 삶의 화두이기도 하다. 

이 멘트로 정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40년 평생직장을 정년퇴직 후 ‘제2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로 고심이 깊었다. 나는 누구를 위해 살았던 가의 문제로 연장되어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생각할수록 나는 자신을 위해 살지 못한 것 같았으며, 앞으로는 나를 위해 살아야겠다는 비장한 결심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입력한 멘트다.

지금까지 나는 과연 누구를 위해 살았던가? 솔직히 가족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살았다고 할 자신도 없다. 그렇다고 이웃이나 나라를 위해 산 것은 더욱 아니다. 아무 개념 없이 살았다고밖에 할 말이 없었다. 남이 장에 가니 나도 거름지고 장에 갔으며, 바람 따라 흐르는 구름처럼 방향도 없이 살았던 것 같다. 남을 위해 살지도 않았는데 ‘나를 위해 살자’고 다짐하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그래서 3년 전 바꾼 멘트가 바로 지금의 ‘바보 같이 살지 말자’이다.

그토록 고심하여 바꾼 멘트건만 이도 반복해 보게 되니 처음 정했을 때의 개념이 흐려져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멘트가 내 심장을 찡! 하고 울리며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마음이 가라앉자 그 원인을 곰곰 생각해보았다. 인생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보다 더 절실하고 본질적인 문제는 없다. 아마도 그 심각성을 순간적으로 자각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수도승이 어떤 뇌파의 작용으로 한순간에 대오각성을 한다는데,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현상이 아닌가 싶었다. 

왜 사는지에 대한 번민이 더 깊어졌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나는 이에 대해 너무 생각 없이 살았다. 길지 않은 인생, 진정 어떻게 사는 것이 현명한 삶일까? 생각 할수록 머리가 혼미해졌다.

3년 전 지금의 ‘바보 같이 살지 말자’란 멘트가 마음을 사로잡아 흔쾌히 입력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바보 같이 살지 말자라고만 했지, 어떻게 사는 것이 현명한 삶인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 도리어 첫 멘트인 ‘나를 위해 살자’보다도 못한 것 같았다. 멘트를 바꾸려 해도 가슴에 와 닿는 문구를 찾을 수가 없다. 차라리 생존 자체에 삶의 의미를 두고,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세월 따라 말없이 살까보다. 

필자소개
월간 수필문학으로 등단(2014)
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수필문학 추천작가회 이사
전 한국전력공사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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