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부겐빌리아 꽃나무
[Essay Garden] 부겐빌리아 꽃나무
  • 최미자 재미수필가
  • 승인 2023.07.1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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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집 정원에 내내 만발했던 부겐빌리아 나무의 가지치기를 마쳤다. 나무의 가시들이 내 팔뚝에 상처를 내기도 하지만 아직도 나는 이런 일들이 즐겁기만 하다. 그리고 만나 본적 없는 전 주인이 어떤 사연으로 이 나무들을 여러 그루 정원에 심어 놓았는지도 궁금해지곤 한다. 또한 종종 나의 세 번째와 네 번째 수필집을 손에 든 사람들이 ‘부겐빌리아’가 무슨 뜻이냐며 묻기도 하여 난 이글을 쓴다. 수 십 년을 나와 함께 살아 온 특별한 나무, 부겐빌리아. 사진을 찍어 두 번이나 책에 올렸다.

처음 책은 꽃잎이 날아가는 모양이 환상적이어서 편집실의 디자이너와 꽃잎에 집중했다. 그래서 꽃잎아 라는 제목이 붙었다. 하지만 감수하느라 너무 지쳐버려 다시는 책을 내지 않겠다고 했는데, 남편이 출판비를 선물하겠다고 졸라서 네 번째를 출간한 것이다. 태평양으로 오고가는 쇼셜 넷트웍으로 완성된 표지를 본 딸애가 고맙게도 꿈을 꾸는 동화책 분위기라며 호감 있는 평을 해주었다.

사실 오래전 현관에 있는 두 그루 나무 중 한그루는 뽑아버리고 다른 한그루는 한 가지만 남겨 기둥으로 키워 지붕처럼 만들었다. 마치 도공이 정성 들여 그릇을 만들어 내듯이 나도 그렇게 예술품으로 만들며 궁리했다. 그동안 햇살을 보지 못했던 나무가 하늘과 가까워져서일까. 예쁜 꽃봉오리를 피워내기 시작했다. 집에 온 방문객마다 고개를 위로 올려 쳐다보며 무슨 꽃이냐며 물었다. 행복한 웃음꽃이 피워 오르는 우리 집 앞문과 뒷문은 내가 즐겨 부르던 동요처럼 부겐빌리아 꽃 대궐이 되었다.

그러다 몇 해 후, 집 전체에 흰개미약을 치게 되니 회사직원이 아마 나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준비작업으로 나는 잔가지들을 자르며 슬퍼했었다. 뜻밖에도 그 직원의 말과 달리 서서히 새싹이 돋아나며 다시 살아나 잘살고 있다. 묘하게 내 경우도 비록 허약하지만 병원을 모르고 살아왔는데, 나이를 먹은 탓인지 가끔 오밤중에 응급실에 가곤 했다. 병원에 갈 적마다 집에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며 마음을 비우며 희망도 내려놓곤 했었다. 다행히도 부겐빌리아 나무처럼 내게 주어진 일상에서 할 일을 하면서 사는 하루가 요즈음은 신기하다.

우리 집 꽃나무 종의 이름은 ‘하와이안 스카렛’이다. 원산지가 남아메리카인 꽃 이름의 역사도 참 흥미롭다. 오래전 프랑스 해군 함장인 ‘루이 앙투안 부겐빌리아’의 이름을 기리기 위하여 붙여졌다. 당시 함께 배를 타고 간 함장의 친구인 식물학자 ‘커머컨’이 발견한 꽃이었으니 사나이다운 두 사람의 진실한 우정이 얼마나 멋이 있는가.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배엔 여성은 타고 갈 수 없었기에 지혜로운 함장이 남성복을 입혀 친구의 애인을 허락하였기에 두 식물학자가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었다. 훗날 남성 복장으로 배를 탔던 식물학자인 그 여성도 세계최초의 여성 탐험가로 역사에 아름이 기록이 되었다 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세상의 존재감을 느낀다.

작은 대롱모양의 암술처럼 보이는 세 개의 꽃과 붉은 꽃받침 세 개가 모여 한 덩어리의 꽃으로 보이는 야릇하고 신비스러운 꽃, 부겐빌리아.

꽃이 질 때면 자주 바닥을 쓸어야 하고 쓰레기통도 몇 개를 채워야 하니 귀찮은 나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나비처럼 얇은 꽃잎들이 신비로워서 바라볼 적마다 삶의 용기와 사랑의 희망을 나에게 실어주는 꽃이라서 나는 또 부지런해져야 한다.

필자소개
미주 한인언론 칼럼니스트로 활동
방일영문화재단 지원금 대상자(2013년) 선정돼
세번째 수필집 <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 발행
네번째수필집 <날아라 부겐빌리아Ⅱ>(2022)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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