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청우(靑牛)를 비끼 타고
- 안정
청우(靑牛)를 비끼 타고 녹수(綠水)를 흘리 건너
천태산(天台山) 깊은 골에 불로초(不老草) 캐러가니
만학(萬壑)에 백운(白雲)이 잦았으니 갈 길 몰라 하노라
안정(安挺, 1494~1548): 호는 죽창(竹窓). 양성현감(陽城縣監) 등을 지냈다. 1521년 신사무옥 때 송사련(宋祀連)이 바친 서기(書記)에 이름이 올라 있어,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곤양(昆陽)으로 유배되었다. 거문고와 글·화초 등을 즐겼다. 이 작품은 강호에 돌아가 신선처럼 노니는 정경을 그렸다. 검은 소를 비스듬히 타고 녹음이 비친 개울물을 유유자적 건너가 천태산 깊은 골에서 불로초를 캐어 신선이 되고자 한다. 불로초를 찾느라 구름에 싸인 골짜기들을 헤매다가 길마저 잃어버린 경지에 이르렀다. 속세를 버린 사람이 산속에서 길을 잃었으니 이는 자연과 동화된 신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이 시는 자연 속으로 들어가 거기에 동화된 경지를 읊은 것이지만, 또한 당시의 정쟁으로 험난해진 벼슬길을 반증하기도 한다.
* 현대시조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 박시교
그리운 이름 하나 가슴에 묻고 산다.
지워도 돋는 풀꽃 아련한 향기 같은
그 이름 눈물을 훔치면서 되뇌인다. 어머니
박시교(朴始敎, 1945~): 1979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와 현대시학 추천으로 등단한 시인이다. 이 작품은 어머니란 이름이 가진 의미를 통하여 어머니에 대한 무한한 그리움과 사랑, 그리고 그 애련함을 표현하고 있다. 어머니. 이 세 글자 앞엔 그 어떤 말이 필요하랴. 어머니를 생각하는 그 자체가 떠오르는 정이고 사랑이고 가슴 따뜻한 마음이다. 어머니! 이 말은 풀꽃 향기처럼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이 땅에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이름으로 아무리 불러도 정겹고, 그 자체로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물 나게 코끝이 시큰해지는 감동어(感動語)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