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천칼럼] “교과서에 실으려면 세달 시간 밖에 없다”… 재외동포청은 서둘러야
[최병천칼럼] “교과서에 실으려면 세달 시간 밖에 없다”… 재외동포청은 서둘러야
  • 최병천(월드코리안신문 편집이사, 전 서울중동중학교장)
  • 승인 2023.09.14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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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교과서 검정 평가해… 인정교과서는 내년 1월 예정
이기철 청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네달란드 교과서에 실린 한국 발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기철 청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네덜란드 교과서에 실린 한국 발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재외동포청 출범 100일을 맞아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9월 13일 인천 송도에서 열렸다. 지난 6월 출범한 재외동포청의 재외동포정책 로드맵을 소개하면서 기자들과 공식 첫 대면을 하는 자리였다.

재외동포청의 정책 로드맵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한국 발전상을 해외 교과서에 수록하는 사업이었다. 또 국내 교과서에 재외동포들의 모국에 대한 기여를 수록하는 일도 포함돼 있었다. 재외동포청도 이를 핵심사업으로 해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은 과거 네덜란드 대사 시절 현지에서 교과서에 한국 발전상을 싣도록 한 경위도 소개했다. 그는 바꾸기 전의 네덜란드 교과서와 바꾼 후의 교과서 등을 가져와 펼쳐 보이기도 했다.

이 청장은 “한국의 발전상을 거주국의 교과서에 수록할 수 있다면 현지 재외동포 차세대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높이고, 거주국에서 주류사회 진출할 수 있는 밑받침이 될 수 있다”면서, “재외동포청은 재외동포가 거주하고 있는 나라 교과서에 맞춤형으로 한국의 발전상이 실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청장은 각 거주국의 교과서에 우리나라의 발전상을 수록하면 향후 파급효과도 광범위하고 지속적이라면서 ‘저비용 고효율’의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외 한인사회에서 이 같은 일을 재외동포청과 함께 수행하자면서 ‘재외동포와 함께 하는 공공외교’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해외 각국의 교과서에 한국의 발전상을 제대로 수록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목표다. 각 나라에서 만드는 교과서의 제작 시기, 제작 방법, 교과서 형태 등 교과서 제작 시스템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실리는 내용에 대해서도 협의를 거듭해야 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교과서 표지
네덜란드 교과서 표지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현지 교과서에 우리나라의 긍정적 이미지를 차세대 세계인에게 심어줄 수 있다면 대단히 획기적이고 의미 있는 일임이 틀림없다. 이기철 청장이 네덜란드 대사 시절 직접 현지 교과서에 실리게 한 경험도 있어, 이 일은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일임이 분명하다. 세계한인사회도 이 일에 함께 팔을 걷어붙였으면 한다. 재외동포청은 이를 위해 해외 한인사회가 참여하는 태스크 포스팀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재외동포들의 모국에 대한 기여를 국내 교과서에 싣는 일도 마찬가지다. 재외동포청은 이 일이 이뤄지면 재외동포에 대한 국내의 일부 부정적인 인식도 개선될 수 있다면서, 적극 추진하겠다고 역설했다.

재외동포청은 현재 교육부와 협력해 재외동포에 관한 사항을 한국의 교과서에 수록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소개했다. 재외동포의 모국에 대한 기여 역사는 물론 글로벌 중추국가 건설의 중요한 파트너로서 재외동포의 역할 등을 교과서에 담아 재외동포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내 교과서에 그 부분을 넣으려면, 재외동포청은 정말 서둘러야 한다. 우리나라의 교과서는 교육과정이 바뀔 때 그에 맞춰 만들어진다. 문제는 이미 교육과정 개정이 발표돼 이에 따른 새 교과서가 곧 집필이 끝난다는 점이다.

이번에 새로 집필되는 교과서는 2025년부터 학교에서 사용된다. 지금 쓰고 있는 교과서는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집필된 교과서로 2024년까지 쓰게 된다. 만약 이번에 개정되는 교과서에 재외동포청의 생각하는 내용을 수록하지 못하면, 아마 2030년도에나 교과서에 실릴지 모른다. 교과서는 수시로 개정증보판이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교과서에 실린 한국 발전상 관련 내용
네덜란드 교과서에 실린 한국 발전상 관련 내용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의 특징은 문과 이과 통합과정, 자유학기제 실시, 소프트웨어 수업의 강화였다. 지난해 새로 발표된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은 고교학점제와 인공지능, 공동체적 가치의 함양 등이다. 이 개정된 교육과정의 방향에 따라 새로운 교과서가 집필 중이고, 2025년부터 사용된다.

각 출판사에서 집필진을 구성해 제작 중인 새 교과서는 검정교과서의 경우 2023년 12월에, 인정교과서의 경우 2024년 1월에 검정에 들어간다. 각 출판사에서 만들어진 교과서를 교육부가 심사하는 것이다. 이 심사를 통과한 교과서로 학생들이 공부한다. 심사를 통과한 교과서는 2024년 각 학교에서 학교마다 각자의 교육 방향과 실정에 맞는 교과서를 선택하고, 2025년부터 실제 사용하게 된다.

벌써 9월 중순이다 보니 교육부의 심사기간까지는 불과 3달여가 남아있다. 재외동포청이 교과서 수록을 위해 발로 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교육과정이 5년 주기로 바뀐다는 점을 예상할 때 이 시간을 놓치면 2030년 교과서에나 수록될 수 있을 것이다. 재외동포청이 서둘러야 하고 또 뛰어야 하는 이유다. 교육부와 빠르게 협의하여 재외동포 내용이 교과서에 수록되길 바란다.

필자소개
월드코리안신문 편집이사
지리학 박사
사회 지리교과서 검정도서 심의 및 검정위원, 인정도서 심의위원
현행 세계지리교과서 대표저자(비상교육)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최병천 월드코리안신문 편집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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