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음악회와 야구게임의 날 풍경
[Essay Garden] 음악회와 야구게임의 날 풍경
  • 최미자 재미수필가
  • 승인 2023.08.16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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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에 밤 나들이였다. 미국은 경찰이 우리를 보호하고 있어 늘 든든했고 감사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은 경찰도 부족하고 남가주의 합법적인 마약복용법으로 많이 불안해졌다. 물가상승과 불법이민으로 우린 어마어마한 세금을 내고 있다. 고속도로에서 종종 역주행하는 운전자가 없나, 백화점에서 도둑을 하지를 않나, 정말 여기가 미국인가! 한숨을 쉴 때가 많아진다.

오늘은 쉬고 싶어 바닷가 제이콥스 공원으로 갔다. 한두 어 시간 미리 준비해 나갔는데도 다운타운을 길을 막아놓고 야구장 입구 근처를 통제하고 있었다. 1만 명을 수용한다는 조개음악당(RADY SHELL)이 완성되었지만, 2021년 여름에야 첫 개관을 했다. 언젠가 호주에 가게 되면 들려보고 싶었던 시드니의 바닷가 음악당이 늘 궁금했는데, 이제 우리에게 그런 음악당이 생긴 것이다.

봄, 가을, 겨울에는 다운타운의 B스트릿 길에 샌디에이고 심포니 홀이 있어 종종 연주회를 보았고, 여름에는 ‘섬머 팝’이라는 특별 프로그램이 상설무대에서 진행되던 곳이다. 태평양 연안의 남쪽, 샌디에이고 만에 있는 공원이다. 언젠가 한국에서 제자가 나를 찾아와 몇 밤 묵고 갔을 때 데리고 오고는 여태 잊고 살아왔다. 그때도 늘 쫓기며 살았고 형편도 넉넉지 않으니 표는 뒤쪽을 구입하곤 했다.

직장인이 된 딸은 부모님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가끔 음악회 표를 구입한다. 살기에 바빠 이래저래 여행다운 여행을 가지 못한 나를 늘 안타까워한다. 나는 모두 팔자 운명이라고 여기기에 불평하지 않는다. 그저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멋지게 살고 싶어 하는 딸은 배짱도 있고 손이 크다. 음악당의 안내원을 따라 들어가니 3번째 줄의 좌석이다. 우리 부부는 좀 어색했지만 딸의 효심을 생각하며 앉았다. 무대가 잘 보이는 소감이 어떠냐며 묻는 자식의 뜻을 좋다며 맞장구쳐 주어야 했다.

지휘자의 열정적인 움직임과 오늘의 주인공인 1997년 매사추세츠주에서 태어난 Eric Lu의 신들린 표정과 손가락의 놀림이 가까워 과연 좋았다, 베토벤의 4번 교향곡은 3번보다 먼저 작곡을 시작했다는데 늦게 완성이 되는 바람에 4번이 되었다고 한다. 오랜만에 베토벤의 천재적인 음악성의 정교함에 잠시나마 빠져 번잡한 일상을 나는 내려놓았다.

주위를 돌아보니 목을 꼿꼿이 세우고 아이들도 어른도 진지하게 듣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라와 평화를 사랑하고 지키는 미국 시민이 살아 있었다. 또한 클래식을 사랑하는 지성이 살아 있었다. 휴식시간에는 화장실에 길게 줄서 있는 광경도 놀랐다. 5천 석에 의자의 가까운 뒤편 좌석에는 해변 의자를 들고 와 앉기도 하고 자리를 펴놓고 잔디에 누워서 자유롭게 감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선택의 자유가 그런 것이다. 무대 곁의 바닷가에 개인 요트를 타고 와서 바닷물 위에서 무료로 감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간간이 그들 간의 대화 잡음이 우리 귀를 거슬리게 한 것이 좀 불편했다.

음악회가 끝나고 수많이 인파가 걸어 나왔다. 휠체어를 밀고 온 소년도 보였다. 나이든 아들이 보행기를 밀고 걷는 연로한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걸어 나오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음악회 측은 주차를 해놓은 호텔주차장에서 셔틀버스로 우리를 데리고 왔었지만 돌아가는 길은 지인이랑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서 호텔로 왔다.

유명한 2023 메이저 리그(MLB)게임으로 LA다저스와 SD파드리스가 야구시합을 하는 날에 하필 음악회도 열렸다. 거의 같은 시간에 또 끝났으니 우린 로비에서 한 시간 쉬었다 가야만 했다. 자동차들이 마구 밀려 나가보았자 기름 낭비였기 때문이다. 호텔 카페는 야구게임을 보고 난 관객들이 2차로 놀러 와 떠드는 소리로 왁자지껄했다.

동부 롱아일랜드 주에서 왔다는 한 아저씨가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고 다가와 신이 나게 이야기를 했다. 출장차 왔다가 여기 호텔에 묵으며 오늘 게임을 보았는데 김하성(28세) 선수 최고라고 했다. 또 피츠버그 팀에서 옮겨온 최지만(32세) 선수의 이야기도 했다.

비록 오늘 게임은 다저스에 졌지만, 김하성의 활약은 뉴스에도 나왔다. 멋지게 달려와 미끄러지면서 손바닥으로 베이스를 터치하는 모습에 우리도 텔레비전을 보며 박수를 쳤다. 샌디에이고 심포니에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조유미가 있다. 야구팀에도 한국인 선수가 이름을 날리고 있다. 대한민국이 세계로 나가고 있다. 이름이 알려진 만큼 우리도 선진국의 국민답게 행동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소개
미주 한인언론 칼럼니스트로 활동
방일영문화재단 지원금 대상자(2013년) 선정돼
세번째 수필집 <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 발행
네번째수필집 <날아라 부겐빌리아Ⅱ>(2022)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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