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희의 음악여행 ⑳] 예당 길 건너 피아노공방 ‘그랜드 1번지’ 서상종
[홍미희의 음악여행 ⑳] 예당 길 건너 피아노공방 ‘그랜드 1번지’ 서상종
  • 홍미희 기자
  • 승인 2021.03.0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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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코리안신문) 홍미희 기자= 피아노 제작자 서상종씨와 만나게 된 계기는 ‘책’이었다. 지인들과의 저녁 식사 중 사재를 털어 피아노를 모으고 평생을 피아노와 함께 살고 있는 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분의 얘기와 똑같은 책이 있어요. 파리좌안의 피아노공방” 그러자 말씀하시던 분이 놀라서 그분도 그 책을 좋아해서 개인적으로 600권을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며 본인도 받았다고 했다. 서상종씨와 만남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예술의 전당 길 건너에 있는 피아노 전문점 ‘그랜드 1번지’에 들어섰다.

- 피아노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당시 우리나라 최고의 피아노 제작자인 김영수씨의 문하생으로 들어가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연주용 피아노가 모두 국산화되기 시작하던 시절, 초창기 연주용 피아노, 그랜드 피아노를 개발할 때에 들어갔으니 저는 행운아였습니다. 1974년 3월14일, 저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날이죠. 피아노를 만난 날이니까요. 당시 저는 피아노를 전혀 몰랐지만, 그것을 만든다는 것이 너무 신기해서 정말 열정적으로 했습니다. 초기에 그랜드 피아노를 만들다 보니까 외국 그랜드 피아노를 구입하기 어려웠던 우리나라 음악인들이 너도나도 많이 구입했고 서울대에도 삼익 피아노가 많이 들어가 피아노의 관리가 필요해서 20대 초반에 서울대의 전속 조율사가 됐습니다. 이후. 당시 서울대 피아노 대부이신 정진우 교수님이 독일에 가서 공부를 하고 오라는 권유를 하셔서 1982년 독일에 가게 됐습니다.”

- 피아노 제작에서 일가를 이루셨는데 어릴 때부터 소질이 있었는지?

“저는 전라북도 고창 출신입니다. 시골은 사실 문화 혜택이 없었는데 고창에서는 장날마다 심청전, 흥부전, 놀부전 등 창극이 열렸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버님은 장날마다 손잡고 가서 창극을 보여주시고 책도 그런 책만 사주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도 한예종에 판소리를 배우러 다닙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형의 플라스틱으로 된 리코더를 부러트린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와 같이 퉁소를 만들었습니다. 당시는 리코더라고 하지 않고 퉁소라고 불렀지요. 그런데 소리가 너무 좋았어요.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보다 아버지가 대나무로 만든 것이 훨씬 소리가 좋았어요. 그래서 나도 흉내 내서 만들고 음이 틀리면 지공을 못을 달궈서 구멍을 내고 깎고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피아노를 뜯어서 고치는 것이 너무 좋았고 새로운 종류의 악기를 만들면 또 좋았습니다.”

- 독일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삼익의 독일지사를 도와주면서 연수를 받았습니다. 당시 윤이상씨와도 가까웠던 김택근 박사와 유럽을 한 번 돌고 들어오면 주문이 엄청나게 들어왔습니다. 당시 삼익피아노는 가격에 비해 성능이 좋은 악기를 만들어 세계 시장에 수출을 많이 하고 있었죠. 2년 8개월 동안 제작 연수를 받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돌아온 당시 1984년에 독일에서의 은사 ‘크라우스케넌’ 선생님이 삼익과 계약이 되어 독일형 그랜드 피아노를 만들게 됐고 피아노 제작 패러다임이 바뀌는 계기가 됐습니다.”

- 현재 악기를 수집하고 박물관의 꿈을 가지게 된 계기는?

“2000년 야마하 피아노에서 한국의 임원 24명을 초청해서 그 일원으로 일본에 갔을 때입니다. 그때 일본이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피아노 명인 무라카미 선생님을 만났는데 그분은 피아니스트 리히터의 전속으로 활동한 분이었습니다. 그분이 4시간 동안 하시는 특강을 듣는데 똑같이 유럽에서 공부하고 제작기술을 배웠던 입장에서 이분은 이렇게 해박한 경지에 이르렀는데 왜 나는 이럴까 하고 쇼크를 받았습니다. 그 이후로 유럽에 있을 때 다녔던 박물관에도 다시 찾아가고 책을 읽고 유럽에서 만나는 악기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여기 서초동에 매장이 있고 길 건너 아파트 뒤에는 공방이 있습니다. 그곳에 피아노 몇백대가 있고, 분당의 창고에는 그동안 모은 고악기 38점과 다른 악기들이 있습니다.”

- 수집한 악기 중 가장 좋아하는 피아노는?

“베토벤이 귀가 먹었을 때 사용한 1819년 존 브로드우드 피아노입니다. 베토벤이 귀먹어서 음악도 못 하고 암울했던 말년에 존 브로드우드라고 하는 사람이 영국의 런던에서 비엔나로 가서 베토벤이 잘 들을 수 있는 피아노를 특별히 만들어서 헌정한 피아노입니다. 불멸의 연인이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그 영화에 나오는 피아노가 이 피아노예요. 이 피아노를 만나게 된 계기는 콜트 클라비아 콜렉션입니다. 콜트라는 영국 런던의 부호가 자신의 저택에서 운영한 박물관인데 그분의 미망인이 사후 10년 동안 운영하다가 2018년 109점을 모두 경매에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욕심 나는 것들이 너무 많아 프레옐, 존 브로드우드 등 14점과 거기 있던 관련 서적을 모두 사버렸지요. 그때 만난 피아노입니다.”

- 어떤 피아노의 소리를 제일 좋아하는지?

“세계적인 연주장에서 쓰는 것은 스타인웨이, 베젠도르퍼, 파지올리, 야마하 이런 것들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고음악이나 쇼팽에는 프레옐이 정말 좋고요, 베토벤 중기, 후기의 음악은 브로드우드, 옛날 고음악은 역시 안톤발터입니다.”

- 고악기나 고음악의 전파를 위해 노력하시는데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피아노는 네덜란드, 독일, 벨기에, 영국이 최고입니다. 피아노는 원래 이탈리아 사람이 개발했지만, 독일에서 상품화했고 유럽 전체 시장을 점유하다가 유럽전쟁을 피해서 제작자들이 모두 영국으로 갔습니다. 이후 런던에서 세계의 제작자들이 공방에 모여서 만들다 보니 60~70년 동안 피아노가 급속도로 발전했죠. 일반인들을 위한 음악회는 1년에 한 번씩 했는데 작년의 경우 일신홀에서 ‘미하엘 찰카’를 불러서 했고 올해는 신산아트홀에서 6월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작년에는 사실 베토벤 250주년이라 풍월당에서 베토벤 시리즈를 1년 동안 계획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 하게 되어 아쉽습니다.”

- 현재 피아노 산업과 방향은?

“피아노 제작 산업은 인력을 바탕으로 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서 유럽의 피아노 산업이 미국에서 일본, 한국, 중국으로 이동했습니다. 지금 중국의 피아노 공장은 150개, 부품회사가 250개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피아노 산업의 구조는 디지털 피아노입니다. 이는 옛날부터 예견됐던 것이고 어쩔 수 없는 현상입니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전자피아노에서는 옛날에는 어쿠스틱 피아노의 터치감을 느낄 수가 없었는데 요즘은 거의 피아노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디지털 피아노는 개발비가 엄청납니다. 그러니 경제의 싸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비대면 시대의 피아노는 어떻게 될까?

“대학에서 비대면 수업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현상이 생겼습니다. 지금은 전공자들이 학교에 못 가니까 집에서 연습하고 자기가 연습한 영상을 제출해야 하는데 피아노가 안 좋으면 소리가 나빠지니까 오히려 좋은 피아노를 찾는 학생들이 많아졌습니다. 또, 과거와 달리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아 층간소음이나 연습하는 시간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디지털 피아노의 수요가 많습니다.”

서상종씨는 피아노의 제작, 수리, 조율, 나아가 대학교수, 딜러, 그리고 고악기 수집, 음악회 기획자까지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본인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무엇일지 묻자 잠시 꿈꾸는 얼굴이더니 금방 답이 돌아왔다. “피아노쟁이죠. 평생을 피아노에 빠져서 살아왔습니다.” ‘파리좌안의 피아노공방’의 부제는 ‘파리의 공방에서 잊었던 열정을 찾아서’이다. 서상종씨를 만나고 나니 그동안 잊었던 열정을,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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