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감주(甘酒)가 이북음식?”...민주평통의 ‘북한요리 따라하기’ 캠페인 유감
[수첩] “감주(甘酒)가 이북음식?”...민주평통의 ‘북한요리 따라하기’ 캠페인 유감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 승인 2023.09.08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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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주=북한요리’ ‘모주=막걸리+흑설탕’ 등 잘못된 정보 유통시켜서야

“감주(甘酒)가 어떻게 이북요리인가요? 민주평통에서 뭔가 잘못 알고 있는게 아닌가요?”

민주평통 사무처(처장 석동현)가 제21기 출범 이후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으로 펼치고 있는 ‘북한요리 따라하기’ 캠페인을 보고, 청와대에서 오랜기간 숙수로 지낸 분이 푸념을 했다.

민주평통은 21기 출범이후 SNS활동을 적극 펼치고 있다. 블로그와 유튜브, 페이스북으로 적극 홍보에 나섰다.

그런데 이색적인 것은 ‘북한요리 따라하기’였다. 이 캠페인의 첫 첫 이벤트가 “MZ세대도 감탄할 이북식 전통주 ‘감주’”였다.

민주평통은 “감주는 빛깔이 탁하고 알코올 성분이 적은 탁주의 일종으로 막걸리보다 단맛이 강해 ‘단술’이라 불리기도 하며, 북한에서는 상류층보다는 서민층이 주로 즐기는 것”이라며, 제조법을 소개했다.

민주평통 블로그는 또 “감주는 오늘날 단술, 식해, 식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어 혼동하기 쉽다”면서 “특히 모주와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주는 막걸리와 흑설탕을 섞어 만든 술이기에 종류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정보의 정확성이다. 우선 민주평통의 감주 설명에는 잘못된 정보가 적지 않다.모주에 대한 설명도 그 하나다. 민주평통의 블로그는 “모주는 막걸리와 흑설탕을 섞어 만든 술”이라고 했는데, 흑설탕이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있어서 모주 재료가 됐는지 모르겠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모주(母酒)는 술을 거르고 남은 재강에 물을 타서 뿌옇게 걸러낸 탁주”로, “전주 지역의 모주는 막걸리에 생강, 대추, 감초, 인삼, 칡 등 여덟 가지 한약재를 넣고 끓여 양이 절반 정도로 줄고 알코올이 거의 없어졌을 때 계핏가루를 넣어 먹는 해장술”이다.

그런데 이같은 모주를 막걸리에 흑설탕을 넣어 만든 것이라고 하면, 전주 모주 관련 업체들이 항의를 하고 나설 게 뻔하다.

또 감주가 북한요리라는 것도 문제 투성이다. 감주를 요리 범주에 넣는 것도 거슬리기는 하지만, 그것도 북한요리라고 해서 감주의 기원을 호도하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실 감주는 북한뿐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다. 민주평통이 ‘감주=북한요리’라고 한 등식은 아마 함경도 강원도에 많은 ‘식해’를 일부 지역에서 ‘단술’로도 불리는 ‘식혜’와 혼동한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식품사전에 따르면 식해(食醢)는 토막낸 생선에 고춧가루, 무, 소금, 밥, 엿기름을 섞어 발효시킨 저장식품이다. 함경도, 강원도, 경상도에 걸친 동해안 지역의 밥반찬이다. 반면 내륙지방이나 서해안에서는 젓갈을 만드는데, 젓갈과 식해는 다른 음식이다.

이에 비해 식혜는 엿기름에 쌀밥을 삭혀 만든 음료다. 지역에 따라서 '감주' 또는 '단술'로도 불린다. 하지만 제조법상 감주와는 완전히 다른 음식이다. 감주는 누룩을 사용해 만들지만, 식혜는 엿기름을 쓰기 때문이다.

민주평통의 ‘북한요리 따라하기’ 블로그를 본 것은 해외한인 SNS 단체방에서였다. 누군가가 이 방에 민주평통의 그 블로그를 올렸던 것이다.

하지만 민주평통같은 헌법기관이 ‘감주=북한요리’ 식의 잘못된 정보를 생산해 해외로까지 유통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모주=막걸리+흑설탕’ 정보도 마찬가지다. 굳이 ‘북한요리 따라하기’ 캠페인을 벌이겠다면, 대한민국한식포럼 등 한국음식 분야의 권위가 있는 기관의 조언을 받는 게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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