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에 ‘윤석열 대통령 시계 여성용 팝니다’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미개봉 제품으로 가격은 25만원으로 책정됐다. 이틀 전에도 ‘남성용 윤 대통령 기념 시계’를 매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는데, 가격은 20만원이었다. 윤 대통령 기념 시계를 판매한다는 글은 이 외에도 여럿 올라왔는데, 가격대는 대체로 10만원부터 25만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 네이버 중고나라에도 윤 대통령 기념 시계를 구매하거나 팔겠다는 게시글이 6건 올라와 있다.”
지난해 9월 국내의 한 메이저 언론에는 이런 기사가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4개월여 만에 대통령 시계가 중고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흥미성 기사였다.
중고거래 사이트에 오른 윤 대통령 시계 매물 사진도 함께 올린 이 기사는 윤 대통령 시계에 대해 자세한 묘사도 소개했다.
시계 앞면에는 대통령실을 상징하는 봉황 문양과 무궁화 형상의 대통령 표장(標章)이 황금색으로 새겨져 있고, ‘대통령 윤석열’이라는 대통령 직필 손글씨도 들어있다. 시계 뒷면에는 취임식 슬로건인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라는 문구가 적혔다.
윤 대통령 기념 시계가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해 5월 25일이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오징어게임’의 ‘깐부 할아버지’로 유명한 배우 오영수 씨 등 ‘국민 희망대표’ 20인을 초청해 시계를 선물했다. 이후 얼마 되지 않아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기념 시계가 일괄 지급됐고, 지역구 의원실에도 남성용과 여성용 각 10개씩 20개가, 비례대표 의원실에는 각 5개씩 10개가 전달됐다.
대통령 시계는 비매품이다. 이 때문에 중고사이트에만 매물로 올라 거래되고 있다. 역대 대통령 시계의 가격이 사진과 함께 올라 있는 한 거래 사이트를 보면, ‘박정희 대통령 기념시계 남성용(사용가능함)’ 6만5천원, ‘제14대 김영삼 대통령 취임 기념시계 대도무문 여성용(사용가능함)’ 7만5천원, ‘제17대 이명박 대통령 기념시계 남성용(사용가능함)’ 9만9천원,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취임 기념시계(사용가능함)’ 12만원, ‘제19대 문재인 대통령 취임 기념시계(사용가능함)’ 19만원 등으로 올라있다. 같은 대통령 시계라도 비싼 것도 있고 싼 가격으로 나온 것도 있다.
‘나무위키’에 소개된 가격은 좀 다르다. 최근 중고거래 가격으로 소개된 내용을 보면 박정희 35만원, 전두환 4만원, 노태우 2만5천-10만원, 김영삼 4만원, 김대중 5만-6만원, 노무현 20만원, 이명박 5만-10만원, 박근혜 10만원이다.
나무위키는 “묘하게 대통령 본인의 인기도에 따라 중고거래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특징. 일단 부동의 1위는 박정희, 부동의 2위는 노무현”이라는 소개도 덧붙여 놓았다.
새삼 대통령 시계에 주목한 것은 최근 재외동포 SNS사이트에 윤석열 대통령 시계와 기념품을 나눠준다는 내용이 올라서였다.
오는 6월 3일 미 애틀랜타의 한 음식점에서 열리는 한 단체의 북미주총회장 취임식에 윤석열 대통령의 시계와 기념품이 증정된다는 내용이었다. 국내 한 인사가 그 단체의 북미주총회장 임명장을 주면서 대통령 시계와 기념품을 증정한다고 SNS에 올린 것이다.
대통령 시계와 기념품이 어떻게 일반 단체 행사에서 민간 인사들에 의해 주고받게 될까? 대통령실에서 이 행사를 위해 대통령 대신 전달하라고 특별히 지급한 것일까?
월드코리안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대통령 시계를 무더기로 받아 해외동포들에 나눠준 사례는 또 있다. 시계를 받고 나면 사례를 하지 않을 수도 없을 것이다.
윤 대통령 시계가 이처럼 무더기로 살포되다 보면 중고시장에서 거래되는 시계값이 더 많이 떨어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