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㊶] ‘잔 들고 호자 안자’와 ‘어느 아침에’
[우리 시조의 맛과 멋㊶] ‘잔 들고 호자 안자’와 ‘어느 아침에’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자문위원
  • 승인 2023.08.31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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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잔 들고 호자 안자
- 윤선도

잔 들고 호자 안자 먼 뫼흘 바라보니
그리던 님이 오다 반가옴이 이러하랴
말삼도 우움도 아녀도 몯내 됴하 하노라.​

윤선도(尹善道, 1587~1671): 조선국 의금부 금부도사 겸 통덕랑 등을 지낸 시인·문신·작가·정치인이다. 자는 약이(約而), 호는 고산(孤山) 시호는 충헌(忠憲)이다. 정철, 박인로와 함께 조선 시조시가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 작품은 속세를 벗어나 자연에 몰입되어 자연이 나고 내가 자연이 되는 고산의 자연과 혼연일체 된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술과 아름다운 자연과 작자의 흥이 조화를 이루어 서경의 운치를 돋우고 있다. 자연에 묻혀 사는 은사(隱士)의 한정이 느껴진다.

* 현대시조

어느 아침에
- 최승범
             
한 잔 달인다. 방안이 개운하다
장지문 열자 밀려드는 햇살 향기
앞산의 나무들도 눈을 비빈다. 무얼 더 바라랴

최승범(崔勝範, 1931~2023): 호는 고하(古河), 1958년 현대문학에 추천되어 문단에 등림했다. 이 작품은 부귀, 명예 다 내려놓은 성자인 듯 만년의 모습을 표현하였다. 차 한 잔 다리고, 장지문 여는 것, 앞산 나무들이 눈을 비비고 일어나는 것, 살아있어 개운함을 느끼는 것, 살아있어 햇살의 향기를 맡는 것까지 볼 수 있는데 이에 더는 무얼 바라랴. 보고, 듣고, 맡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는 한 시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무슨 이야기를 덧붙이면 군더더기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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