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인회장 출마자는 군에서 대령 이상을 지낸 사람이라야 한다.” 가령 이런 규정을 한인회 선관위가 마음대로 정했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이번 선거에는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만 한인회장에 출마할 수 있다.” 아니면 이 같은 규정을 선관위가 새로운 ‘시행세칙’이라고 발표하면 교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와 비슷한 일이 애틀랜타에서 일어났다. 애틀랜타한인회 선관위는 제36대 한인회장 선거를 공고하면서 새로운 룰을 발표했다. “한인회장 후보는 한인회비를 4년 이상 납부한 사람이라야 한다”고 정해서 공고한 것이다.
선관위원장은 최근 현지 한인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인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뽑자는 취지로 4년 이상 한인회비를 납부했어야 한다는 규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런 후보 자격 규정을 선관위원들이 ‘민주적으로’ 논의해서 결정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회비 4년 납부 규정에 맞지 않더라도 후보자의 입후보 자격 여부를 선관위가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등록서류를 받아보고, 사람이 괜찮다 싶으면 4년 납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과연 이런 선거 관리가 어디에 있을까?
애틀랜타 선관위는 그동안 후보자 자격 규정을 마음대로 정해온 듯하다. 현 35대 한인회장을 뽑을 때는 3년 이상 회비를 냈어야 한다고 선관위가 정했고, 이전 34대 선거에서는 2년 이상 회비를 낸 사람이라야 입후보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4년 납부로 바꾼 데 대해 선관위원장은 한인회장의 한 임기가 2년인데 3년 치 회비 납부로 한 이전 선관위의 공고가 이상해서 4년으로 고쳤다고 밝혔다.
과연 선관위는 한인회장 후보 자격규정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기구일까? 어쩌다가 애틀랜타한인회 선관위가 이처럼 얼토당토않은 일을 하게 됐을까?
선관위는 공정한 선거 관리를 목표로 하는 기구이다. 이미 정해져 있는 선거룰을 집행하는 기구이지, 선거룰을 새로 정하는 기구가 아니라는 뜻이다.
선관위원들이 논의해서 결정했다고 해서 새로운 선거룰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후보자격 규정은 선관위가 만드는 게 아니다. 선거룰을 만드는 것 자체가 선관위의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다.
애틀랜타한인회 선관위는 이전 선거에서도 회비 납부 2년 규정, 3년 규정 등을 자의적으로 만든 이력이 있다. 당시 이처럼 룰을 바꾸면서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려는 의도라는 의심을 사왔다. 이번 4년 규정도 비슷하다.
선관위는 정해진 선거룰을 공정하게 집행해야지 새로운 선거룰을 마음대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만든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그래서 벌집을 쑤셔놓았다. 애틀랜타한인회가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왔는지 이해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